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살 공무원 아들 "아빠 죽임 당할때 나라는 뭘 하고 있었냐" 자필 편지 공개
지난달 서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의 아들 이모군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친필 편지가 공개됐다.
이군은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뭘 하고 있었느냐"고 썼다.
피살 공무원 이모씨의 형 이래진씨는 5일 고교 2년생인 자신의 조카(피살 공무원 아들) 이군이 대통령에게 자필로 쓴 편지를 일부 언론에 공개했다. 이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카의 친필로 쓴 ‘대통령님께 드리는 호소문’을 읽다가 (가슴이) 미어지는 줄 알았다"고 쓰기도 했다.
이씨가 공개한 편지는 "존경하는 대통령님께 올립니다"로 시작된다.
이군은 편지에서 자신을 "북한군에게 억울하게 피격당한 공무원 아들"로 소개하면서 "현재 고2에 재학 중이며, 여동생은 이제 여덟살로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했다.
이군은 "(아빠와) 여느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동생에게는 며칠 후에 집에 오겠다며 화상통화까지 했다"며 "이런 아빠가 갑자기 실종되면서 매스컴과 기사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가 연일 화젯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과 저와 엄마는 매일 고통속에서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의 ‘월북’ 주장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이군은 "(아빠는)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적이 없다"면서 "39km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은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대통령님께 묻고 싶다"며 "지금 저희가 겪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군은 또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하셨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공무원이었고 보호 받아 마땅한 국민이었다"면서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얼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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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반박 “수영 전문 아닌 아빠, 조류 거슬러 38km 갔다? 말이 되나”
지난달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된 뒤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에 대해, 군(軍)과 해경, 여당은 ‘월북(越北)한 것’이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씨의 고교생 아들 이모군은 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육필 편지에서 그런 주장을 단순한 ‘감성 호소’ 대신 ‘구체적 근거’와 함께 반박하면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정부·여당 측 ‘월북’ 주장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이씨의 ‘채무’였다. 쉽게 말해 ‘빚이 많아 도망친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군은 우선 부친이 마지막 통화에서도 월북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편지에서 “(아빠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동생에게는 며칠 후에 집에 오겠다며 화상 통화까지 했다”며 “이런 아빠가 갑자기 실종되면서 매스컴과 기사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가 연일 화젯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 가정의 가장을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요”라고 물었다.
가정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늦게 생긴 동생을 너무나 예뻐하셨고 저희에게는 누구보다 가정적인 아빠였다”고 했다.
이씨가 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졌다는 점도 이군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이군은 “아빠가 늦게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던 만큼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셨다"며 “학교에 오셔서 직업 소개를 하실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셨다”고 했다.
이어 부친이 정부 여러 기관으로부터 받은 수상 내역도 하나하나 공개했다.
정부는 ‘조류를 거슬러 올라간 지점에서 발견된 것’을 월북 증거라고 했지만, 이군은 반대로 해석했다. 그는 “(아빠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며 "180㎝ 키에 68㎏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은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북한이 이씨 신상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월북의 증거’라는 일각의 논리에 대해서도 이군은 “총을 든 북한군이 인적 사항을 묻는데 말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군은 부친에 대해 “대한민국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며 “나라의 잘못으로 오랜 시간 차디찬 바닷속에서 고통받다가 사살당해 불에 태워져 버려졌다”고 했다. 이어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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