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준비를 딸하고 한다. 특별히 준비라고 할것까진 없을지도 모른다. 제사 개념이 없으니까. 그저 온 식구가 모여 밥 먹는게 전부다. 추모 예배 형식도 아니고, 전통의식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그냥 소박한 음식을 마련하고 함께 먹는게 다다. 처음엔 차려놓는 듯 싶기도 했는데, 조금씩 변화를 거치는 동안 더 간소하게 되었다. 딸도 시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오래다. 처음엔 막내 시누이가 제사며 명절에 열심인것 같았는데, 조금씩 힘이 빠지는듯 하더니 유명을 달리하고 부터는 간소하게 격식없이 지내게 되었다. 명절음식에 집착하는 것도 우리세대 사람들 얘기고, 음식이 넘처나는 요즈음 사람들에겐 먼 얘기같다. 잡채 한팩을 사고, 소 불고기도 한봉지 샀다. 전을 부치기는 하지만 그것도 최소한이다. 나물도 2-3가지 한다. 딸은 시큰둥 하면서도 곧잘 하고있다. 나는 도란도란 하는게 좋아서 이런 명절이 싫지않다. 들어오는 것도 쏠쏠하다. 딸이 과일이며 캔이며 김을 싸들고 왔고, 사위는 이번에도 정관장에서 나오는 홍삼진본을 사왔다. 짐보따리를 가지고 왔다갔다 하는게 즐거움이 아닐까. 그냥 번거롭고 싫기만 한것은 아닐탠데,,, 호주머니 사정만 원만하다면 좋은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저런 핑개가 생기는 것도 따지고보면 호주머니 사정 때문이라고 하겠다. 호주머니 형편을 살피느라 늘 망서리며 살고 눈치보며 사는게 현실이다. 이런 명절만이라도 형편 따지지 않고 살았으면, 그럴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딸도 아들도 그리 좋은 형편은 아니다. 며늘은 뭔가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데 잘은 모르지만 외벌이나 다름이 업고, 사위도 외벌이다. 딸이 알뜰하고 아이를 잘 돌본다고는 해도 그건 핑개고, 개을러서, 일하기 싫어서 전업주부 하고있다. 아들하고 사위가 결국엔 무거운 짐을 홀로지고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삶이 힘들고 고단한 것일까. 좀 넉넉하게, 여유를 누리며 살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것일까. 다들 잘 살아보려고 무진 노력을 다 한다. 그럼에도 원하는 만끔 살아지지가 않는다. 잘 사는 사람들 보면 무지 부렵다. 나도 한번이라도 잘 살아보고 싶다. 정말이다. 비싼게 아니라도 선물도 하고, 생색도 내고, 우쭐대고, 이런게 사람사는 모습아닐까. 어쩌면 그렇게도 단 한번도 이런 세상을 못살았다. 늘 빈손이 부끄럽고, 민망하고,,, 그랬다. 나이를 먹고 늙어지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결코 아닌것 같다. 밥을 먹으려 가도 밥값을 낼수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분명히 다르다. 어떻게 같을수가 있겠는가. 선물을 하나 받아도, 더 좋은것으로 답례를 할수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당연히 다르다. 값을게 없는 사람은 선물이 반갑지 않다. 반가워 할수가 없다. 정말이다. 좀 잘살지, 정신차리고 살지. 아니, 정신줄 놓은적 없다.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밖에는 안되었다. 무능을 타고났고, 재주도 없으니 당연한가? ㅎㅎㅎ 할말없다.
딸이 돌아가고 치우는 일도 끝이났다. 보리차도 끓였다. TV 보는 일만 남았다. 울 며늘은 오늘도 일을 하겠지? 명절인데도 할일이 있다는건 좋은 일이다. 쓸쓸하거나 외롭거나 하지않다면 다행아닌가. 사람 사는 집이라면 이런 명절에는 전부치는 기름냄새가 나야 한다는 것도 편견이 되었다. 긴 명절 연휴에 기름냄새 안맡고 여행가는게 진짜 조상덕이란다. 모르겠다. 외계인이 많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