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떫은 여름 우려낸
노루 꼬리 햇살들이
감나무에
똬리 틀어
등 하나
걸어두면
툇마루
채반 속 가득
불 밝히는
어머니
아내, 활을 쏘다
연애할 때
내 화살
과녁으로 받아주고
잔 가득
삼십 년을
웃음 살폿 채워 주던,
아내가
시위를 당긴다
자음 모음 날이 서다
작업복의 하루
서둘러 챙긴 아침 어둠별을 둘러메고
문 앞의 지문 인식 꾹 눌러 확인했다
곁눈짇ㄴ 오차도 없이 일구던 터전 저 켠
한 달 몫을 가늠하던 언어들이 맞물려
정전도 아닌 멈춤, 굴뚝은 무호흡이다
기계에 눌러 붙은 정적 녹슬어 가는 시간들
둘러업은 막내가 머리띠 손에 쥐고
울안에 갇혀버린 나를 훔쳐 읽는다
물꼬 틀 기색이 없어 앓아누운 작업복
흔적
소매로 가려진 내 손목의 흔적 하나
손 내밀 때 시선이 멈칫하다 웃는다
마음 속 너머 갸웃한 표정이 젖어든다
주저 흔, 호흡을 덜어내는 선이 아니다
하루를 엮기 위해 매달리다 미끄러진
골절로 핀 고정한 후 제거한 상처였다
새벽녘 발걸음이 공사장을 서성이다
구멍 뚫린 철판을 딛고 선 나들이
문밖의 모난 풍경을 가슴에 새긴 흔적
거미
거꾸로 읽는 풍경 습성은 떨고 있다
흔들거린 모습에 가늠하는 저울 눈금
선연한
콘크리트 창
빗방울 젖어든다
골조를 감싸 안은 시멘트 빙벽에
허공 가득 출렁이다 뒤척이는 생명줄
움켜쥔
건물의 균열
줄타기하는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