|
우리의 현대사는 그 초입부터 식민지를 경험했다는 사실에서 문제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9세기 이전부터 거세게 밀어닥친 서구화에 대한 경도는 이른바 ‘개화(開化)’라는 표현으로 당대인들에게 수용 혹은 거부의 반응을 가져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편승하여 외세를 추종하던 일군의 지식인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 끝내 식민화의 길로 접어들고, 그 결과 주권을 상실한 채 오랫동안 일제에 의한 국토와 주권이 강점되는 상황을 맞이했던 것이다. 물론 일제 강점기에도 주권을 찾기 위해 분투했던 이들이 간단없이 존재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일제에 영합하여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했던 자들도 적지 않았다. 일제의 강점으로부터 벗어난 지 80여 년이 되었지만, 해방 이후 기득권을 장악한 이들은 사회 곳곳에서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여 여전히 활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해방 직후부터 ‘친일 잔재의 청산’을 내세웠지만, 강고한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으로 끝내 좌절하고 말았던 우리의 역사는 그래서 더욱 아프게 다가올 뿐이다. 문학 분야에서도 일제 강점 하에서 다양한 작품의 창작이 이뤄졌고, 그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도 특정 작가 혹은 작품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의 시선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전히 채 털어내지 못한 ‘식민사관’의 흔적들이 문학사의 서술이나 문학인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평가에도 잔존하고 있어, 이제라도 ‘탈식민’의 관점에서 근대 문학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에 깊이 고민했던 일군의 학자들이 ‘식민지 상황 하에서 민족적 현실과 한국 근대문학 형성의 관련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한 연구 성과를 엮어낸 결과물이다.
크게 4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가장 먼저 1부에 수록된 3개의 논문에서는 당대의 문학사적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면서 ‘식민성/탈식민성’의 문제들을 다루고자 하였다. 4개의 논문이 수록된 2부에서는 ‘문학 개념의 형성 과정, 즉 문학 개념이 제도화되는 과정에 대해’ 당시에 활용되었던 독본(讀本) 혹은 문학잡지 등을 통해 논의를 펼치고 있다. 3부는 당대에 수용된 외국문학의 이론과 작품들에 대해 검토하면서, 특히 당대 번역의 문제를 논한 4개의 연구 성과물이 자리 잡고 있다.
4편의 논문이 수록된 마지막 4부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여성 작가들의 면모와 그들의 활동이 친일 혹은 여성문학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잇는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이 ‘기존의 한국 근대문학의 연구 성과를 진지하게 성찰할 것과 향후 연구 모델을 새롭게 수립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토로하고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일제 강점기 문학인과 작품 그리고 그들의 활동에 대해 진지하게 따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음을 밝히고 싶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