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고 삶 쓰기 (3) 18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 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 주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 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18.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김남주)
핵심 정리
성격 : 현실 참여적,
어조 : 조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의 길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는 남성적 어조,
표현 : 4음보의 전통적 율격을 적절히 변형시키면서 대구를 이용하여 시의 주제를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민요나 유행가 가사와 같이 민중에게 친숙한 구절들을 삽입하여 독자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구성 : 단련시(單聯詩)
제재 : 분단 조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
주제 : 분단 조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의 길에의 동참 권유
출전 : <사랑의 무기>(1989)
이해와 감상
우리 민족의 가장 절실한 관심사는 조국과 민족의 완전한 통일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한동안 일반인의 화제에 오르는 것이 금기(禁忌)로 여겨졌다.
이런 불행한 시대에 김남주는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역설하고, 그것은 순수한 열정과 희생이 따라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노래하고 있다. 전통적 율격과 민요 또는 유행가 가사를 적절히 삽입함으로써 민중의 정서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한 평자는, 김남주의 문학은 우리 시대의 핵심적 모순들에 대한 집요하고도 강인한 시적 탐구의 결과라 말한다. 그의 시들이 씌어졌던 혹독한 상황을 고려할 때 그것은 거의 퇴로를 차단당한 절박한 국면에서의 작업이었고, 따라서 그의 시들은 상투적 구호시들과 완전히 구별되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를 통해 드러나는 시인의 육성은 대단히 명료하다. 그것은 ‘해방의 길 통일의 길’을 ‘우리 함께 가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 민족에게 가장 긴급한 과제가 분단의 벽을 허물고 완전한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자체가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통일에 대한 논의가 일종의 금기로 여겨져 왔던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었다. 이 시의 화자는 마치 어린 동생이나 정다운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혹은 나이 많은 어른이나 배운 것 부족한 노동자들과 대화하듯 쉬우면서도 힘있는 어조로 통일의 당위성과 그 길에 동참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전통 민요나 사설을 읊조릴 때 저절로 생겨나는 가락을 이 시 또한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시인이 민중의 삶과 의식에 그만큼 친숙하다는 증거이다.
이 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통일의 길을 방해하는 적대 세력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계와 현상을 이해하는 이분법적 도식주의가 김남주 시의 문제로 제기되기도 하였지만, 이 시에서는 그런 도식성과 적의(敵意)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통일의 길에 어떠한 반대 세력도 있을 수 없다는 시인의 단호한 태도를 설명해 주는 요인이 된다. 물론, ‘산’, ‘강’ 등의 시어가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을 뜻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고난과 시련은 어느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그러한 어려움이 없었다면 통일은 이미 오랜 전에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이 시에 나타난 ‘산’과 ‘강’은 통일의 어려움을 시사하는 단순한 비유일 뿐인 것이다.
-김태형 외 <현대시의 이해와 감상>중에서
첫댓글 흔들리고 있는 위기의 주부 수나...광주에 살고 싶은 마음이 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또 반... 벌써 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