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숲(김영철)님의 교우 단상: 자기 몸은 자기가 주인! ◈
개구리가 깨어나서 풀밭에 살살 기어 나오는 모습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날이 많이 풀렸습니다. 들꽃 교우님들께 봄날의 포근한 인사를 드립니다.
엊그제 제 약국 풍경입니다. 90세가 넘은 할아버지의 처방전을 들고 중년 여성이 들어옵니다. 제가 받아서 처방전을 검토하여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접수한 뒤 조제실로 들여보내 약을 짓게 합니다. 이윽고 나온 6개월 치의 약은 심장약 세 가지, 고혈압약 한 가지, 고지혈증약 한 가지 등 총 여섯 가지입니다. 개별 약에 대한 설명과 주의사항을 말씀드리고 혹시 궁금한 점이 더 있는지를 물으니 없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묻습니다. "혹시 어지럽다는 말씀은 안 하세요?"
“웬걸요. 날마다 어지럽다고 하시죠~. 구십이 넘었는데... 노인들은 다 그러시지 않나요?”
“다 그러시지는 않습니다. 제가 볼 때는 심장약과 고혈압약이 연세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 혈압이 너무 떨어져 어지러울 가능성도 있길래 여쭤본 거여요.”
“아~. 그래요? 그렇지 않아도 집에서 혈압을 재보면 130에 67 정도 나와요. 저는 혈압은 정상이시고 어지러운 건 노인이 원기가 없으셔서 그러리라 생각했죠. 그럼 어떻게 해야되요?”
“아버님의 건강 상태는 담당 의사 선생님이 가장 잘 아시니 한 번 상의해보세요.”
“어쩌죠? 오늘 진료를 받아 버리셨으니 이 병원에는 6개월 뒤에야 예약이 잡혀 있는데...아까 진료받을 때 말씀을 드려야 했는데... 그 생각은 못했죠.”
“그럼 살고 계시는 동네 내과에 가셔서 상의해 보시죠.”
“지난번에 다른 일로 동네병원에 모시고 가서 상의해보니 자기가 쭉 봐온 환자가 아니라서 처방을 바꾸기는 곤란하다고 하던데요.”
"그렇다면 오늘 진료한 병원에 전화하셔서 약 드시고 불편한 증상 말씀하시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의하시는 수밖에 없겠는데요."
“아이쿠. 이 병원은 전화 통화 한 번 하려면 자동응답기(ARS)가 어쩌고저쩌고... 몇 번을 누르라고 하고... 영 어렵거든요.”
“...”
많은 분이 겉으로는 멀쩡해 뵈더라도 건강상에 한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관절염, 지방간, 잇몸질환 등이 그렇습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그렇듯 문제가 있으면 답이 있다고 저는 봅니다. 산수처럼 답이 딱 떨어지는 문제도 있지만 근사치라는 답도 있겠지요.
나 자신의 문제는 나와 신(God)과의 문제,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 건강상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겠고, 그 해답은 밖에서 찾기보다 온전히 자기 자신이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길이 거의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건강 문제는 의료제도나 전문가에게만 맡기지 말고 스스로 자기 몸을 돌보며 해답을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위의 일화처럼 고령의 노인들께 흔한 어지럼증의 원인이 노령의 원기 부족이나, 병을 나으려고 처방받은 약이 지나치게 센 것이나, 뇌 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이 원인이거나, 피가 부족해 생긴 것이든, 그 어떤 것이라도 본인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려면 답을 얻기 위한 질문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그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는데 어쩌지?“라며 포기하지 말고 그 문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꼭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이 땅의 많은 분께 사랑을 받던 국민엠씨(MC) 송해 선생님께서 90대 중반의 노령임에도 제 약국에 약을 지으러 오신 김에 힘 있는 필체로 친필 사인을 해주셨는데, 귀가하시고 며칠 후에 넘어지셔서 별세하셨다는 언론보도를 봤습니다. 노인들의 낙상사고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병원 입원실의 침상마다 '낙상 주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 것을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노인들의 어지럼증은 매우 위험하니 반드시 그 원인을 찾으셔서 신속하게 대처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날이 풀리고 앞으로 한두 차례 꽃샘추위가 오겠죠. 비가 듬뿍 와서 얼른 가뭄이 풀리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성전에서 교우 여러분들의 기도와 평화가 봄꽃처럼 피어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