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람시, 주세페 피오리, 신지평 옮김, 두레, 1991.
이 평전의 대상자인 그람시는 20세기 초반 러시아혁명 이후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혁명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한 혁명가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람시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혁명가로서의 활동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이탈리아를 휩쓸던 무렵 그는 혁명가로서 이에 맞서 투쟁을 했고, 1926년 체포되어 독재 체제의 형식적인 재판 끝에 20년 4개월 5일의 형을 받고 1937년 끝내 감옥에서 숨을 거두었다. 당시 파시시트의 감시 아래 감옥 생활을 하는 동안 최종 31권에 이르는 노트를 남겼으며, 이러한 그람시의 저술에 대해서는 <옥중수고>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그람시에 대한 정보는 그동안 주로 장기간 동안 잔행된 말년의 감옥 생활과 그 시기에 저술된 사상적 면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균형 있게 다룬 ‘평전’이라는 형식에 걸맞게, 그람시의 어린 시절부터 말년까지 다양한 기록과 자료들을 참조하여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그람시가 이탈리아 반도 남서부의 사르디니아라는 섬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당시 본토에 의해 착취를 당하던 섬사람들의 상황과 역사적 배경에 관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혁명가로서 그람시의 비타협적인 면모가 사르디니아 사람들의 기질과 맞닿아 있음을 주장하는데, 번역자는 평전의 저자인 주세페 피오리 역시 같은 섬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어린 시절 가정부가 돌보던 그람시를 바닥에 떨어뜨린 후 등이 굽어 평생 신체장애를 지닌 채 살아야 했으며, 정치적 사건으로 아버지가 투옥된 후 어려워진 가정 형편으로 그의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고 한다. 한때 등기소 사환으로 돈을 벌어야만 했으며, 그럼에도 그는 굴하지 않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인민의 외침>이나 <신질서> 등의 사회당 기관지에 칼럼을 기고하는 등, 그람시는 대학을 그만둔 후 이론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면서 혁명가로서의 길로 적극 나서게 되었다.
1922년 31살의 나이로 코민테른 집행위원의 자격으로 모스크바에 도착하여 활동하는 동안 부인인 줄리아 슈히트를 만나, 장차 그들 사이에 아들 델리오와 딸 줄리아노가 태어난다. 부인인 줄리아가 잠시 이탈리아로 와서 그람시와 함께 생활하기도 하지만, 감옥에 갇힌 후 부부는 편지만을 왕래할 뿐 죽을 때까지 서로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평전의 저자는 당시까지 미발표 상태였던 다양한 편지와 기록들을 입수하여, 이 책을 통해 그람시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람시가 감옥에 갇히기 전의 상황을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의 상황을 살펴봤을 때, 파시스트 독재자로서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무솔리니에게 그람시라는 혁명가는 가장 위협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였을 것으로 파악된다. 평전의 저자는 그람시를 ‘신체장애자인 동시에 차별받는 남부인이라는 2중의 짐을 어린 시절부터 견뎌야 했’으며, ‘그의 영혼의 행로는 파시즘과 스탈린주의의 좌우로부터 가혹한 조리돌림 속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가혹한 옥살이의 조건을 견뎌야 했던 10여 년 간에 그가 집념 하나로’ 기록했던 <옥중수고>는 여전히 혁명가로서 ‘자신과 세계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의지력의 처절함을 말해’주는 결과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이름만으로 인지하고 있던 그람시의 생애를 상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독서 경험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고 하겠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