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1926년 발표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여기서의 임: 조국, 종교적 절대자(부처), 사랑하는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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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선생(1879 ~ 1944)
* 승려이자 저항시인이요 독립투사인 만해 한용운(韓龍雲) 선생은 1879년 8월 충남 홍성군에서 출생.
기울어 가는 국운 속에 전개되었던 동학농민전쟁과 의병운동을 목격하면서 더 이상 집에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17세 때 홀연히 집을 나서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설악산 오세암, 다시 설악산 백담사로 들어가 속세와 인연을 끊고 승려가 되었다. 1913년 <조선불교유신론> 간행.
1919년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으로, <기미독립선언문>을 탑골공원에서 낭독.(작성은 육당 최남선)
* 일화(에피소드):
1)서대문형무소에 구속되었을 때 세 가지 행동강령을 강조
①변호사를 사지 말 것 ②사식을 절대 취하지 말 것 ③보석을 신청하지 말 것 등
옥중에서도 의연한 태도를 취하였다.
2)일본 경찰이 나타나면 “개나리 피었다!” 즉 개 같은 나리가 온다고 일본에 대한 증오심과 적개심을 표현.
3)말년에는 성북동 심우장에 살다가 서거하셨는데, 심우장을 지을 때 남쪽에 있는 조선총독부가 보기 싫어 북향으로 지으셨다.
* 3.1운동 세대가 낳은 최대의 저항시인. 88편의 시를 모아 1926년 [님의 침묵]이라는 첫 시집을 발간하였고, 시조와 한시를 포함하여 모두 300편에 달하는 시 작품을 남겼다. 그밖에 소설로는 [흑풍(黑風)], [후회], [철혈미인(鐵血美人)]이 있다.
* 우리 민족이 낳은 위대한 승려이자 저항시인이요 독립투사인 선생은 1944년 6월 그토록 갈망하던 조국광복과 민족독립을 눈앞에 두고 입적하고 말았다. 그 유해는 현재 망우리 역사문화공원에 안장되었다.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였다.
첫댓글 님의 침묵 잘 보고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