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전에 눈에 콩깍지가 끼여 백년해로를 약속은 했지만
이 나이가 되어서 알콩달콩까지는 아니라도
때론 손도 잡아주며 버킷리스트 여행을 다니고 있으니
찔긴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융통성없는 인생이라고 해야 하나~!
엇그제의 단양 여행에 이어
오늘도 안쥔과 둘만의 시간을 마련하여
멀리 남도의 신안으로 긴 걸음을 나섰다
압해도를 지나 천사대교에 들어서기 전 송공항 부근에 멈춰서서
자꾸 눈길을 붙잡는 동백 가로수와의 조우로 입도 신고식을 치룬다
이나무 열매?
제한 속도 60km인 천사대교를 건너고!
<천사대교의 길이는 7,220m로 교량 건설에 9년이 걸렸다네>
압해도에서 암태도로 들어와 예의 그 삼거리에 그려진
벽화 부부의 미소와 풍성한 동백꽃 모자를 배경으로 기념 컷을 한다
지난 번(1/23)에 왔을 때는 정보도 없이 감으로만 추측하여
이 곳에서 오른쪽 자은도로 향했었는데
오늘은 담벼락에 씌여진 거리 표시(16.4km)를 확인하고
왼쪽 도로로 거침없이 진입한다
살기좋은 고장 안좌면의 표시석을 지나고!
약 3시간 30여분만에 380여km를 달려
네비가 가르쳐준 안좌면 소곡리 퍼풀교 앞에 도착했다
일명 보라색 섬으로 불리는 박지도와 반월섬을 잇는 퍼풀교는
이 섬들의 상징물이 되어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유도한다
차가 도착한 곳은 소곡리(두리)이고
박지섬은 547m의 퍼풀교를 건너야 된다
주차장 부근에서 노점으로 김장사를 하고있는 상인에게
근방의 숙소를 물색하니
박지도에 자기 친구가 운영하는 민박집이 있다고 전화를 연결해 준다
547m의 두리 - 박지도 퍼풀교를 건넌다
물이 빠진 갯벌위에 보라빛 목교가 긴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안간힘을 쓰는 저녁 햇살은 차안에서 움추렸던 몸을 슬며시 풀어준다
보라색은 안쥔이 좋아하는 색깔로
섬 전체가 보라색으로 꾸며졌다는 박지도와 반월섬은
안쥔의 은근하 기대를 받던 로망의 섬이었다
오후에 출발을 했더니 벌써 해가 뉘엿해졌고
다리 건너의 민박집 주인은 출타를 해야 한다기에
주변 구경도 미룬채 부지런히 다리를 건너야 했다
박지도란 바가지를 닮은 섬으로 배기마을로도 불린다고 한다
다리만 건너면 바로 숙소가 있는 줄 알았는데
웬걸 소개한 민박집은 다리를 건느고서도 다시 1.5km정도를 더 들어가야 했다
마중을 나온 민박집 주인이 트럭에 실어 섬의 가장 끄트머리 마을에 내려준다
민박집 부근의 식당에서 겨우 저녁밥을 먹게 되었는데
가격 대비 주문한 음식은 많이 실망스러웠다
메뉴판에 17,000원짜리 갈치찜을 시켰으나
갈치는 푸실푸실한 냉동 갈치찌개였고
공기밥 값을 별도 1,000원을 더 받아 18,000원짜리 식사가 됐는데
반찬도 부실하고 맛도 입에 맞지않아
아침식사로 주문했던 전복죽은 취소했다
마을 정자 옆에 낙서처럼 씌여진 '가고싶은 섬 인증서'
우리가 묵었던 박지마을 민박집
주인이 어부라서 생선구경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주인장은 섬밖으로 술 먹으러 간 모양이라
하룻밤 잠만 자고 나와 버렸다
(민박 요금 60,000원)
멀리 섬여행을 왔는데 초저녁부터 잠만 자기가 억울할 것 같아
마침 포근한 저녁 바람을 안고 왕복 5km를 걸어
퍼풀교 야경을 구경하러 나갔다
<반월도 갯벌의 노을>
각가지 색으로 변하는 퍼풀교 야경과 박지도의 상징인 바가지 모형
민박집은 조립식 건축이라 윗풍은 있어도
전기판넬을 켜고 잤더니 바닥은 뜨뜻하여
그런대로 잠은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4시반쯤 기상하여 누릉지를 끓여 아침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어스름속에 마을 뒷산인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왔다
이 길을 따라 해안길을 걸어도 퍼풀교까지 2km라니
어젯저녁 걸은 길과 거리도 비슷하고 안 가본 길이라 군침은 돌지만
숙소에서 짐을 챙겨오지 않았으니 어쩐다
조망도 시원하고 언덕바지에 라벤다 등 보라꽃 정원이 조성돼 있지만
아직 시기가 아니라서 꽃구경은 생략하는 아쉬운 여행이 돼버렸다
박지마을은 보라색 지붕밑에 10가구 미만의 어민들이
바다를 터전삼아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는 곳이란다
밭가장자리의 광대나물꽃
어젯저녁 식사를 한 곳인데
군에서 위탁한 호텔도 함께 운영중이라지만
차량을 갖고 들어 올 수가 없어 난처한 곳이다
해안에 도보길이 조성되어 있으나
그늘이 없어 한낮에는 겨울철에도 걷기가 불편할 것 같다
멀리 보이는 섬은 장산이라는 이름을 가졌단다!
