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 5일장의 약장수
우리 고향 송정리에는 예나 지금이나 5일장이 열린다. 어렸을 적 기억으로 장사꾼들이 군데군데 하얀 천막을 친 송정 5일장은 규모가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소 시장, 토끼랑 닭 시장, 쌀가게, 국밥식당, 왕대포집, 국화빵집은 물론이요, 동동구루무 장수, 약장수 등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정말 풍성했다.
“펑!” 뻥튀기 기계 터지는 소리엔 귀를 막고, “골라 골라!” 와글와글 시끌벅적한 소리, 구름처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장은 그야말로 인간미(人間美) 넘치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특히 가장 인기를 끄는 건 ‘약장수’였다. 판을 깔고 노래·차력·마술 등 시범을 보이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손에는 붕대를 칭칭 감고 굳은살 박힌 손날로 차돌을 힘껏 내리치는 격파 시범을 보이는가 하면, 때론 이벤트성으로 작두타기 시범도 보인다.
그렇게 사람들을 모아 놓고서는 뱀 한 마리를 끄집어내 이른바 ‘만병통치약 선전’을 시작한다.
“애들은 집에 가라! 애들은 집에 가고, 아부지 오시라 혀라! 자, 이 비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지리산에서 20년, 계룡산에서 20년, 도합 40년을 산삼만 뜯어먹고 지란 비얌이여 비얌! 이 비얌으로 만든 만병통치약!! 오줌발이 시원찮은 분, 사타구니 밑이 축축하신 분, 밤이면 밤마다 마누라 눈치만 살살 보시는 분들!
자, 한번 잡숴봐! 효과 100프로여 100프로! 요강이 깨지고 전봇대가 뿌러져! 아침 밥상이 확 달라진당께! 자, 한번들 잡숴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여!!
그렇게 뱀을 잡아 각종 약재(藥材)를 넣어 만들었다며 작은 쥐약병에 든 가루약을 판매한다.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살금살금 그 약을 사곤 한다.
약 하나 팔기 위해 온몸을 던져 그야말로 입에 게거품 나도록 외쳐대는 그들에게 인간미가 있기도 하고,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에 또는 본인들이 먹기 위해 기꺼이 약 한 병씩을 산다.
어쩌면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재치 있는 입담과 익살스러움, 해학과 낭만으로 웃음을 유발해 준 대가로 속는 줄 알면서도 약을 산지도 모른다. 정겨움과 따스함이 묻어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재래시장 5일 장터 어디를 가도 그런 광경은 찾아볼 수 없으니 아쉽기 짝이 없다. 그리운 추억의 향수(鄕愁)로만 남아 있을 뿐~~~
첫댓글 자, 한번 잡숴봐! 아침 밥상이 확 달라진당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