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얼마전 딸내미가 태어나 TV있는 방에서 자려고 하고 있는데 아랑곳 않고
중계를 보았다 (오늘 하루는 결국 나쁜 아빠가 되었다).
이범호의 안타로 동점이 되는 순간 환호작약하였다. 지던 경기를 뒤집나 싶었다.
그러나 임창용이 이치로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순간 절망했다.
그리고 다르빗슈가 우리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일본팀이 환호하는 순간
속이 상해 TV를 꺼버렸다.
10초동안은 속이 끓어 올랐다. 안타를 허용한 임창용이 나쁜 놈같다는 생각이 들고
같은 팀을 같은 대회에서 5번이나 만나게 만든 엿같은 대진에도 화가 났다.
솔직이 같은 팀을 4강에서 만나 꺾고 준결승전 진출하면 다른 팀은 탈락되어야
하는 single elimination이 보다 합리적이지 않나?
그러나 시끄러운 중계에도 아랑곳 않고 잘자고 있는 내 딸내미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속의 열불이 가라앉았다.
왜냐고? 어린 시절의 한일전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일본야구에게 속된 말로 '쨉'도 되지 않던 시절, 세계야구 무대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던
시절의 한국 야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느 날 신문에서 읽었다. 쿠바와의 경기에서 초반에 홈런을 치는등 선전하였으나
장단 13안타를 허용하며 9-3으로 무릎꿇던 그 경기를...
어느 날 TV에서 보았다. 한대화의 안타 한방으로 콧대 높던 일본야구를
적어도 안방에서 나마 꺾던 순간을...
그러나 일본과의 경기는 그야말로 처절한 투쟁이었다. 당시 우리로서는 최강의 카드라던
최동원 아저씨도 일본타자들에게는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일본야구의 수준은
우리야구인들에게는 속된말로 '넘사벽'이었다. 힘들게 싸워도 지는 일이 더많았고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싸우면 한번 이길까 말까 하던 나라가 일본이었다.
2009년 현재, 일본은 여전히 강팀이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우승과 2009년 WBC준우승으로
분명해진 사실은 '넘사벽'으로서의 일본 야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은 2008년 베이징에서 우리나라에게 두번이나 연속으로 패하며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일본은 절치부심했다. 빅리거는 물론이고 자국리그에서 내노라하는 선수(메이저리그가 탐내는 선수들 포함)들 - 이치로, 이와쿠마, 다르빗슈, 무라타, 조지마, 마쓰자키-등을 총동원했다. 그것도 모자라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타선을 솜방망이로 만들며 망신을 안겨주었던 김광현을 1년간 그 투구폼을 해부하다시피하며 분석하였다. 그리하여 14-2로 우리나라를 한번 이기고 설욕하는가 싶더니...어라라, 작년 일본시즌 최고의 투수라던 이와쿠마를 내세웠는데도 봉중근에게 눌려 영패를 당했다. 신진 에이스라는 다르빗슈를 내세우고도 4-1로 패했다.
물론 결승에서 우리나라 패했지만 일본은 우리나라를 쉽게 이긴 것이 아니다. 빅리거와
자국 리그의 우수선수들을 총동원하고 일본의 분석자원이 총동원되는등의 속된말로 '난리버거지'를 치고 겨우 이긴 것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와의 경기는 연습하듯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으로서도 총력을 다해야 이길 수 있는 것이 한국야구이다.
일부 팬들사이에서는 우리나라가 최고의 멤버들을 동원하지 못해서 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 WBC에 나간 멤버들은 약한 선수들은 아니다. 추신수와 임창용등
해외파와 함께 베이징 올림픽 우승의 주역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특히 나는 올림픽과
WBC를 통하여 이용규 선수의 팬이 되기로 결심하였다. 타격과 주루 능력에서
예전 카디널스의 Ozzie Smith나 오클랜드 A's/양키스에서 뛰었던 Rickey Henderson정도로
대성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하고 싶다). 비록 '역대 최강'은 아니더라도 100점중
90점정도의 팀은 만들어가지고 참가했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그렇지만 역시 나도 역시 아쉬운 생각은 남는다.
이대호, 김태균, 이범호에다 이승엽까지 더해졌더라면...
봉중근, 류현진, 윤석민에다 박찬호가 더해졌더라면...그러나 결과는 나왔다. 아쉬운 준우승이다.
2009년, 한국은 세계 야구의 강팀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전에 올라 일본을 진땀빼게 만들었다.
전력 90점의 팀으로도 일본의 스타군단을 진땀빼게 하였는데...만약 앞으로 우리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일부는 메이저로 진출하여 세계적 선수들과 경쟁하는 가운데 (나는 김태균, 이용규정도의 선수는 메이저로 진출하여야 하고 봉중근도 다시 메이저로 복귀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경쟁력을 쌓이면...하고 생각하고 있다.
