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윤동희는 숙희 아버지와 숙희에 대한 원한을 품는다. 이대로는 물러설 수 없다며 혼 내줄 방법을 찾는다. 결혼을 반대하는 정 회장을 죽여야겠다며 계획을 세운다. 윤동희는 몇 날 며칠 정 회장의 출, 퇴근 시간을 체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오전 8시 30분이면 자가 운전으로 정확하게 회사가 있는 양평으로 출근한다. 저녁은 일정하지 않았다. 들쭉날쭉하다.
범행하기에는 정확하게 출근하는 시간에 범행을 저질러야겠다며 계획을 세운다.
친구 석훈에게 전화를 한다.
석훈아! 나 좀 도와줄래?”별것 아니고 숙희 있잖아. 그 애와 헤어졌어. 내 기분이 지랄이야. 미칠 지경이다. 그러니 좀 도와줘.”내일 모레 수요일 오전 8시에 만나자.”
석훈이는 어리둥절하다. 뜬금없이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하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동희야! 무슨 일인데 이른 시간에 만나자는 거야? 왜 숙희 씨랑 헤어졌냐? 숙희 씨와 화해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달라는 거냐? 뭐냐? 결혼할 거라고 했잖니?”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여쭤본다.
“동희야!” 도와줄 일이 뭔데? 알아야 도와주든지 말든지 하지, 안 그러냐?”
“숙희 아버지가 우리 결혼을 반대해서 그래. 자세한 거는 모레 수요일 아침 8시에 만나서 말해 줄게. 수요일 아침이다.” 윤동희는 석훈이와 만나기로 한 편의점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굳은 결심을 한다. 상습범, 사기꾼, 웃기고 있네! 인생의 쓴맛을 보여 줄 거야.” 저만치에서 석훈이가 헐레벌떡 오면서 말을 건넨다.
“야, 너 때문에 오늘 출근도 못 했어. 무슨 일인데 이른 아침에 만나자고 하니?”
윤동희는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 들고 나오면서 “석훈아, 고맙다. 역시 너는 내 친구다. 다른 부탁이 아니고 저 아파트 입구에서 8시 30분 정도에 숙희 아버지 자동차가 나올 거야. 파란색 자동차야 번호는 1234거든. 그 자동차가 입구에서 나오면 나한테 전화만 해줘. 그게 부탁이야. 그럼 갈 테니 꼭 부탁한다.”
동희야! 그게 다야? 석훈이는 어이가 없다. 이른 아침에 약속해서 기껏 도와달라는 게 숙희 아버지 자동차가 나오는 것 확인되면 전화만 해주라는 부탁에 어리둥절하며 알았다며 약속했다.
정문 앞에서 나오는 자동차들을 보고 있는 석훈이는 동희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8시 30분을 넘겨 40분이 되어도 기다리는 자동차는 나오지 않는다. 8시 50분이 되어도 숙희 아버지 차량은 나오지 않았다. 윤동희로부터 전화가 왔다.”야! 석훈아 50분 넘었는데 숙희 아버지 자동차 놓친 것 아니냐?”잘 보랬잖아.” 윤동희는 석훈에게 짜증을 낸다.
“동희야, 눈 빠지게 보고 있다. 그런데 아직 나오지 않았어.” 석훈은 억울하다는 말투로 투덜거리며 동희와 통화를 한다. 석훈이 급하게 동희를 부른다.
“동희야!” 동희가 말했던 파란색 자동차가 나오고 있다
동희야! 네가 말했던 파란색 자동차 1234 번호 자동차 지금 나오고 있어.”근데 왜 그러니?”이유라도 알자.”
동희는 나중에 알게 될 거라면서 전화를 마친다.
