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학 칼럼>
지성인의 시대적 역할과 역사인식
엄창섭( 사)k-정나눔 이사장, 모던포엠 주간, 김동명학회 회장)
1. 공동체 인식과 시대적 소임
국민적인 기대감 속에 새해가 밝아온 지난 달 9일 강릉시 임당생활문화센터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원도를 방문하는 전 세계인에게 강원지역의 문화 가이드로 평가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역문집인『강원 오딧세이(GANGWON ODYSSEY』(강원일보 출판사, 2018)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저명한 강릉원주대학교 황원규 교수에 의해 간행되고 출판기념회가 다채롭게 개최되었다. 저자는 감사하게도 「자서(自序)」에서 지난 해 4월호 「레스 타임지」에 “최소한 지식인을 자처하지 아니하더라도 정신작업에 종사하는 극소수의 창조자라면 몸담고 있는 시간대와 공간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지녀야 한다.”는 평자의 글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아 본 저서를 간행하기로 다짐하고, 그 나름으로 강원도의 잔존된 전설과 설화, 시(詩)를 두 권의 책으로 묶은 강원도의 문화 안내서를 간행하게 되었음을 겸허하게 피력하고 있다. 특히 2권의 체제로 편집된 이 책은, 1권 ‘전설과 서사시(Legends and Epic Stories)편’은 선견지명이 있는 조선조 경세학자인 율곡 이이를 비롯해 강릉단오제 등 전통문화와 무월랑과 연화 부인의 러브스토리, 불교문화 등을 다채롭고 폭넓게 수록하고 있다. 또 2권의 ‘시(Poem)수록 편’은 강원의 시와 강릉의 시로 섹션을 구분지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여류시인 이옥봉의 <몽혼(夢魂)>과 극작가 신봉승 시인의 <정동진> 등 수백 년 전에서 최근 발표된 109편의 시를 영역하여 ‘2018평창올림픽’을 기념하는 강원문화의 지형도(地形圖)를 한 사람의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로서 예감케 하고 있다.
아울러 문화의 21세기에 생존하고 있는 문인들은, 비열한 이기주의로 치닫는 각박한 삶의 현장에서 조금은 ‘천천히(slow life)’라는 미끄러짐의 시학으로 고뇌하되 인내심을 지니고 직면하는 현상 앞에서 때로는 여유로움을 지녀야 한다. 어디까지나 구성원의 화합을 위해 한발 물러서서 언어에 대한 절제와 분별력을 일깨우며 타자에 대한 배려감을 지니고 살아온 날을 뒤돌아보아야 한다. 한 순간 언어공해가 폭력과 소중한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삶의 비정함을 체득할 때, 우리는 거대한 조직적인 불의 앞에 의로운 소수의 힘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확인하였기에, 때로는 처절하리만치 비장감을 맡기도 하였지만 신념과 자신의 결의에 의해 행하기를 자처한 그 일이 밝은 미래사회를 위해 정녕 정의로운 일이라면 좌절감에 부딪칠지라도 결코 주저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비록 현재라는 비정한 후기산업사회는 철저하게 이해 중심으로 얽혀 있기에, 영혼과 가슴에는 감동에 의한 투명한 눈물이 없다. 까닭에 불행하게도 대다수 문인들에게 최근 의학계가 언급한 다이돌핀이 생성되지 않는다. 호르몬 중에 엔돌핀이 암의 치료와 통증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임상결과로 밝혀진 바이나, 다이돌핀의 효과는 엔돌핀의 4,000배에 해당한다. 이처럼 내적 충만(充滿)에서 비롯되는 깊은 감동을 받았을 때, 인체 내의 면역체계에 강력하고도 긍정적인 작용이 발생되어 암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까닭에, 우리는 신선한 감동과 충격을 불러 일깨우고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는 ‘로제토 효과나 테레사 효과(Teresa effect), 그리고 시적 치유(治癒)의 가능성’을 "한 순간 분노가 치솟아 오를 때, 좋은 기억이나 아름다운 싯귀를 떠올리면 마음에 평정을 얻을 수 있다."는 놀란 핀센트 빌의 지론은 못내 타당성이 주어진다.
