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p
걸핏하면 어머니는 커피를 내립니다 방울방울 맺혔던 향기가 떨어집니다 배설물 속에서 건져낸 콩으로 만든 커피란다 너도 언젠가 어둠 속에서 꿈을 건져내야지 그 말을 가끔 듣는 나는 무능한 아들입니다 10년 동안 취직을 못했습니다 용기를 주려고 하는데 부끄러움은 내 몫입니다 어머니는 끝까지 나쁜 사람이 아니라서 나는 찌꺼기처럼 조용해집니다 흔한 비유는 뒷맛이 좋지 않습니다 가루가 되기 좋은 자존심이 분쇄기 속에 있습니다
아버지는 40년 동안 자판기 커피만 마셨습니다 한 직장과 한 가지 맛만 고집하더니, 권고사직을 공로패처럼 받았습니다 뒷모습이 기울어지는 아버지의 성분은 각성인 게 분명합니다 내 몸속에도 카페인이 자꾸 쌓여갑니다 불만이 불면으로 뒤바뀌고 아침이 점점 무뎌집니다
어떠한 말로도 위로를 건넬 수 없다는 채용 담당자의 문자가 옵니다 가루의 기분을 또 한 번 맛봅니다 거품이 풍부해야 좋은 원두란다 그러니까 원산지가 중요하지
언젠가는 너도 향기를 가지게 될 거란다 어머니, 내 유전자는 좋은가요 나쁜가요 내겐 매일매일 풍부한 상심만 찾아오는데…, 그저 희망의 원산지가 궁금할 뿐입니다 어머니처럼 커피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