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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자가 2년 동안의 강연 내용을 원고로 엮은 것이라 한다. ‘존재감’이 아닌 ‘존재, 감’이라는 제목은, 아마도 개개인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저자의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라 이해된다. 저자는 ‘스스로 느끼는 자기 긍정, 자기만족, 자신감을 말’하는 자존감도 중요하지만, ‘지금 여기에 실재로 존재는 느낌’인 존재감을 스스로 느끼는 것이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시선에는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모습이 자주 비춰진다. 그동안 저자가 해온 작품 활동의 소재나 등장인물들의 형상을 통해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2년 동안 저자가 행했던 강연의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2부는 강연이나 메일을 통해서 독자들이 저자에게 자주 던졌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제시되어 있다. 1부는 ‘작은 용기가 세상에 틈을 낸다’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저자가 마주쳤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집 마당에 날아든 작은 새들에 대한 관찰로부터 외국의 이주민 노동자들의 삶에까지 저자의 시선이 펼쳐지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어쩌면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드러내기 쉽지 않은 존재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읽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보육원 출신 ‘민우’와의 관계를 통해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었다.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몫으로만 치부했던 보살핌을, 우리 사회의 공동체를 통해서 충족시켜줄 수 있었던 사례로 이야기를 엮어 간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 재래시장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러나고 있다.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비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친 ‘진영’이라는 인물의 사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전혀 불편함을 주지 않는 자그마한 요소들이 장애인들에게는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그러한 불편을 해소하려는 이들의 ‘작은 용기’가 끝내는 더불어 살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몇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고에 다니는 딸의 경험을 통해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교복의 치마 길이의 이야기나, 성적에 얽매여 학생들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지금도 ‘교육개혁’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정작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논의 과정이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쉽게 불법 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나,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노동 착취 상태에 놓인 아프리카 출신 무용수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직접 마주치지 않으면 잘 모르는 부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조변석개하는 농업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농촌의 형실에 대해서 분개하기도 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상황을 진솔하게 펼쳐놓기도 한다. ‘내가 무심코 외면하거나 혹은 한 발 물러서는 것도 또 다른 퍽력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작은 용기가 세상에 틈을 내’려고 할 때, 그들의 ‘곁에 서 있는 것’조차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독자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저자의 답변으로 이뤄진 2부는 ‘문학과 세상에 대한 물음들’이란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들이 던진 질문들은 작가인 저자에게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다. 하지만 저자의 답변은 당연하다기보다 자신만의 진지한 삶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여겨진다. ‘원래 꿈이 뭐였어요?’라는 질문에 저자는 ‘저보다 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까지 행복해지는 삶’으로 답변을 하고 있다.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삶을 지켜보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는 내용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고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것’이 바로 작가 공부라는 대답들을 통해 저자의 삶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사소한 대화에서 작품의 소재나 표현들의 바탕이 되며, 저자는 ‘글을 통해 고통 받는 이들의 편에 설 수 있는 게 작가로서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꼽기도 한다. 스스로를 ‘결핍 투성이’라고 평가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결핍을 통해서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답변을 통해서도 일관된 저자의 철학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고 하겠다. 아마도 독자들에게 저자의 작품들이 슬프게 보였던 모양인지, 왜 슬픈 이야기를 쓰냐는 질문에는 ‘슬프지 않은 삶은 없다’고 답변을 던지기도 한다. 이 책에 제시된 독자들의 질문과 저자의 답변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하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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