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다시 도마에
법무부 "성교하되 책임지지 않는 여성" 비하성 발언 ‘일파만파’
“임부의 자기결정권” VS “태아의 생명권” 대치
법무부가 낙태하려는 여성을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과 출산은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서술해 논란을 일으키며 낙태죄 폐지법이 6년 만에 수면위로 떠올랐다.
24일 헌법 재판소에서는 낙태를 감행한 여성과 수술한 의사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헌법에 반하는가에 관한 격론이 벌어졌다.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태아의 생명권 인정을 둘러싸고 청구인 측과 법무부는 팽팽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변론요지서에 낙태하려는 여성을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과 출산은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서술했다. 또 "통상 임신은 남녀 성교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강간 등의 사유를 제외한 자의에 의한 성교는 응당 임신에 대한 미필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따른 임신을 가리켜 원하지 않은 임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썼다.
낙태를 선택한 여성을 폄훼하듯이 서술한 법무부에게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비판적 목소리가 쏟아졌다. 법무부 담당 공무원 사무실 전화번호가 공유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법무부 장관 경질 요구 청원은 1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청구인 측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뒷전일 수 없는 헌법상 기본권이라 강조했다. 대리인 김광재 변호사는 “현행 낙태죄는 사실상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일방적으로 희생당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임신 초기 등 모든 낙태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면서 모자보건법상 허용 예외를 뒀지만 그 범위가 좁아 합법 낙태는 사실상 강요된 선택을 받는 여성에게만 국한된다는 것이다. 모자보건법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질환이 있을 때’ ‘강간 또는 준강간 등에 의한 때’ 등 사유가 있으면서 ‘임신 24주 이내’일 때만 낙태를 허용한다.
이에 법무부 측은 태아도 생명체로 보호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태아는 8주만 돼도 중요 장기가 형성되고, 16주가 되면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기 때문이다. “태아는 단지 심장소리로 살아있음을 증명할 따름”이므로 그 생명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낙태 허용 범위는 모자보건법 개정이라는 입법권자의 재량으로 조정될 수 있는 것이고, 낙태죄 자체를 쉽게 위헌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낙태죄와 관련해 청구인과 법무부 측에서 격론이 펼쳐지는 중에 여성가족부도 공식적으로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고 나섰다. 정의당 김종민 후보 또한 “낙태죄는 여성의 몸에 채워지는 가장 나쁜 사슬”이라며, “이번 판결이 생명권과 선택권의 대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여성단체인 ‘춘천여성민우회’ 측은, 24일 열린 낙태죄 위헌·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에 참석,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또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그룹에 소속되어 있으며 낙태법 폐지를 위한 워크샵도 진행했다. 민우회는 “낙태법 폐지와 관련, 시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