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 하하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담벼락 아래 아주 조막만한 새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는게 눈에 띄었다.내가 다가가도 움직이지도 않고 날아갈 생각을 않는다. 발걸음을 멈추고 앉아서 쳐다보니 눈만 껌뻑거리며
도통 움직이질 못했다.이대로 두면 곧 죽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 어쩌지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이대로 두면 곧 죽을것 같은데......' 시간을 보니 점심 챙겨주러 가게에 나가봐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나 있었다.. 내마음이 급해서 할수없다 싶어
일단 가게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다시 와 봐야겠다 마음먹고 서둘러 일어섰다.
집에 들어와 점심 챙겨 들고 나갔다
일정표를 보니 큰딸이 조대병원 예약을 해논 상태라 애기를 봐 주러 큰딸집으로 가야 했다
점심 먹고 바로 갔다 집에 돌아오니 6시가 넘었다. 그사이 그일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다음날 아침 6시에 눈이 떠졌는데 갑자기 그 잿빛의 조그만 새가 생각 났다.
' 아! 어떡해, 깜빡 잊어버렸네 어쩌지...... 돌아다니는 짐승들 먹잇감이 돼 버렸으면 불쌍해서 어떡하지......'
아침에 나가보니 역시나 없다. 흔적도 없다..... 이렇게 허망할 수가
마음이 안타까워 그날은 하루종일 심란했다. 괜히 내탓인것 같고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다른 짐승들의 먹이가 되지 않고 묻혔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마음에 스스로 자책도 했다. 그러다 문득 옛 일이 생각 났다. 우리애들 어렸을적에 병아리를 키우다 얼마 못가고 죽게되어 아파트 뒷뜰에 묻어준 기억이 난다. 그시절에는 봄이 되면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추어 병아리 장사들이 상자에 노란 병아리들을 담아놓고 팔곤했다.아마 그때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사 줬을 게다.얼마 못가 죽을걸 알면서도......
몇해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 신해철의 노래가 생각 났다.
신해철이 어린시절 처음으로 죽음을 접하고 난 후 만든 노래라는 말이 생각나 가사를 찾아 보았다.
날아라 병아리
육교위의 네모난 상자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속으로 들어가
우리집 앞 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 눈으로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친구
내 두 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지
어느 밤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슾픈 눈으로 날개짓하더니
새벽무렵 차디차게 식어 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 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수 있었지
나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말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첫댓글 지음 님처럼 고운 심성의 또 다른 발견자가 잘 치료해주었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 안타까움이 한층 가벼워 질거예요.
날 짐승이 하늘을 힘차게 날아다니니 참 힘이 넘치는 모양이지! ? 하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 보면 가냘프기 한이 없습니다. 하기야 가냘퍼야 잘 날 수 있으니까겠지요.
매가 산비들기를 낚아 채기위해서 공중비행하다가 학교 유리창에 부딪혔어요. 비들기는 죽고 매는 날개가 부러졌는지 눈은 매섭데요만, 경계는 하는데 저항의 힘이 없으니 자포자기 그래 숲속에 놓았는데 없어졌어요. 아마도 죽었겠지요.
그래도 땅에 사는 동물이 힘있고 든든합니다. 화려하게 비상하는 날것은 사실 힘이 없답니다. 묵묵히 그냥 걷는 것이 최고일지요.
동문서답했습니다.
'날아라 병아리'. 밝은 내용일거라 생각했어요.故신해철님 故노회찬님이 떠오릅니다.노래가 참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