출발했다는 석훈의 전화를 받고 동희는 잠시 생각한다. 항상 8시 30분이면 출근하는 숙희 아버지가 오늘은 늦게 출발한 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깊은 숨을 몰아쉬며 살아온 시절들을 잠시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없었다. 숙희를 만나 인생 바르게 살려고 보험 사기 행각을 멈추고, 덤프차로 열심히 살겠다며 각오하고 다짐했는데 분하고 원통하다. 5분 후면 전방 300m쯤에 정 회장 자동차가 나타난다. 중앙선을 넘어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다. 정 회장 자동차는 박살날 것이다. 숙희와 결혼을 반대하고 상습범 사기꾼이라고 했던 정 회장은 죽을 것이다. 윤동희는 입가에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윤동희는 덤프차 시동을 걸었다. 서서히 움직이며 속도를 낸다. 25t의 덤프차는 가속이 붙었다. 기다렸던 정 회장의 파란색 자동차가 보였다. 긴 호흡과 함께 윤동희는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았다.
중앙선을 넘었다. 두 다리를 올렸다.
쾅!”
사이렌 소리가 나고 웅성거리는 소리에 윤동희는 정신이 조금씩 든다. 119차량과 소방대원 경찰차와 경찰들이 보였다. 정 회장의 자동차와 정면으로 충돌할 때 잠시 기절했다. 윤동희는 경찰서로 가서 조사받았다. 윤동희는 경찰관에게 물어본다.”마주 오던 자동차는 어떻게 되었어요?” 경찰관은 그에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두 분 다 사망했을 겁니다.” 구급차에 실려갈 때 두 분 다 사망한 것 같았습니다.”경찰관은 사고 경위를 물어본다.”어떻게 중앙선을 넘었습니까? 다른 생각을 했다든지 휴대폰 사용 중 아니었나요?”
“졸았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한 분 아니고?”
윤동희는 움칠하며 말을 멈춘다. 두 사람이라니 숙희 아버지와 숙희 엄마가 같이 타고 있었을까? 아니면 숙희 아버지와 숙희가? 그러면서 날짜를 본다. 숙희는 이번 주는 오후 출근이다. 그러니 숙희는 아닌 것 같다.그럼 숙희 아버지와 엄마일거라고 생각하며 통쾌함을 느낀다.
윤동희는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졸음운전이라고 끝까지 주장해야겠다며 다짐한다.
조사받고 있는데 김 순경이 들어오면서 말한다.
이 순경! 차주는 대일실업 정찬주 회장님이신데, 사망하신 분은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어. 조회 중이니까 금방 나올거야. 사망하신 분은 정찬주 회장님은 아니야. 좀 전에 정 회장님과 통화를 했거든.”정 회장님은 조찬 모임이 있어서 일찍 나가셨대. 평소 같으면 자동차를 가지고 가는데 간밤의 과음으로 숙취가 남아있어서 택시를 이용했다고 했어. 혹시 사고라도 나든가 음주단속이라도 하면 걸릴 것 같아서 차를 놓고 갔다는 거야.”
김순경의 말을 듣고 있는 윤동희는 어리둥절하다. 뭐가 잘못되어도 대단히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죽어야 했던 숙희 아버지는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것 아닌가? 윤동희는 어안이 벙벙하다.”숙희 아버지를 살해하고자 했던 계획이 실패란 말인가? 분명 파란색 자동차와 충돌했는데 윤동희는 머리가 복잡해진다.”그럼 그 시간에 다른 사람의 파란색 자동차가 오고 있었을까? 항상 8시 30분이면 정문을 나왔는데 오늘은 50분이 되어서 정문을 나왔다는 석훈이와 통화할 때 좀 이상하다 싶은 생각을 했었다. 분명 파란색의 그 차종이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에 윤동희는 흐르는 식은땀을 소매로 닦는다.
김 순경은 이어서 말을 계속한다. “정 회장께서는 탁송회사에 양평까지 차를 갖다 달라고 했다고 하셨대. 자동차야 새로 구입할 수 있지만 탁송 기사와 또 한 사람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셨어.”
이 순경이 윤동희에게 질문한다.
