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모스(한영순)님의 교우 단상: 내 사랑하는 친구들 안녕~ ◈
아주 오랜 기간을 한 달에 한 번씩 만났던 60년지기 친구들이 코로나로 중단됐던 동창계 모임을 다시 가졌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오랜만에 본 친구들의 모습은 정말 충격이었다.
자식들을 위해 이 한 몸 부서져라 평생 농사일로 허리가 굽어 지팡이를 의지하는 희숙이, 수십 년 장사하느라 무릎이 부어 관절염으로 고생하면서 장가도 못 들고 취업 준비하는 외아들 뒷바라지로 등골이 휘는 정년이, 유머스럽고 수다쟁이였었는데 우울해 보이는 데다가 말 수가 줄어들어 마음을 아프게 한 갑례, 대장암 투병 중에도 까칠한 모습으로 익산에서부터 와준 영자, 시부모님을 모시는 탓에 시간 내기가 힘들어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마음 착한 영숙이, 몇 년째 암 투병하는 남편 병 수발을 하면서 허리와 무릎이 아파 하루걸러 병원 문지방을 드나들고 있는 나, 십 년 전에 장로님이셨던 남편을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는 귀숙이와 들기름 한 병을 신문지에 곱게 싸서 가방 속에 살짝 넣어주는 삼순이는 그래도 건강해 보여서 참 좋았다.
한때는 서방 자랑, 자식 자랑, 손주들 자랑으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당당했던 친구들 얼굴에 밭고랑 같은 주름이 새겨지고 가슴 시리게 아픈 자랑들만 하는 현실이 왜 이리도 슬픈지...
칠순을 넘기면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던 이웃집 언니의 말이 현실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이것이 하나님 앞에 한갓 피조물에 불과한 우리 내 인생이지 싶다. 그래도 젊은 기억 속의 아름다웠던 그 시절은 언제나 변하지 않고 푸릇푸릇함을 만지작거리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중이라는 걸 마음에 담아두고, 들기름처럼 향기 나는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나에겐 가까이에 들꽃이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오랜 시간을 한결같이 소중한 보물처럼 곁에 있어준 친구들이니, 그런 귀한 친구를 잃지 않도록 서로 소통하며, 마음속 깊이 안부를 나누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우리가 되기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통해 깨닫는다.
60년지기 친구들과 들꽃 친구들에게 유난히 기다려지는 이 봄에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모두 모두 건강하세요. 소중한 친구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