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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내용이 전혀 예측되지 않았다. 부제에 적힌 ‘내주머니에 꽂은 빨대’라는 개념도 그렇고, ‘끌려 다니지 않는다’는 표현을 통해서도 그 내용이 쉽게 유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지금, 저자가 왜 책의 제목을 이렇게 붙였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오히려 더 작은 글씨로 쓰인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라는 표현이 책의 내용을 적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어쩌면 책의 제목이나 부제를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표현으로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전체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바가 적지 않았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나이가 들면서 내 삶의 모토 중의 하나는 ‘느리고 불편하게 살자!’이다. 그래서 여전히 운전면허를 따지 않고, 01X로 시작되는 2G폰을 고수하고 있다. 필요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아주 급하게 갈 곳이 있으면 운전을 하는 아내에게 부탁해서 함께 가기도 한다. 누군가의 부탁으로 하나씩 들었던 보험들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수년 전 모두 해약을 해버렸다. 직장에서 매년 갱신하는 생명보험을 가입해야만 하고, 또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돈을 보험료로 충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매월 연금과 공제에 적립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과감한 결정을 할 수가 있었다.
모두 4개의 항목을 통해서 세세하게 생활 습관이나 삶의 태도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는 저자의 조언들은, 꼭 실천하지 않더라도 한번쯤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프리랜서인 저자와 달리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휴대전화를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아파트 대출금이나 학원비 등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가를 소유하고 있는 저자는 집의 규모를 줄여서 옮길 수 있는 여력이 있어서 실행을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조언이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불필요하게 지출되었던 부분은 없는지 따져보는 계기는 되었을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도표로 제시된 ‘절약의 실례’들은 독자들에게 유익한 참고자료의 역할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제1장에서 현대인들의 생활 습관에 맞추어, ‘기업에 끌려’ 불필요하게 지출하는 부분은 없는지를 살피면서 ‘당신을 위한 상품은 없다’고 조언을 던지고 있다. 이 항목에서 ‘삶을 힘들게 하는 다섯 가지’로 통신비와 보험료, 자동차와 관련된 지출과 아파트 대출금, 그리고 자녀들의 학원비를 꼽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 항목들의 지출 비중이 높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밖에도 세탁기와 냉장고의 규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효율적인 장보기와 식문화가 개선될 수 있다는 내용에도 대부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집에도 어느 사이에 점점 커지고 하나씩 늘어난 냉장고로 인해, 때로는 요리를 하려고 구입했다가 잊힌 식재료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상태라면 다행인데, 결국 먹지 못하고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서는 모두 5개의 소 항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저자의 사례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삶에 끌려’라는 관점에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기보다 세상의 흐름이나 남들의 시선에 의해 ‘끌려 다니지 않기’를 강조하기도 한다. 제3장에서는 ‘업자에 끌려’라는 부제를 통해, 편리함을 좇기보다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에 ‘한쪽만 보다가 많은 것을 잃는다’라고 조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4장에서는 ‘기득권에 끌려’라는 입장을 통해, 나와 무관한 세상살이의 흐름을 마치 자신이 따라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그들이 만든 세상’에 휩쓸리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내의 차에는 고속도로 요금이 자동으로 정산되는 하이패스가 달려있지 않다. 다소 불편하지만 내가 약간의 요금을 더 부담하더라도 요금 징수원의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편리함과 경제적 측면에서는 하이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일자리를 하나 유지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그러한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새삼 ‘행복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마다 그에 대한 답변은 다를 것이며, 또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에 대한 지금의 대답은 다소 추상적이고 막연한 내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상 나 혼자만이 아닌, 내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늘 전제되어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예로 들어 구체적인 내용을 풀어내고 있지만, 결국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각자의 몫이라고 이해된다. 저자의 조언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 혹은 이러한 조언을 통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등등의 문제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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