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즈의 정의론(늘푸른청림)- 평등한 세상, 공정한 분배를 위한 노력
『정의론』은 자연권 이론의 바탕이 된 고전적 사회 계약 이론을 일반적 논변 형식으로 발전시켜 정의관을 제시하고 있다. 롤즈는 정의의 원칙들을 평등한 최초의 입장에서의 합의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롤즈는 이러한 방식을 공정으로서의 정의라고 부르고 있다. 원초적 입장은 일정한 정의관에 이르게 하도록 규정된 순수한 가상적 상황이다.
원초적 입장이 가진 본질적 특징은
① 각각의 개인이 자신의 특수한 사실을 알지 못하며, ② 각각의 개인은 합리적이고 상호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특수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무지의 베일이라고 하며, 이러한 특징은 원초적 입장을 공정하게 만들어 준다. 이 때문에 순수 절차적 정의로서의 공정으로서의 정의라는 말이 성립한다. 결국 원초적 입장에서의 합의는 공정한 것이 된다. 각각의 개인이 합리적이며 상호 무관심하다는 것은 서로 타인의 이해관계에 관심이 없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개개인은 타인에 대한 시기심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무시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러한 원초적 입장에서 정의의 두 원칙을 채택하게 된다. 제1원칙은 기본적 권리와 의무의 할당을 평등하게 요구하는 원칙이며, 제2원칙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의 허용은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정당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따라서 어떤 불평등이 불운한 사람의 처지를 개선한다면, 그로 인해 소수의 사람이 더 큰 이익을 취하는 것은 정당하게 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선을 증대시킨다고 해도 평등한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제도는 부당하다. 왜냐하면 정의의 두 원칙은 제1원칙을 제2원칙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사회는 구성원 간에 발생하는 크고 작은 충돌과 분쟁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충돌을 해결하는 방식이 어떠한가에 따라 그 사회의 규범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다른 누구에 대해서도 불만을 품지 않는 사회, 즉 유토피아가 아니라면 위와 같은 문제들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유토피아와 구별되는 현실사회의 특징은 모든 이를 만족시켜줄 재화가 부족하며, 개인과 개인은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에 놓이게 된다는 데에 있다. 또한 재화가 풍부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이기심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한 노력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유토피아의 실현 가능성을 믿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이같은 현실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롤스도 이에 동의한다.
◆ 원문읽기
공동적인 이상에 합의하는 종교적 집단체에 있어서는-만일 그러한 공동사회가 있다면-정의에 대한 논의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는 공동의 종교가 정해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이기심 없이 일할 것이며 정당성 여부에 관한 모든 문제는 이러한 목적을 참조해서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중략) 사회란 비록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한 협동체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이해관계의 일치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의 상충이라는 특성도 동시에 갖는다. 또한 사람들은 그들의 노력에 의해 산출될 보다 큰 이득의 분배 방식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적은 몫보다는 큰 몫을 원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상충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불완전한 현실사회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쉽지 않으며 사실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나마 덜 불완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려고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 이론은 공리주의적 원칙이다. 공리주의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킨다'는 원칙에 가장 충실한 이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공리주의에 대해 비판적이다. 왜냐하면 공리주의는 전체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부당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리주의 원칙이 계속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것보다 덜 나쁜 이론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롤스는 공리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원칙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정의의 원칙'이다.
2.정의란 무엇인가
-공정성(fairness)으로서의 정의에 관한 대표적인 책으로 플라톤의 『국가론』을 떠올리게 된다.『국가론』의 부제는 바로 '정의에 대하여'이다. 그러나 존 롤스의 '정의'는 플라톤의 그것과는 범주가 다르다. 플라톤의 정의론은 보편적 윤리사상으로서의 정의에 대한 것이며,롤스의 정의론은 정치·사회적 범주에서의 '정의'에 관한 것이다. 롤스는 정의를 '공정성으로서의 정의'라고 정의(define)한다. 공정성(fairness)이란 올바름이나 평등이란 개념보다 좁고 구체적이다. 스포츠게임에서 '페어플레이(fair play)'라고 할 때의 공정함이 바로 롤스가 말하는 공정성과 비슷한 개념이다. 여러 개인들이 사회공동체를 꾸려나가며 충돌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일종의 게임이라고 본다면, 개인들 간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규정을 게임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롤스는 '공정성으로서의 정의'를 크게 두 가지 원칙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평등의 원칙이며, 두 번째는 차등(불평등)의 원칙이다. 이 두 가지 원칙에서 알 수 있듯이 롤스의 『정의론』은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와 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등을 인정하는 자유주의를 절충한 이론이다. 우리 상식으로는 자유와 평등은 대립되며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양극에 놓인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롤스는 자유와 평등의 두 가지 원리 중 하나를 배제하지 않을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나름대로 구축해냈다. 롤스의 해결법은 결과로서의 평등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절차와 형식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가능하다. 게임의 규칙이 공정하다면 게임의 결과에 무관하게 공정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3.정의의 제1원칙-평등의 원칙
◆ 원문읽기
정의는 타인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다. 다수가 누릴 보다 큰 이득을 위해서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해도 좋다는 것을 정의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의로운 사회에서는 평등한 시민적 자유란 이미 보장된 것으로 간주되며, 따라서 정의에 의해 보장된 권리들은 어떠한 정치적 거래나 사회적 이득의 계산에도 좌우되지 않는다. 이 같은 정의의 제1원칙은 개인의 평등과 인권에 대한 선언으로,매우 교과서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공리주의에서는 이 원칙이 첫 번째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리주의라는 이념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표어로 요약되는데,그래서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게 되는 것이 필연적이다. 그래서 공리주의 원리로는 노예제와 인종차별 등을 비판할 근거를 마련할 수가 없다. 공리주의의 첫째 원칙은 '효율성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효율성은 평등이나 개인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롤스는 이렇게 비판한다.
* 최소극대화 원칙 :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더 많은 몫을 분배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 즉, 가장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에게 주는 경제적 도움이 가장 큰 공리를 발생시킨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배가 고픈 사람이 배가 부른 사람보다 더 음식을 필요로 하고, 음식이 주는 만족감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이것은 롤즈가 정의론에서 말한 차등의 원리와 같다.
[출처] 다현국어교실 - 독서배경지식 롤즈의 정의론|작성자 늘푸른청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