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아래의 회심 (고두현)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
저를 좀 바꿔 주십시오.
지금은 말고 조금 있다가요.
그때 내 나이 스물하고 둘이었어라.
스물하고 둘이었어라.
물소리 듣다 잠 깬 새벽
밀라노에 온 지 오늘로 몇 날인가.
무화과나무 아래 발가숭이 눈물 쏟으며 이번엔
왜 지금 아니고 내일 내일인가요.
탄식할 때 하늘엔 듯 꿈엔 듯 아이들 노래 소리
‘들고 읽어라, 들고 읽어라!’
경전 펼치고 첫눈 들어온 곳 읽으니
오 빛이 있어라. 빛이 있어라.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
등짝을 후려치는 장대 뿌리 소금기둥
먹장 걷고 해 비추니 섬광이 눈부셔라.
비로소 말문 트이고 귀 열리던 그날
내 나이 서른하고 둘이어라. 서른하고 둘이어라.
첫댓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론이 전라도 버전으로 이해되는 이 엉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