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피 (외 1편)
이 선 균
아 글쎄 팔오금에서 두 병 세 병 피를 뽑더니 집 주소 주민번호 자식 이름 손주 이름 다 대보라 그러네 고 이쁜 막내이만 헷갈리고 다 댔지 나는 무신 일을 하든 흐리멍텅하다 했는데도 진달래꽃 개나리 도마 냄비 부르는 대로 죄다 외우라네 아휴 아리숭해서 대다 말았지 이번엔 뭘 또 잔뜩 그려보라네 화징머리가 나 아무렇게나 그리다 말다
나는 연필 한 번 안 잡아봤다구 밥 하구 빨래 하구 호미 갈퀴 넉가래나 잡구 소처럼 일만 하구 살아 머리 쓰는 건 당최 모른다 했더니 그 의사 냥반 넉가래가 뭐예요 그러네 아니 대학병원 의사 냥반이 넉가래를 몰라아, 그래 내가 가르쳐줬지 낭중엔 혼자 있는 게 좋냐 여럿 있는 게 좋냐 아 여럿 있는 게 좋지 혼자 있는 게 뭐가 좋아요 했지, 나 원 벨르무 걸 다 물어보네
이번엔 또 살면서 젤 나쁜 게 뭐냐 아 그거야 우리 영감 소리 질르는 게 젤 싫다 그랬더니 그러신 냥반은 고칠 수가 없다네 그럼 이 아픈 허리나 고치믄 좋겠네요 했더니 저는 치매검사만 합니다아, 그러네
괜히 돈만 버리고 두 끼나 굶고, 젊어 미련하게 일만 해 허리가 망가졌는데 옘비럴 아까운 피만 버렸지 뭐냐아, 나는 이 허리 고치러 간 줄 알았거든.
추모의 노래
밤공기 부드러운 잔디광장에
노란 리본 눈이 부신 나무기둥은
미친 세상의 슬픈 불기둥
생명의 돛대
영원히 잊지 말아요.
세월호 텅 빈 갑판처럼 푸른 광장은
거친 파도 헤쳐 가는 포세이돈의 배
엄마 아빠 동생 언니들 가득 손 흔들어요.
폭풍우 속에서도 촛불로 타올라
어둠을 물리쳐요.
엄마 아빠 동생 언니들
가만히 있지 말아요.
침몰하는 이 세상 평형수 되어
희망의 노를 저어요.
-시인정신 2014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