“윤동희 씨! “사고 경위를 물었을 때 졸음운전이라고 하셨는데 졸음운전을 하면 속도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사고 지점에 과속 방지 단속 카메라가 있어요. 과속 방지 단속 카메라에 윤동희 씨의 덤프차는 속도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속도가 더 났어요. 어떻게 된 거죠?”윤동희는 멈칫한다. 이 순경은 윤동희를 슬쩍 보면서 말을 이어 간다.”윤동희 씨!”과거에 여러 건의 교통사고 피해가 있었군요. 가해 건은 하나도 없고 피해만 50건이나 되는군요. 한 사람이 50번의 사고를 당했다는 것인데 그게 가능할까요?”지금까지는 용케도 잘 빠져나갔군요.”윤동희 씨! 졸음운전이 아니고 다른 목적이 있었죠?”윤동희는 졸음운전이라며 우긴다. 한참을 조사받고 있는데 김 순경이 사망자 신원이 나왔다고 한다. 이 순경! 두 사람은 부부로 밝혀졌네. 남성은 윤필도 60세, 여성분은 한명희 58세일세. 젊은 분들인데 안타깝네.”
듣고 있던 윤동희는 깜짝 놀란다. 귀를 의심한다. 분명 윤필도 한명희’라고 들었다. 아버지와 엄마 이름인데, 아니 아버지와 엄마가? 두 사람이…아버지 엄마야? 윤동희는 당황하며 의자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면서 중얼중얼하며 힘없이 주저앉는다.
“아버지와 엄마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그 시간에 아버지가 숙희 아버지 자동차 탁송하셨다고 …?하필 그날 그것도 모르고 내가 고의로 정면 충돌 사고를...”
이럴 수가…아. 그럼 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였단 말인가? 이건 아니야 아니라고.” 윤동희는 아연실색하며 소리 없이 운다.
장례를 마치고 조사가 시작되었다. 윤동희 씨! 슬픔이 가시지 않았는데 이렇게 조사해야 하는 저희의 상황을 이해해 주십시오. 장례 기간에 조사한 자료들입니다.”자 그럼 사고 경위와 수사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교통사고는 계획된 범죄입니다. 결혼을 반대하는 숙희 씨 아버지를 죽이려고 계획했던 것입니다. 첫날 조사할 때 기억나시죠? 첫날 조사할 때 두 분이 사망했을 거라고 제가 그랬었죠?” 윤동희 씨는 순간 내게 물었죠. “한 분 아니고?”이렇게”말했던 기억나시나요? 윤동희 씨가 생각하는 피해자는 한 분이여 하는데 두 분이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부터 이번 사고는 뭔가 있겠구나 싶어 장례 기간 동안 여러 각도에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졸음운전은 속도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과속 방지 카메라에 찍힌 속도는 시속 100km였어요. 윤동희 씨는 졸음운전이라며 빠져나가려고 애초부터 계획했지만 과속 방지 단속 카메라는 알고 있었습니다. 정 회장님이 타고 있을 줄 알고 사고를 냈지만 하필이면 윤동희 씨 아버지께서 탁송하고 있었습니다. 정 회장님을 정면충돌로 사망하면 ‘졸음운전’이라며 끝까지 진술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래야만 처벌을 덜 받게 될 테니까요. 인정하십니까?”윤동희 씨는 완전범죄를 노렸지만, 과속 방지 카메라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윤동희 씨의 휴대전화 사용 내력을 살펴보았어요. 사고 당일 아침 친구분인 석훈 씨와 만나고 통화를 했더군요. 무슨 내용이었을까요?”
윤동희는 멍한 상태로 체념하며 고개를 떨군다.
윤동희를 지켜보는 김 순경과 이 순경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자리를 뜬다.
김 순경과 이 순경은 별의별 사건과 사고를 목격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이 순경!”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나 봐.”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이 뒤섞인 채 사회를 이루며 말이야.”…
우리가 사는 사회는 악한 사람보다는 선한 사람이 몇 백만 배 더 많기에 사회가 유지되고 살 만한 세상이겠지?” 김 순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한다.
“윤동희 씨는 부메랑을 잘 못 던졌어. 씻어내지 못할 비극의 부메랑을 던졌던 거야.”
- 끝 -
첫댓글 청개구리가 과속카메라를 측정하는 모습이 웃음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