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동안 거기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몸을 움직이려 해도 손발은 마비된 것처럼 본래의 감각을 잃고 있었다. 마치 깊은 바다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것만 같았다. 농밀한 어둠이 나에게 기묘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침묵이 나의 고막을 압박하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어둠에 눈이 익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눈이 익숙해지는 그런 어중간한 어둠이 아닌 것이다. 완벽한 어둠이었다. 흑색 물감을 몇 겹이고 몇 겹이고 덧칠한 것 같은 길고 빈틈없는 어둠이었다.
"한 가지만 더 확인해 두고 싶은 게 있어. 아까 문득 생각했지. 문득 깨달았어.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 속에서 줄곧 자네를 찾아헤맨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장소에서 자네의 그림자를 보아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자네가 갖가지 형태로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단 말이야. 그 모습은 굉장히 어슴푸레했지. 어쩌면 자네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그게 전부 자네였던 것처럼 생각된단 말이야. 나는 그렇게 느끼는 거야."
나는 뭔가를 생각하느라 그 탓에 잠들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 같은 건 하진 않았다. 뭔가를 생각하기에 내 머리는 너무 지쳐 있었지만, 그렇다고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내 몸과 정신의 거의 모든 부분은 잠을 희구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머리의 일부가 딱딱하게 굳은 채 완강히 잠들기를 거부했고 그 탓에 신경이 몹시 예민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맹렬한 속도로 달리는 특급 열차의 창문으로 역 이름 표시를 읽어내려고 할 때의 초조감과도 비슷햇다. 역이 다가온다. 자, 이번엔 눈길을 집중시켜 틀림없이 읽어내야지,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허사였다.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다. 글자의 형상은 막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글자인지는 알 수가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것은 뒤로 지나쳐 버린다. 그런 일이 끝없이 계속 되었다. 역과 역이 연달아 다가왔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변두리의 작은 역들. 열차는 몇 번이고 기적을 울렸다. 그 드높은 음향은 벌처럼 나의 의식을 찔렀다.
자세히 보면 전화기라는 건 기묘한 형태를 하고 있다. 참으로 기묘하다. 평소엔 깨닫지 못했지만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 입체성에는 불가사의한 절실함이 느껴진다. 전화는 무슨 이야기인가를 몹시도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도 보이며, 거꾸로 그렇게 전화라는 형태로 속박되어 있음을 증오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것은 서툰 육체를 부여받은 순수 개념처럼 보인다.
(무라카미 하루키, 「댄스 댄스 댄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