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사유? 편의에 따른 낙태 허용”
생명존중법조팀, 법안 분석… “전면 허용과 같은 결과 초래 우려”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소위 낙태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 중 하나가 바로 임신 15∼24주 사이, 낙태가 가능하도록 한 기존 모자보건법상 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법률가들로 구성된 생명존중법조팀(가칭, 이하 법조팀)이 그 부당함을 지적했다.
이 법조팀은 해당 개정안을 분석해 12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개정안은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낙태 허용 사유로 하고 있다(안 제270조의2 제2항 제3호).
“생명권 박탈 조건으로 보기엔 법익 균형성 현저히 일탈
내용 구체적이지 못하고 모호… 법률 명확성 원칙 위반”
법조팀은 “이 사건 헌재 결정의 다수의견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지 아니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하면서, 구체적으로는 ①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에 대한 우려 ②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불안정한 경우 ③자녀가 이미 있어서 더 이상의 자녀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 ④부부가 모두 소득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느 일방이 양육을 위하여 휴직하기 어려운 경우 ⑤상대 남성과 교제를 지속할 생각이 없거나 결혼 계획이 없는 경우 ⑥상대 남성이 출산을 반대하고 낙태를 종용하거나 명시적으로 육아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는 경우 ⑦다른 여성과 혼인 중인 상대 남성과의 사이에 아이를 임신한 경우 ⑧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 배우자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된 경우 ⑨아이를 임신한 후 상대 남성과 헤어진 경우 ⑩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등’ 10개를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그런데, 위 사유들은 너무나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과연 생명권과 비교 형량할 때 생명권을 후퇴시킬 명분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다거나 소득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 또는 아이가 추가되면 감당할 여력이 없다거나 임신 후 상대와 헤어지거나 결혼 계획이 없어진 경우, 혼인 파탄되었다는 등과 같은 정도의 사유로 중대하고 존엄한 인간 생명의 박탈을 허용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가 용인하는 합치된 의사인지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여성의 사회·경제적인 생활상의 편익를 위하여 천부의 생명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은 천하보다 귀한 인간의 생명권을 너무나 경시한 것이며, 사회 경제적 이유를(그로 인한 임부의 곤경을) 태아 즉 인간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조건으로 보기에는 법익 균형성을 현저히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나아가, ‘사회적·경제적 사유'는 그 개념과 범위가 매우 모호하고 그 사유의 충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며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의 허용은 임신한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여 일반적인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는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모호하고 광범위하여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는 생활의 전 영역을 포괄할 수 있어 외연이 분명하지 못하며, 이 사건 헌재 결정이 들고 있는 예시들을 보더라도 여성이 생활상 불편한 경우를 모두 포함시킬 수 있고, ‘심각한’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 무엇이 심각한 것인지가 내용이 불명하며, ‘곤경’(국어 사전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나 처지’를 의미)은 추상적 표현으로 정신적, 정서적 내용도 포함될 수 있어 대단히 불명확한 개념에 해당하여, 처벌 관련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는 여부가 특정되지 못하는 바, 헌법상 법치국가적 요청인 예측가능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위헌성을 지닌다”거 했다.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이 보다 근본적 방안”
법조팀은 “낙태를 허용하지 아니함으로써 여성이 겪게 되는 곤경은 그 바탕이 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 즉 미혼모에 대한 지원 부족 및 부정적인 인식, 열악한 보육 여건, 직장 및 가정에서의 성차별적·가부장적 문화 등을 해결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아울러 “임신은 여성 혼자가 아닌 남녀의 문제이므로, 국가는 미혼부(未婚父) 등 남성의 책임을 강화하는 ‘양육책임법'의 제정,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 여성이 부담없이 임신·출산·양육할 수 있는 모성보호정책, 임신한 부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육아시설의 확충 등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입법을 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회적·경제적 곤궁 등으로 태아를 제대로 양육할 수 없다는 등의 사유로 생명권을 박탈함은 기본권 주체의 동의가 있더라도 금지되어야 하는 바, 태아의 경우 그 동의조차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그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며 “따라서, 사회적·경제적 이유는 태아의 생명권 박탈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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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잔인하고 비겁한 낙태법 개정안
