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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년 기념 2010 컬투쇼 - 창원 공연을 보고 |
부겐빌레아 |
컬투쇼'란 내게는 좀 생소한 느낌이다. 한 동안 TV에서 코미디 프로를 보지 않은 결과 |
이다. 컬투가 무슨 단어인가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단어가 아니라 '컬투'는 개그맨 |
정찬우와 김태균으로 구성된 듀오였던 거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MBC 공채 5기 개그맨이었던 정찬우, 김태균, 정성한의 세 명 |
이 1994년부터 컬트삼총사 (혹은 컬트트리플)로 활동하다 2002년 정성한이 그룹에서 |
탈퇴한 후 컬투로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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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문화 침체기를 맞았던 이 곳 도시에서도 가을에 접 |
어 들면서부터 도시 축제와 더불어 다시 다양한 공연이 시작되었다. 국가적으로도 최초 |
의 수식어가 붙는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에서는 G20 재무장관 회의가 글로 |
벌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국가간의 환율 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조율을 하고 |
있고 전남 영암의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는 F1코리아그랑프리 대회가 열리고 있다. |
우리고장(여기서는 경남을 말한다)에서는 사천 일원에서 제6회 항공우주엑스포가 열려 |
이 달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에어쇼를 비롯한 항공우주심포지움 등이 열려 청명한 |
가을 하늘에 곡예 비행을 하는 항공기들을 보는 재미에다 항공우주 분야에 대한 학문적 |
고찰을 탐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10월이라 날씨가 쾌청할 것이라 여겼는데 내일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인지 구름이 |
많아 선명한 가을 하늘을 오늘은 보기가 힘들 듯 오전 내내 이 도시는 무겁게 눌려 회색의 |
우울이 자리잡는다. |
오전 10시에 이발소에 들러 이발을 하고 잠시 롯데백화점에 들러 가벼운 쇼핑을 즐긴다. |
집으로 돌아 와 베란다의 화분들에 물을 주고 나서 때 이른 점심을 들고는 가족 셋이서 |
창원KBS방송총국에 '컬투쇼'를 보기 위해 2시에 집을 나섰다. |
아직 가을에 순응하지 않은 메타세콰이어 길(창원의 도심 가로수는 대부분 메타세콰이어 |
로 심어져 있다)을 따라 흘끗 호수 한 번 바라보고 성산아트홀에서 우현으로 잠시 달리다 |
보면 오스트레일리아의 캔버라 시를 모방하여 도심을 설계했다는 창원시청 원형도로와 |
만난다. |
창원KBS방송총국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도심 공원 Best 5에 선정된 용지공원 바로 |
앞에 있다. 전국의 아름다운 도심 공원 Best 5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 인천 |
남구 중앙공원, 창원시 용지공원, 광주 남구 사직공원, 대구 중구 국채보상공원이 선정 |
되었다. |
창원시민의 주요 휴식처이기도 한 창원 용지공원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도심 속에 자리한 |
호수공원으로서 호수면적은 5만 4,600㎥, 호수 둘레 1,117m, 평균 수심 2.2m (최대 |
깊이 4m)의 호수 중앙에 길이 80m, 폭 3m의 일자형 분수와 원형분수로 구성된 음악 |
분수가 갖가지 테마음악에 맞춰 음악분수, 레이져 쇼, 워터 스크린에 영상물을 상영하므 |
로써 아름다운 분위기를 간직한 호수를 품고 있는 32만 5,000㎥ 면적의 도심 공원이다. |
오후 2시 넘어 KBS창원방송총국에 도착하여 R석 S2 구역의 표를 받다. 이미 KBS창원 |
방송총국의 가을 공연 예약은 다 끝났는 듯 공연 플래카드가 여러 개 걸려 있다. 조항조 |
콘서트, '25주년 기념콘서트 오케스트락 이승철, 콘서트 7080 Yesterday, 2010 인순 |
이 콘서트가 바로 그것들이다. |
공연시간까지는 약 40분이 더 남아 있다. 구름 끼었으나 간간히 햇살은 여름 태양을 닮아 |
12그루 등나무 아래에 앉아 여러 집단들이 모여 야유회 겸 노래자랑을 하는 듯한 풍경을 |
담 너머에서 지켜보며 누군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요란한 드럼소리와 함께 이따금 열광 |
하는 여인들의 환호 소리를 듣는다. |
이.삼십 대의 젊은 연인들이 공연장으로 줄줄이 빨려 들어가다. 입구를 지나자 여자 화장 |
실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또 다시 길게 늘어선 줄을 비껴 지나 1층 공연장으로 들어서니 |
이미 관객들은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속의 화면이 바뀔 때마다 폭소를 터트린다. |
카메라가 다정스런 연인들을 잡아 스크린에 비추어 놓고 댓글을 달며 '키스를 하라'고 |
강요한다. 그러면서 댓글 단서에는 '키스 시, 절대 혀는 사용하지 말 것' 등의 재치 있는 |
문구까지 곁들어져 있다. 수 많은 관객이 스크린으로 보고 있는데도 이를 굳이 시현해 |
보는 젊은 연인들의 용기가 카메라를 따라 여기저기서 멋진 장면들이 10여 분 가까이 |
이뤄지는 순간부터 이미 컬투쇼는 시작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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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다. 컬투쇼의 듀오이자 주인공인 김태균과 정찬우가 요란한 음악과 화려한 무대 조명 |
