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계엄군이었다

[강병철]

그는 계엄군이었다

강병철

저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

오월의 조팝꽃 흐트러지는 사이로

트로트 음악으로 달리던 마이크로버스 하나

총구의 비명으로 타타타 벌집이 되었다

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병 청년들이

쏘았다 장군의 명령 한마디에

쏘았다 흐르던 핏줄기 칭칭 엉켜

살 조각이 얼굴 더께로 붙어도 또 쏘았다

의자 밑 머리 숫자 열여덟까지 헤아리며

뒷걸음 군화 창에 밟힌 소녀의 발등

살려주세요, 삘기꽃 앳된 여고생

먹머루 눈동자 사이로, 계엄군

핏발 선 눈빛 설핏 비쳤던 게 확실하다

야, 그냥 쏴 죽이지 왜 데려와

그 소리는 끝까지 숨겨야 했다, 며

설레설레 도리질치던 그 찰나 잊지 못하며

밤마다 어금니 갈아마신 사십 년

그는 계엄군 출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