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구비가 행복한 몽골 여행 (1)
*주최: 남양주 문화원 *일시: 2024. 7.18 ~21 (3박4일) *장소: 몽골 탐방 *인원: 남양주 문화원 가족 29명 *코스: 테를지 국립공원, 아리야발 사원, 거북바위, 미라지 전통민속공연, 야마트산 트레킹, 승마 체험, 칭기스칸 기마상, 울란바토르 시내, 남양주 문화관, 남양주 거리, 간등사, 캐시미어 백화점, 수흐바타르 광장, 칭기스칸 공항, 인천 공항 |
첫째 날 (7/18)
남양주 문화원 주최로 대외문화교류 몽골 탐방을 즐겁고 알차게 다녀왔다.
새벽부터 주룩주룩 장대비가 쏟아진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비행기를 이용하여 3시간 만에 칭기스칸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한국은 연일 장마철인데, 이곳은 더없이 맑고 쾌청한 날씨다. 현지인 가이드와 미팅, 30대 중반의 총각 같아 보이는 한국 출신 가이드. 우리는 대기하고 있는 30인승 버스를 타고 테를지 국립공원을 향해 신나게 달린다. 우선 시계를 1시간 뒤로 돌린다. 1시간이나 훨씬 젊어진 기분.
가이드가 몽골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한다. 몽골은 한반도의 7배, 남한의 14배 정도 넓은 나라, 한국의 오대산 높이만큼의 1500m 고지에 위치한 나라, 소매치기·도둑·뱀이 없는 나라, 뱀은 매와 독수리가 잡아먹기 때문, 청정지역으로 마스크가 필요 없고, 몽골인들은 대체적으로 시력이 좋다. 나는 가이드의 말을 놓치지 않고 수첩에 꼼꼼히 메모한다. 메모를 잘해야 실감 나는 기행문(紀行文)을 쓸 수 있지 않겠는가.
마침내 말로만 듣던 아름다운 대초원(大草原)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들어선다. 이곳은 199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 ‘테를지’ 지명은 한 야생화(野生花)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초원, 그 목초지(牧草地)에서 소·말·양·야크들이 한가로이 풀 뜯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인다. 이렇게 광활한 땅이지만 다 주인이 있으며 가축들도 다 주인이 있다. 초원에 방목된 상태로 자라는데, 가축 엉덩이를 자세히 보면 주인 고유의 표식이 있다. 귀소본능에 따라 가축들은 시간이 되면 스스로 집에 들어간단다.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나라로 사람보다 양과 말이 더 많다. 인구는 약 350만 명인데, 가축은 6,000만 마리나 된단다.
투울강이나 하천·호수 주변엔 군데군데 나무와 숲이 울창하다. 이 공원에는 주로 낙엽송·소나무·자작나무가 많은데, 지난 겨울 폭설로 많이 쓰러졌다 한다. 저 멀리 설악산 공룡능선처럼 높고 멋진 산도 보이고, 신비한 기암괴석(奇巖怪石)도 눈에 많이 띈다. 초록물 뚝뚝 떨어지는 널따란 초원 위에 하얗게 돋아난 버섯을 닮은 전통가옥 게르(Ger)가 밀집돼 있는 마을도 나타난다. 이곳을 ‘몽골의 스위스’라 부르는 이유를 비로소 알겠노라.우리가 2박 3일 머무를 드넓은 ‘미라지 캠프장’으로 들어간다. 3인 1실로 배정된 각 게르로 들어가 여장을 푼다. 현대식 관광객용 게르로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넓고 쾌적하다. 높이 2m 50cm, 폭 8m. 세 개의 침대도 여유롭고 화장실도 꽤 넓고 깨끗하다.
우린 다시 곧바로 버스를 타고 라마 불교 사원으로 유명한 아리야발 사원(寺院)으로 이동한다. 러시아 군정기(軍政期) 불교 탄압으로 많은 사찰이 사라져 몽골에 몇 남지 않은 사원 중 하나로 1988년에 복원되었다. 부처님이 타고 다닌 코끼리를 형상화한 사원으로 ‘새벽사원’이라고도 한다. 사원 앞 넓은 초원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후 30분 정도 걸어 올라간다. 오르는 길목, 드넓은 초원에 온갖 다양한 꽃들이 알록달록 야생화(野生花) 군락지로 아름다운 장관을 이룬다.
외국인 관광객도 꽤 많이 보인다. 코끼리의 코를 상징하는 108계단을 오르는데 상당히 가파르다. 계단을 올라서니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사원이 활짝 반겨준다. 해발 1587m 높이의 위치에 우뚝 서있다.
일망무제, 천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뒷산 높다란 암벽에 ‘옴마니반메훔’이 새겨져 있다. 저쪽 노을 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돌아오는 길에 거대한 거북바위와 독서바위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는다. 지금 찍지 않으면 영원히 후회한다는 듯이~~
숙소 미라지 캠프장으로 돌아와 민속공연장으로 입장한다. 노래와 춤, 공연, 해설로 한 시간 동안 진행한다. 무희(舞姬)들이 전통춤을 추는데 전통 의상도 신기하고 춤도 멋지게 추는 등 참 재미있는 공연이다. 특히 서부 알타이산맥 지역의 전통 창법인 ‘후미’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창법으로 승화하여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를 동시에 내는 매우 신기한 창법이다.