바로 이것때문에 내 딸내미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힌 것이다. 내 어린 시절,
일본 야구는 '넘사벽'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야구는 일본야구의 대등한 라이벌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야구실력이 신장된다면...우리 딸내미가 초등하교 졸업할때쯤이면 일본을 이기는 것이
더 이상 '큰 일'로 여겨지지 않는 시절이 올 것이다.
첫댓글야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우리나라 선수들이 어떤 수준인지는 잘 몰랐는데, 경기 하는 걸 보니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 수준에서 전혀 낮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깜짝 놀랐습니다. 과거보다 확실히 발전한 모양입니다. 이제 한국도 WBC '우승 가능국' 중 하나로 꼽을 만한 나라라 해야겠지요. ^^ / 한국이 과거 쿠바에 3:9로 무릎꿇은 경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보니, 예전 축구 생각도 납니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80년대 중반 정도의 어느 날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한국이 끌려다니다가 졌었지요. 경기력이라는 것이 결국 국력과 함께 자라나는 면이 있는가 봅니다. 반드시 '정비례' 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어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고영민이 9회말 2아웃에 하나만 쳤으면, 일본의 젊은 에이스 다르비슈 유를 영원히 매장시킬수 있었다는 기회였다는 점. 만약 그때 고영민이 안타치고 나갔으면, 당장 겜 끝나고, 다르비슈는 패전투수가 되고 모든 패전원인이 될수가 있었을텐데란 생각을 해봅니다. 한일 1차전때 일본킬러였던 김광현 선수가 뼈아프게 점수 주고, 대패한 것을 떠올리며, 우리도 그 중요한 경기에서 했더라면, 한국의 에이스 김광현 선수가 당한 아픔을 똑같이 일본의 호랑이 자식인 다르빗슈에게 되갚아줄수가 있었는데. 사실 전 다르비슈가 나오면서, 3-2로 지고 있더라도 이길거라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거였거든요..
결승에 올라간 것 그것 하나만으로 우린 정말 위대한 승리를 한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비록 졌지만 후회없는 드라마 같은 명승부를 펼친 이런 경기를 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대단했습니다!! 여담이지만 국보급 타자 이승엽 선수가 일본에게 졌다는 소식을 듣고 시범경기에서 분노의 홈런을 날렸다고 하네요^^
첫댓글 야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우리나라 선수들이 어떤 수준인지는 잘 몰랐는데, 경기 하는 걸 보니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 수준에서 전혀 낮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깜짝 놀랐습니다. 과거보다 확실히 발전한 모양입니다. 이제 한국도 WBC '우승 가능국' 중 하나로 꼽을 만한 나라라 해야겠지요. ^^ / 한국이 과거 쿠바에 3:9로 무릎꿇은 경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보니, 예전 축구 생각도 납니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80년대 중반 정도의 어느 날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한국이 끌려다니다가 졌었지요. 경기력이라는 것이 결국 국력과 함께 자라나는 면이 있는가 봅니다. 반드시 '정비례' 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올림픽 때, 김경문 감독, 한기주 주연의 드라마가 다시 나오길 기대했는데.... 역시 다르빗슈의 변화구는 예술이더군요. 우리도 인프라만 잘 구축되면 일본은 우스울 정도의 실력을 분명히 갖게 되리라 믿습니다.
어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고영민이 9회말 2아웃에 하나만 쳤으면, 일본의 젊은 에이스 다르비슈 유를 영원히 매장시킬수 있었다는 기회였다는 점. 만약 그때 고영민이 안타치고 나갔으면, 당장 겜 끝나고, 다르비슈는 패전투수가 되고 모든 패전원인이 될수가 있었을텐데란 생각을 해봅니다. 한일 1차전때 일본킬러였던 김광현 선수가 뼈아프게 점수 주고, 대패한 것을 떠올리며, 우리도 그 중요한 경기에서 했더라면, 한국의 에이스 김광현 선수가 당한 아픔을 똑같이 일본의 호랑이 자식인 다르빗슈에게 되갚아줄수가 있었는데. 사실 전 다르비슈가 나오면서, 3-2로 지고 있더라도 이길거라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거였거든요..
그래도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과 코치진들에게 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구를 탓하지는 않고, 선수들이 그동안 너무 잘해주었기에, 비난보다는 칭찬이 가는 것은 당연한거겠지요.
결승에 올라간 것 그것 하나만으로 우린 정말 위대한 승리를 한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비록 졌지만 후회없는 드라마 같은 명승부를 펼친 이런 경기를 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대단했습니다!! 여담이지만 국보급 타자 이승엽 선수가 일본에게 졌다는 소식을 듣고 시범경기에서 분노의 홈런을 날렸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