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박완서)
줄거리
지은이는 마라톤 때문에 길이 막히자 ‘마음속 깊이 잠재한 환호에의 충동’을 발산할 기회를 잡기 위해 버스에서 내린다. 그러나 막상 버스에서 내려서보니 일등은 이미 지나간 다음이고 마지막으로 골인하는 주자들만 달리고 있는데,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지은이 자신도 처음에는 ‘조금쯤 우습고, 조금쯤 불쌍하다고 생각’하였지만, 가까이에서 그 주자의 모습을 보는 순간 지은이는 일등은 아니지만, 무서운 고통과 고독을 끝까지 이겨내며 완주하는 마라톤 선수들을 향해 열렬히 환호성을 보낸다.
핵심 정리
* 갈래 : 경수필, 희곡적 수필
* 성격 : 주정적, 추보적, 교훈적, 예찬적
* 제재 : 마라톤의 꼴찌 주자
* 주제 : 결과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태도와 의지 등 과정이 중요함
* 짜임 : 네 개의 작은 제목으로 구분
기: 신나는 일 좀 있었으면(환호에의 갈망)
승: 뭐 마라톤?(일등 주자에게 환호를 보내기 위해 버스에서 내림)
전: 일등 주자를 기다리는 마음(일등은 이미 지나가고, 꼴찌 그룹을 맞이함)
결: 꼴찌 주자의 위대성(환호 없이 달릴 수 있기에 더욱 위대함)
* 표현상의 특징 : 문장의 호흡의 완급을 적절하게 조절하여 소설적 형식으로 표현함.
이해와 감상
신나는 일 하나 없는 세상, 답답한 세상, 군사 정권 시절이었던 1970년대. 경제도 오직 성장만이 미덕이던 시절, 모두가 앞서가는 이에게만 환호하는 세상에서 꼴찌의 고통과 고독을 이해하고 그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는 지은이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수필이다.
삶의 진상을 명확히 짚어내며, 꼴찌에게 더 ‘육친애적인’ 갈채를 보내는 지은이의 태도는, 세상살이의 실패와 고통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가 된다. 1967년에 쓰여진 이 글을 통해, 우리는 ‘ 꼴찌’도 바로 우리 속에 있다는 것을 환기시켰으며, ‘꼴찌’의 인권을 기억해 냈으며, 직장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도 ‘꼴찌’를 향한 따뜻한 격려의 눈길을 회복했다. 물질만능주의와 매사에 졸속이 만연하고, 오직 일등을 향해 내달리는 풍조에서, 깊은 자기 성찰을 촉구하는 교훈을 주는 작품이다.
Tip 이것만은 기억하자
■ 지은이가 꼴찌에게 갈채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도 환호하지 않는 가운데 끝까지 달리는 꼴찌의 마라톤 주자를 목격하는 순간 부조리한 사회를 바라보며 답답했던 가슴이 터지는 육친애적인 환호성이 있었다.
1등만 추구하는, 1등에게만 환호하는 세상의 분위기 속에서 꼴찌들이 고통과 고독을 이기고 끝까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의지력 때문에 갈채를 보낸다.
■ 함께 알아두면 좋은 작품: 피천득 <플루트 연주자>
오케스트라아에서 비록 크게 주목 받지 못할지라도 결코 빠질 수 없는 존재인‘플루트 연주자’를 제재로 삼아 쓴 수필이다.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없지만 조화로운 삶을 위해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내는 역할 수행이 중요하다는 것을 교훈하고 있다.
박완서 (1931~2011)
소설가. 경기도 개풍 출생.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6∙25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40세 되던 해인 1970년『여성동아』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창작 활동을 시작한 이래 한국의 현대소설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계속 발표해 왔다. 인생에 대한 예리한 시선과 현실 감각으로 전쟁의 참상, 여성 문제, 중산층의 삶의 실체 등을 고발하는 작품들을 많이 썼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미망> 등과 창작집《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엄마의 말뚝》《저문 날의 삽화》등이 있으며, 수필집《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어른 노릇 사람 노릇》《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