2. 발상의 전환과 행복한 공간 만들기
무엇보다도 ‘살아 숨 쉬고 있는 행복한 현재적 삶에 감사하고 있는 이 땅에서’ 우리는 저마다 독자적으로 지리적 환경과 겪어온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연과 문화의 토양에서 형성된 삶의 방식에 대한 대외지향적인 당당함과 주체의식을 확고하게 다지는 정체성을 보다 확장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이란, ‘동일집단 내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소속감, 동질감, 자부심의 총체적 개념’을 뜻한다. 여기서 역사의 정체성 또한 생활정서와 뿌리의식(Roots Consciousness)을 근간으로 한 실존적 가치, 이익, 미래를 확보하는 의지적 과정의 총체성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에서 비롯됨은 한번쯤 ‘화해와 상생, 그리고 통섭(通涉)의 차원’에서 공감하며 유념할 바다.
그간에 안타깝게도 ‘생각이 다르면 틀렸다.’로 조급하게 매도하고 비생산적인 편을 가르는 이분법(二分法)에 의한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는 사회현상에서 그나마 지구촌의 겨울축제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천년의 예향(藝鄕)’인 축복 받은 미래의 도시 강릉의 최명희 시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세계인의 관심사인 북한선수단과 응원단을 맞을 발 빠른 대응력과 하나 된 열정에 의한 체계적인 결속(結束)은 모처럼 자랑스럽다. 한편 동양오리온 제과의 35그램 ‘초코파이 정(情)’이 세계시장에서 한국인의 외교관 소임을 충직하게 수행하듯이, 한편 영국 이스트런던대학의 팀 토머스 교수는 ‘한국의 정은 인류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세계의 아름다운 단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인 고유의 끈끈한 정(情)은 ‘친근감을 더없이 느끼는 심정’에 기인(起因)하기에, 근간 사단법인 「K-정나눔」을 축(軸)으로 하여 ‘강원발전경제인협회장(회장 이금선), 강릉원주대 링크플러스 사업단(단장 하태권), 가톨릭관동대 링크사업단(단장 김규한)의 협약 등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올림픽과 패럴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과 임원진, 그리고 세계의 언론인들과 특히 북한응원단’에 이르는 1만여 명에게 우리국민들이 영혼의 상징인 하얀 털실로 직접 뜨개질한 체온이 그대로 묻어나는 목도리를 선물하는 정나눔인 '니팅 포유(Knitting for you)'를 통한 문화 컨 셉이야말로 인류평화를 위한 시기적절하고 유의미한 행태이기에 많은 공감의 파급은 주지할 바이다.
놀랍게도 이 캠페인은 서버가 한순간 마비가 될 정도로 가슴이 따뜻한 우리국민들의 놀라운 공동의 관심사로 정보가 공유되면서, 뜨개질 전문동아리 ‘신사임당봉사단과 허난설헌봉사단’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자원봉사를 신청하는 손길이 쇄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눈물겹도록 감사할 일은 수술을 마친 환자가 의식을 회복한 직후 병상에서 뜨개질을 신청한 일도 감동을 안겨주지만 평생 주위의 도움만을 운명적으로 받아온 ‘강릉 뇌병변협회와 강릉장애인축구단’에서 ‘뜨개질할 자료비(천만 원)와 목도리 4백 개’를 협약해준 일, 또 무엇보다 오랜 날 소외된 이들의 자긍심을 지켜주고, 이번 ‘k-정나눔’ 이벤트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면서도 이름 밝히기를 주저하는 강릉시 교1동에 소재한 「이명호 내과」 원장의 노블레스 오불리즈, 높은 도덕성의 실천궁행은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고 감동인 까닭에, 단순한 홍보차원의 소개가 아닌 삶의 의미 있는 위대한 교시(敎示)와 결속되기에 국민정서의 회복을 위한 공감대 형성의 맥락에서 기억 흔적에 남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일단 몸담고 있는 공간과 시간대에 관심을 지녀야 할 지식인이나 최소한의 문인들은 위대한 창조적 영혼으로, 일부 이 땅의 패거리 정객(政客)처럼 산업쓰레기 같은 독설(毒舌)을 정신적 산물로 더 이상 양산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신의 나라는 열매를 팔지 않는 속성’을 수용하여 무한 경쟁이 요구되는 지식산업사회에서 역사와 문화를 근거로 고유성, 문화성, 수월성 등의 측면에서 고정 틀을 깨는 작업을 엄숙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21세기의 화두(話頭)가 ‘공생(共生)-더불어 함께(inter-being)’라는 공동체 인식의 소중함과 합일되어야 하기에, 복효근의 시집 『누우 떼가 江을 건너는 법』은 우리에게 소중한 삶의 잠언(箴言)인 바 꼼꼼히 되씹을 일이다.