전통 악기 중 ‘초원의 악기’로 불리는 마두금(馬頭琴) 소리는 참 맑고 청아하다. 새끼 낙타를 품지 않는 어미 낙타에게 마두금 연주를 들려주니 눈물을 흘리면서 새끼 낙타를 품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보석 같은 이 악기는 현(絃)이 두 줄(말 꼬리털로 만듦)이며 머리 부분에 말머리 장식이 있어 마두금이라고 한단다. 어찌 들으면 말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초원의 소리 같기도 한 신기한 소리를 내는 자랑스런 악기로 통한다.
도깨비 탈춤도 흥겹게 추는 등 다양한 공연들로 한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즐겁고 알찬 시간이다. 전체적으로 칭기스칸의 용맹스러운 후예답게 힘찬 역동성이 느껴지고 유목민의 고된 삶을 읽을 수 있었다.
공연 마지막에는 우리의 민요 ‘아리랑’을 연주해 다함께 박수를 치며 합창을 한다. 공연을 마치고 관객과 공연자가 하나되어 함께 기념촬영도 한다.
공연 중간중간에 ‘해설’을 열정적으로 하는 멋진 아저씨, 알고 보니 이곳 미라지 캠프장 대표라 한다. 그분은 한국인으로 22년 전, 낯설고 머나먼 몽골에 와서 온갖 고생으로 고군분투하며 성공한 사장이다. 고향은 전북 임실, 어렸을 적 꿈은 씨름 선수로 국민학교 시절 이만기와 샅바 싸움을 하기도 했다고. 이 미라지 캠프장에는 넓은 토지와 수십 채의 게르를 비롯하여 식당, 카페, 포차, 차량 등을 보유하여 크게 성공한 케이스로 여겨진다. 이 사장님처럼 몽골에는 피땀 어린 노력 끝에 성공한 한국인 사업가가 꽤 많다고 한다.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저녁 식사 후 저쪽 하늘에 무지개가 곱게 떠 있다. 우리를 환영하는 서광(瑞光)의 무지개가 틀림없으렸다. 몽골에선 우리 한국을 “무지개가 뜨는 나라”라고 일컫는다 한다. 이 얼마나 기분 좋은 말인가. 한국을 매우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 동경과 부러움이 내포된 표현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캠프장 초원에 둘러앉아 하늘의 별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구름도 끼어 있고 달도 밝아 초롱초롱 빛나는 별 관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 몽골 이야기
*‘몽골’은 우리 어렸을 적 학창시절에도 ‘몽고(蒙古)’라 듣고 배웠다. 몽고반점·몽고간장·몽고정·몽고 조랑말 등.. 이는 중국의 의도적인 영향으로, 어리석다는 뜻의 ‘몽(蒙)’자와 낡았다는 의미의 ‘고(古)’자로 표현, ‘몽골(Mongol)’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 한국에서도 뒤늦게 깨달아 1990년대부터 ‘몽골'로 제대로 표기하고 있다.
*몽골은 내륙국(內陸國)으로 바다와는 멀리 떨어져 있어 건조하고 극한 대륙성 기후를 띤다. 가장 높은 산 후이텡봉은 4,374m, 평균 고도는 1,580m, 수도 울란바토르는 해발 1,350m에 위치 한다. 남동부 지역엔 그 유명한 고비사막이 있으며, 서북부 지역엔 제주도 두 배 크기의 옵스호와 훕스굴 호수가 있다.
*전통가옥 게르는 일종의 텐트. 버드나무 장대를 방사형으로 세우고 양털로 만든 펠트와 흰 광목을 덮는다. 1시간 만에 해체 가능하며, 무게도 250kg에 불과해 옮겨 다니는 유목민에겐 최적의 주거 형태이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대단히 높아 주된 통신수단이고, 인구에 비해 국토가 워낙 넓어서 위성 전화를 쓴다. 대신 공업기술과 생산력이 부족해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지금 한류 열풍이 매우 강하다.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한국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한국 영화도 인구 대비 한국어를 접하기 쉬운 환경이기도 하다.
*몽골 여행을 할 땐 기본적인 몽골어를 배우거나 책을 가져가면 좋다. 몽골인 중 의외로 한국어를 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그리고 과거엔 비자(visa)가 필요했으나 2022년부터 무비자가 가능해졌다.
*몽골의 국조(國鳥)는 매, 상징적 동물은 말이다. 조류(鳥類)로는 독수리, 두루미가 많이 서식하며, 한국이나 인도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들이 번식을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몽골에 서식하는 포유류(哺乳類)는 마못·땅다람쥐가 많고, 맹수로는 늑대·표범·여우도 존재한다. 초원에는 가젤·영양·토끼·야생말과 쌍봉낙타도 야생에 많이 서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