을 받으며 무대 가운데서 나와 노래를 시작하자 좌.우 양쪽의 어둠 속에서는 늘씬한 4명의 |
백업 댄서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무대를 휘젓기 시작하자 관중석도 이에 질세라 열정에 |
불을 붙여 무대 위를 향하여 환호와 함께 힘찬 박수를 보냈다. |
개그가 시작되었다. 개그는 짧지만 1막에서 3막까지 구성되어 있었는데 우선 1막에서의 |
내용은 혈액형별 특징을 빗대 만든 개그로써 우선 관객들에게 꾸밈없는 폭소를 자아내게 |
하여 '컬투쇼가 정말 재미 있다'는 인상을 심는데 성공한다. 3막을 마치고 나서는 컬투가 |
자신들의 음반을 11집까지 냈으며, 컬투쇼를 15년째 공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관객은 |
다들 경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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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의 '영맨'을 8명으로 이루어진 보컬 밴드에 맞춰 맛깔스럽게 컬투가 노래를 부르 |
면 관객도 이미 예행 연습까지 마친 '영맨'을 따라 부르며 중간 중간 코러스를 넣어 이에 |
호응한다. 4명의 백업 댄서들이 다시 나와 분위기 업을 위해 관객들을 '자리에서 일어나 |
함께 열광하기를 몸짓으로 강요' 하면 관객은 기꺼이 기립하여 함께 미쳐가는 듯 몸을 |
흔들며 중간 중간 소리까지 지른다. |
관객의 시선은 언제나 무대 위에 꽂힌다. 그러나 항상 시선이 배우에게만 머무는 것은 |
아니다. 때로는 취향이 담긴 시선은 미모의 백업 댄서에게도 머물고 멋진 코러스의 율동 |
에 묘한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아니 다분히 개인 취향에 의존하지만 |
관중석에서 보아 오른쪽 두 번째 댄서에게 별 다섯 개를 드리고 싶다. |
취향이란 바로 이런 것을 의미한다. 내가 감히 이에 대해 말을 한다면, 여자와 남자의 입장 |
에서 달리 생각해 보면 그 답은 명확해 진다. 바로 이와 같은 것! 이 세상에 여자가 없다면 |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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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투쇼는 개그, 연극, 노래 등이 곁들여진 버라이어티 쇼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 |
공연 중간에 '서부의 총잡이'를 패러디 한 연극으로 한 바탕 관객에게 흥을 돋군 후 관객들 |
중 결혼을 앞 둔 한 쌍의 연인을 무대 위로 불러 내어 즉석에서 '서부의 총잡이' 연극을 하 |
도록 하여 이들의 실수를 통해 관객은 다시 한 번 웃음으로 배꼽을 잡도록 유도한다. 이어 |
이들 연인은 관객들 앞에서 약혼(?) 반지까지 주고 받으며 사랑의 언약을 하게 되고 가벼 |
운 키스까지 하는 영광(?)까지 얻는다. |
컬투쇼의 또 다른 흥미거리는 듀오 컬투인 김태균과 정찬우의 노래 실력이다. 가수처럼 |
잘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이들이 개그맨이라는 강한 인상 때문에 그 어떤 노래들을 부른다 |
해도 그 노래들 속에는 보이지 않는 진지한 웃음이 들어 있다. 팝송으로 불렀다가도 어느 |
사이 한국 노래로 바꿔 부르고 노래 가사와 곡조마저도 유머스럽게 패러디 하여 부른다. |
공연 말미에 칠판에 가뜩 영어 문장을 써 놓고 이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가히 천재적인 |
재치마저 이들에게서 느껴진다. 그 예로, 'I am so sorry!'는 '암소 소리'로 해석하는 |
데도 억지 웃음이 아닌 참을 수 없는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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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3시간 가까운 공연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컬투의 작별을 고하는 맨트를 |
들어야 한다. 기꺼이 앵콜송을 한 번 듣고 나면 무대는 내려지고 아쉬운 발 길은 다시 일상 |
이 살아 숨 쉬는 각자의 자리를 향해 총총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
이 번 컬투쇼 관람은 나와 학원 수강을 빼어 먹으면서까지 관람에 올인 한 아들 그리고 |
올 늦 봄 바비킴 콘서트를 함께 보고 난 이 후 공연에 함께 가지 않았던 딸 이렇게 셋이서 관람했다. 공연 관람 느낌은 서로 다른 취향을 가져 느낌이 서로 분분할텐데도 이번에는 |
호평. |
돌아오면서 컬투가 부른 노래 중 김현식의 '골목길' 노래가 다시 떠올려졌다. 대학 3학년 |
때 하숙집 선배이자 뮤직동호회 보컬 그룹의 리더였던 타 대학 선배가 즐겨 불렀던 노래 |
여서 그랬을까? '자칭 노래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김현식의 골목길은 기본으로 노래 |
연습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
이제 멀지 않아 겨울이 온다. 벌써 은행나무 잎 마저 노오랗다. 아침이면 김이 무럭무럭 |
나는 만을 바라 보며 아침을 시작할 초겨울이 다가 오는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컬투쇼를 |
보고 하루 세시간 모처럼 웃어본 게 이 얼마만의 일이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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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창원, 이건 지난 달 써 본 거예요.
ㅎㅎㅎ 컬트쇼가 그런거였군요..창원이 아름다운 공원으로 선정되고...고맙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나면 10년은 젊어지셨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