앞으로 임신 14주 이내에 모든 낙태가 허용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7일 입법 예고한 낙태법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은 자기 의사에 따라 임신 14주 이내의 태아는 마음대로 낙태를 할 수 있다. 또 임신 15∼24주라도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을 경우 낙태를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모든 낙태를 합법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형법 제269조 1항(낙태 여성 처벌)과 제270조 1항(낙태 시술 의료진 처벌)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낙태법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행복 추구권을 침해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가 올해 말까지 해당 법률을 개정하라고 하자 정부가 두 달여 앞두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헌재의 판결은 여성의 입장을 고려해 낙태의 처벌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지 정부가 내 놓은 개정안처럼 모든 낙태를 허용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대로라면 임신한 여성이 자기 의사에 따라 얼마든지 태아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 이것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넘어 태아라는 한 인간의 생명을 마음대로 죽이고 살릴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준 것으로 살인에 준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국가가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헌재가 지적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도 생명을 박탈하는 방법으로 그것을 대신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이미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근친관계 간 임신, 임부 건강 위험 등의 경우 임신 24주 이내에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정부의 개정안이 현행 모자보건법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하나 더 보탠 것처럼 보이나 이것이 사실상 모든 낙태를 국가가 허용하고 방임하는 위험천만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아닌 개악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불가항력적인 상태에서의 낙태를 허용한 것이라면 정부의 개정안은 그 결정을 임신한 여성에게 부여함으로써 낙태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이 그렇다.
이 정도라면 국가가 사회의 보편적 양식에 반한 정도가 아니라 잔인해졌다고 해야 맞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비롯, 모든 약자의 편에 선 정부가 잉태한 생명에 대해 마음대로 유린해도 좋다는 법을 만들어 내는 자체가 자가당착이고 반 인권적이다.
‘사회경제적 사유’란 아기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여건과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바꿔 말하면 임신한 여성이 지금의 처지가 아기를 낳아 기를 형편이 안 되면 얼마든지 병원에 가서 낙태를 해도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처지와 여건이란 것이 너무도 자의적이고 유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이 개인의 의사와 행복에 반하지 않는 나라와 사회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국가든 개인이든 생명을 우선시 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성이 지금 당장 아기를 낳아 키울 수 없는 여건 때문에 낙태를 한다면 지금의 40, 50대 이상의 국민 중 이 세상에 존재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일제 해방과 6.25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세계 최빈국에서 못 먹고 못 입고 살았던 부모 세대들이 경제 사회적 이유로 아기를 낳지 않았거나 낳기 전에 낙태를 했다면 지금 인구에 3분의 1도 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이런 개정안을 내려면 먼저 국민적 여론부터 살펴야 한다. 종교계나 당사자격인 여성계의 목소리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바른인권여성연합이 지난 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성인여성 1,214명을 대상으로 낙태에 대한 여성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는 정부의 법안과 배치된다.
이 조사에서 강간,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 위험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33.8%로 나타났다. 반면에 모든 낙태를 허용하자는 의견은 19.9%에 불과했다. 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8%가 사실상 낙태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개정안이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일부 진보적 여성단체에 맞추고 있다는 국민적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태아는 여성의 몸 안에서 잉태한 순간부터 새로운 생명이다. 엄마는 태중의 아기가 건강하게 열 달을 채워 출산하기까지 탯줄을 통해 생명이 자라도록 모든 영양을 공급할 뿐 아니라 마음과 정서까지 공유하게 된다. 임신 14주에서 24주는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 뿐 아니라 모든 기능이 갖춰지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런 소중한 생명을 마음대로 박탈해도 좋다는 법을 어찌 국가가 버젓이 만든단 말인가.
정세균 총리는 지난 10일 임신부의 날을 맞아 기념사에서 “지금 임산부들이 품고 있는 것은 내일의 행복이자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날 내일은 분명 다시 포옹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생명보다 더 큰 희망은 없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다 태아였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이 어머니 태중에서 열 달간 보호받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인격체이다. 따라서 어떤 경제 사회적 여유와 형편이라도 그토록 소중한 생명을 대신할 수는 없다.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국가가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것은 아무 힘없고 연약한 태아의 생명권이다. 입으로는 “생명보다 더 큰 희망은 없다”고 말하면서 그 생명을 마음대로 박탈하는 법을 만든 짓, 이보다 더 잔인하고 비겁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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