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주는 선물 해루질
여행여름 휴가철을 맞은 8월의 갯벌은 호미를 들고 삼삼오오 찾아드는 사람들로 붐빈다. 초보자도 쉽게 갯벌 체험(해루질)을 즐길 수 있는 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글 문유선 여행작가
해루질 열풍이 뜨겁다. 밤에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을 충남, 전라 방언으로 해루질이라 한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개와 전복, 낚지 등을 연예인들이 직접 채취해 요리하는 장면이 소개된 이후 전국의 갯벌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동호회가 결성되고 고가의 해루질용 장비를 갖추고 주말마다 갯벌에 나가는 마니아도 등장했다.
가끔은 안타까운 갯벌 고립 사고 소식도 전해졌지만 해루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갯벌 체험은 물때를 맞추면 반은 성공이다. 바다 물때표(조개잡이 적합한 시간) 및 바다 날씨는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저 재미로 몇 마리 잡는 수준이라면 대단한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장화와 장갑, 집게, 호미, 채집물을 담아올 그릇 정도만 있으면 된다. 지자체, 어촌계, 펜션 등에서 도구를 빌려주는 곳도 많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초보자도 쉽게 해루질을 즐길 수 있는 바다 여행지를 소개해 본다.
풍광 멋진 갯벌 체험장, 제주 오조리제주에도 명품 갯벌이 있다. 오조리 조개 체험장이나 한도교를 입력하고 찾아가면 된다.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해루질을 즐길 수 있다.
오조(吾照)는 바다에 떠 오른 아침 해가 햇살을 펼치면 가장 먼저 닿는 마을이라는 의미이다. 오조리의 옛포구인 ‘오졸개’는 성산일출봉과 고성리 사이에 육계사주와 식산봉이 파도와 바람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줘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물이 빠진 갯벌은 바지락, 고동, 게 등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은 바지락이다.
제주 성산일출봉과 오조리 조개잡이체험
해루질 성지, 전북 고창전북 고창 하전갯벌마을은 국내 최대의 바지락 생산지로 유명하다. 바지락 양식장 면적이 1,200여 ha에 이른다. 변산반도의 남쪽 해안을 마주 보는 긴 해안선과 마을 앞으로 펼쳐진 광활한 갯벌에 가슴이 뻥 뚫린다.
마을에서 바지락과 꽃게, 골뱅이, 소라잡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성인 1인 요금 1만 2,000원). 장화부터 갈퀴와 바구니 등 기본적인 장비 일체를 빌려줘 몸만 가면 된다. 갯벌 한가운데까지 트랙터를 연결해 만든 셔틀버스가 데려다준다.
전북 고창 하전마을의 갯벌체험 프로그램
해루질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구시포해수욕장에 가자. 바닷물이 멀리까지 빠져도 해수욕장의 바닥은 펄 갯벌이 아니라 고운 금모래가 깔려 있어 해수욕을 즐기기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수욕장 1km 앞에는 둥근 쟁반 같은 자태의 가막도가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낸다. 여기서도 해루질로 백합, 동죽 등을 잡을 수 있다.
람사르고창갯벌센터에 가면 갯벌 탐방 전기차를 타고 명예습지생태안내인의 풍부한 해설과 함께 30분 동안 고창갯벌을 돌아보는 체험 활동이 가능하다. 캠핑을 즐긴다면 고창군에서 운영하는 동호국민여가캠핑장이 있다.
고창 구시포해변에서 알록달록 귀여운 장화를 신고 조개캐기에 열중하는 꼬마들
하전갯벌마을은 국내 최대 바지락생산지다.
바지락 외에 꽃게 잡기 체험도 가능하다.
신비로운 모래섬 풀등, 인천 대이작도인천 연안부두에서 약 44km 떨어진 대이작도는 깨끗하게 단장한 세 개의 마을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숨 쉬는 곳이다.
물이 빠지면 바지락을 비롯한 조개를 쉽게 채취할 수 있고, 게, 낚지 등을 잡는 본격적인 해루질에 도전해 봐도 좋다. 펜션 주인 등 현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4km에 이르는 작은 섬이지만 두 개의 산과 네 개의 해수욕장이 있어 다채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대이작도를 더욱 신비로운 섬으로 만드는 것은 ‘풀등’이다. 하루 두 번 썰물 때 드러나는 모래섬 풀등은 파도와 바람에 따라 매일 다른 모양과 넓이, 무늬를 만들어내며 해양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섬의 동남쪽 끝에는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영화 ‘섬마을 선생’의 촬영지 계남분교가 있다.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는 섬 속의 섬, 인천 대이작도의 풀등
인천 대이작도 갯벌에서 건져 올린 생물은 싱싱함을 머금고 있다.
충남 서산 중리어촌체험마을충남 서산시와 태안군 사이의 가로림만은 드넓은 갯벌을 품고 있다. 중리어촌체험마을에서는 이 갯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이 체험마을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추고 손님을 맞는다.
대표적인 체험은 ‘바지락 캐기’.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하며 체험요금을 낸 뒤 갯벌에서 바지락을 캘 수 있다. 마을 안내소에서 체험도구를 대여할 수도 있어 두손 가볍게 가도 좋다. 가로림만의 풍경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면 하룻밤 묵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같이 둘러보기 좋은 곳도 많다. 마을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웅도는 바다 갈라짐 풍경이 극적으로 펼쳐진다. 의상이 창건한 서산 부석사는 여름철 초록빛 숲과 어우러지는 사찰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충남서산 중리어촌체험마을의 갯벌 체험장
중리어촌체험마을 인근의 웅도바다 갈라짐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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