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밖에서는 놋날 같은 비가 좌악좍 쏟아지고 쏟아지는 비는 자꾸만 유리창에 들이치는데 여인의 흐느껴 우는 소리는 빗소리에 영영 묻혀버렸다.
그때 나는 벗과 같이 극장을 나오면서 그 여배우를 아무래도 잊을 수가 없다고 이야기 한 일이 있다.
생활의 창문에 들이치는 비가 치워 들이치는 비에 가슴이 더욱 치워 나는 다시 그 여인을 생각한다.
글쎄 여보! 우리는 이 어설픈 극장에서 언제까지 서투른 배우 노릇을 하오리까?
-1946.1.3
이 시는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목가 시인인 신석정의 작품 <비의 서정시>입니다. 일제강점기 말기 및 해방 직전·직후의 어수선하고 억압적인 시대 상황 속에서, 삶의 깊은 비애와 부조리한 현실을 연극 무대에 빗대어 허탈함과 자조를 애잔하게 그려낸 시입니다.
<비의 서정시>는 암울하고 고단한 세파를 살아가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보편적 슬픔을 예술적 무대와 일상생활의 중첩을 통해 아름답게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빗소리에 묻힌 흐느낌처럼 세상에 온전히 토해내지 못한 시대와 삶의 비애를, 섬세하고도 애잔한 서정으로 완벽하게 건축해 낸 한국 현대시의 보석 같은 명편입니다.
첫댓글
인천공항 가는 고속버스에서 석정시인의 시 한 편 함께 합니다.
치워는 추워의 사투리...
자신의 고단한 현실 생활 속에서 극장에서 보았던 여인의 눈물을 다시 소환합니다. 타인의 슬픔이 곧 자신의 삶의 비애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어디서나 늘 시와 함께 하시네요.
덕분에 또 한편의 시를 만납니다.
고맙습니다^^
@하늘노피 더불어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