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화실에서 그림을 배우고 있다.
그림에 대해 무지했던 나에게 이정도의 실력이 발휘되리라고는 생각치도못했기에 하나 둘 쌓여가는 나의 작품에 애착을 갖기 시작할때쯤.
그곳에서 같이 그림을 배우고 있는 어떤 남자가 내 그림을 유심히 보더니,
"입모양이 약간 이상하군.. 가까이서 보면 모르겠는데, 멀리서 보면 부조화된 것이 눈에 띄어..." 라는 말을 내뱉었다.
처음엔 그러려니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보면 보게 될수록, 나의 눈에도 그 부분은 완벽함 속의 작은 티로 남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난 결국 완성된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그 그림을 조각조각 찢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의 후회는 여기에서 부터 시작된다......
작년쯤엔가... 내 친구 중 한명이 이런 말을 했다.
그림을 그리는것은 자기 자신과의 끝없는 '투쟁'이자 '타협'이라고.
그 말을 그림을 찢기 전에 떠올렸더라면 난 절대 그런 오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4절지 캔트지 위의 그림에서 순간의 실수로 명암의 차이가 다소 격하게 났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렇게 눈에 띄는 실수라고 보여질까?
그림을 인생에 비유하자면, 그 작은 실수는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것이다.
그 실수를 교훈삼아 다음번엔 그러한 실수를 덜하면 되는것이고 '실수라는 경험의 가치'를 빌어 쌓인 지혜들이 나를 더욱더 성숙하고 노련해지게 만드는 것일텐데 말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미래에도 혼자만의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혀 타인 누구에게도 환대받지 못한는 불쌍한 인간으로 남을 것이다.
훗날 세상이 나에게 어떤것을 요구하더라도 지혜와 노련함으로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삶의 터득. 그 원천이 바로 소식적 실수의 관대한 용납이었다는걸 결코 잊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