마을을 빠져나와 언덕에 올라서자
그제서야 미세먼지 속에 갇혀있던 햇님이 고개를 내민다
어쨋거나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부탁드리고!
반월도 퍼풀교 입구로 들어선 안쥔
새벽 추위가 염려됐지만 날씨는 그런대로 포근하고 바람도 잠잠하다
갯고랑(갯골)
어선이 아니고 유람객들을 실어주는 유람선인 것 같다
1km쯤 떨어져 있던 반월도 입구의 표시석과 화장실 건물이 가까워진다
화장실도 들리고 / 안내판도 들여다 보고 / 섬 둘레를 걸을 방향도 정하고!
반월도를 한바퀴 걷는데는 5.1km에 1시간 반쯤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시계방향을 따라 왼쪽길 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방금 건너온 반월 퍼풀교와 박지도 위로 솟은 햇님이
우리들의 걸음을 응원하는 것 같았다
낙지를 산란 시키는 낙지목장이란다
섬을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첫번째로 만나게 되는 집은
인동 장씨의 제각건물이다
간간히 만날 수 있는 동백꽃은 벌써 끝물인지 시들어 가고 있었고!
반월도 당숲
비틀리고 구부러진 수령 350년의 팽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작은 숲이다
쉼터에 앉아 간식으로 마른입을 달래고!
선착장과 교회가 있는 인동 장씨 세거촌 마을 안길로 들어선다
교회 옆으로 어깨산을 넘는 산길코스도 있는 것 같았으나
우리는 편안한 해안길을 따르기로 했다
마을안에서 만난 동백과 퓨리뮬러 그리고 유채(?) 갓(?)
선착장을 멀리로 보면서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둘만의 걸음으로 조곤조곤 넘는다
마치 섬 전체를 차지한 것 처럼
관광객은 물론 마을 사람들조차 만날 수 없는 호젓한 걸음이었다
바다목장
토촌 마을이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
어깨산에서 흘러온 물을 가둔 저수지가
금물결로 반짝이는 갈대숲을 살랑이며
낯선 여행객의 들뜬 마음을 살포시 안아준다
부근에 농경지가 있었더라면 요긴하게 쓰였을 담수호인데...!
선착장을 바로 앞에 둔 토촌 마을은 먼발치로 구경만 하고!
반월도 트레킹의 종점이 된 반월 선착장에서
우리는 유람선이 아닌 부교로 진입한다
건너편의 매표소까지 부교로 연결된 380m의 이 다리는
교각이 없어 풍랑이 일때는 노약자들은 위험하다지만
오늘은 약간의 흔들림을 즐기는 낭만의 다리일레!
문브릿지 입구에서 손을 올려 하트 모양이 아닌 반달을 그려
50년이 넘은 애정을 표시하는 안쥔!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면서도 씩씩하게 걷고 있고
박지도와 반월도를 연결하여 10km가 넘는 길을
새벽부터 3시간여를 걸었으니 약간 피로할 만도 하건만
생기 넘치는 소녀처럼 여전히 쫑알대며 옆을 지켜준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