모처럼 비열한 이기주의로 치닫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문인들은 공동체 의식의 새로운 문학적 토양의 구축과 함께, 보다 미래지향적인 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하여 창조적 정신으로 미래의 시간대를 역사적 소임의 수행으로 장식하여야 한다. 따라서 중앙 중심의 문화 흉내 내기에서 과감하게 이탈하여야 할 것이기에, 새삼 저마다 타자에 대한 분별력을 지니되 한국문학 발전을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모색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문제가 주어질지라도, 단위 문학의 활성화와 회원 상호간, 그룹과 그룹간의 조직적이면서도 우호적 교류관계의 제도화 또한 검토하여야 한다. 일찍이 농민작가인 레르몬또프가 진리를 탐구하는 정신을 끝까지 선명하게 반영시켜 ‘러시아문학을 가장 러시아 문학답게 만들었듯이’ 우주적 현상을 객관화해야 할 극소수의 창조자들은 높은 식견으로 직면하는 일상에 관심을 지니되 마치 종교개혁자 훗스의 순교적 자세로 시대적 소임을 충실하게 수행할 바다.
3. 자존감의 회복과 역사인식의 자리매김
국가적으로 정체성이 퇴색된 시대에서 문화인식에 대한 쌓기와 허물기를 반복하는 우리는 조직의 구성원으로, 미의식을 상실했을 때 그것이 언어공해의 요인을 제공하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여야 한다. ‘고통을 통해 얻어진 것은 진실한 것이듯, 진실은 갈등과 고뇌 속에서도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기에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을지라도 사유(思惟)가 열려 있는 식별력을 지닌 문인으로서 ’고구려의 어머니들‘처럼 역사인식을 엄숙히 지녀야 함은 물론이고, 주제의 창의성을 위해 고뇌하는 작가정신이 깨어 있는 눈부신 자로서 존재감을 지녀야 한다. 그 하나의 예증으로 1930년대 세계공황의 위기를 루즈벨트 대통령이 ‘미연방예술프로잭트’를 제시하고 문화예산에 투자를 확대하여 극복한 사실이나 케나다 벤쿠버 아일랜드의 세마이너스(당시 인구 4천명 거주)가 주산업인 임업이 도산되자 공동화 된 도시에 1983년 이후 세계의 화가들을 동원시켜 32개의 벽화를 완성한 뒤 해마다 6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각광받는 도시 소생사업이나, 몬트리올 근처인 인구 10만의 트로이 리비에르가 “시의 마을”로 탈바꿈되어 관광의 명소가 된 실상, 그리고 훗날 일본 총리가 된 구마모토현 지사인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의 문화에 대한 안목에 의해 현의 이미지가 탈바꿈된 67개의 아트폴리스 프로젝트 <도시, 미래로 미래로>의 경이적인 변화나 발상의 전환에 의해 180년의 경공업도시인 고베에서 세계적인 포도주가 생산되는 실상, 그리고 밀레의 ‘만종’이 그려진 산실이 지역경제와 연계되는 문화유산의 소중함이 다시금 확인할 타당성이 따른다.
그 같은 까닭에 우리나라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겪는 한․일의 감정 갈등의 문제가 어디까지나 예술문화를 통한 감동으로 해소된다는 점은 확인되어야 한다. 새삼스레 오페라 <명성왕후>, TV 드라마 <겨울 연가>를 통해 일본인들이 우리국민에게 갖는 감정을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전이(轉移)시키는 점은 긍정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또 하나 세계의 올림픽의 열기가 항상 잔존하는 그리스의 고로후 지방은 포도의 명산지이듯이 강원도의 강릉에도 질 좋은 감(紅柿)이 생산된다. 마치 ‘강릉의 홍시를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의 영혼은 하늘나라에 갈 수가 없다 ’라는 말이 보편화 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발상전환은 다양하고 폭넓게 전개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나 기업, 그리고 개인들은 미래상품을 개발하여야 하고 바로 그 원동력이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며 시적 상상력의 확장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저마다 처해 있는 공간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확인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문화상품의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보다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경쟁력 있는 현대 문화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절실히 요청된다. 따라서 ‘승려와 시인이 살이 찐다는 것은 그 시대가 불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인도의 격언이나 죤 러스킨의 지적처럼 '시인의 시대적 소임'을 확인하여야 할 문인들은 예술에 대한 생산적 인식과 경영마인드, 깊은 사유의 그물망에서 비롯되는 모국어로 행복한 글쓰기 작업을 통해 하찮은 명예나 인기에 영합하지 말고 별처럼 고귀하고 당당한 자존감을 지니되 높은 자유와 꿈, 그리고 따뜻한 감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민주주의의 꽃인 ‘따뜻한 정 나눔’을 오로지 실천궁행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