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척이고 뒤척이다보면 어느센가 잠이 든다. 김치에 트라우마라도 있는것일까. 김치 꿈을 꾸었다. 깍뚜기, 파, 배추,,,. 잠을 잘 자다가 왠 김치에 이렇게 몰두하고 있는지 나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하여튼 잠을 자다말고 김치 생각에 빠졌다.결국 오전중에 무우하나와 파 반단을 사왔다. 무우한개를 깍두기 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손이 빠르면 1시간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동작이 느리다. 파 다듬는 것만해도 한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다행이 허리 때문에 뒤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제는 옷 리폼을 하느라고 시간을 보냈는데,,, 뭔가 할게 있다는 것은 참 좋은일이 아닌가. 그렇긴 하다. 이제와서 무슨 거창한 일이나 대단한 일만을 일이라고 하겠는가. 그냥 할수있는 일이면 다 가치있는 일이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게 중요하다. 나는 지금의 나를 충분히 대단하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 그렇지 않는가. 못살것 같았던 인생을 이렇게나마 견디며 살아냈으니 장하지 않는가. 떠 밀리면 떠 밀리는대로 살았다. 두 주먹을 불끈쥐고 울부짖지도 않았고, 목노아 울지도 않았다. 그냥 살았다. 언젠가는 꼭, 반듯이 이 함정에서 벗어나리라는 기적을 꿈꾸었다. 그랬다. 늘 남들 사는걸 부려워 하면서, 나를 사랑하고 내게 기대해준 가족들의 호의에 보응하지 못함을 조급해 하고 부끄럽게도 생각했다. 사람은 다 성공하길 원하지만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누가 나더러 성공해야한다며 등 떠민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때, 할아버지는 분명히 말씀하셨다. '너더러 돈 벌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취직하고 싶다고 했을때 였다. 나는 그때 할아버지 말씀이 좋았었다. 사실 집을 나가서 취직을 하고 돈을 벌 자신은 전혀 없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신지 오래다. 돈이 중요한줄은 알고있었지만, 어쩌면 그 돈을 내가 꼭 벌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지금껏 살아온것일수도 있다. 돈은 남자가 벌어야하고, 남자가 가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야한다는 사고방식은 내 시대의 고정관념 이기도 했으니까. 아들이 학교에 가기 직전부터 밖으로 내몰렸다. 작은 돈, 최저임금.ㅎㅎㅎ. 남편이 있는 여자였으면서도 생계비에 급급해서 최저임금에 사력을 다하고 살았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임금을 밀리거나 학대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고용주도, 동료들도 다 선량한 이웃들이었으니까. IMF가를 만나 정리 해고를 당하고, 회사도 결국엔 없어지고 말았지만, 거기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침목회를 최근까지 했었다. 인생의 가장 활력있던 시기인 30대 후반에서 50을 넘어서도록 함께보낸 사람들이었다. 다들 정신없이 지나버린 세월이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립기도 하다. 내게는 좋았던 시절이 없었다. 늘 무겁고 버거웠다. 남편이 그랬다.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부분들을 그는 전혀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가족은 폼으로 있는 것인가. 이해가 안가고 여전히 궁굼하다. 그러다고 다시만나 묻고싶지는 않다. 내가 이해 못하는게 그일뿐은 아니니까. 죽어서도 다시 마주치고 싶지않는게 그사람이다. 이정도다. 지금에야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들을 TV속에서도 많이 보곤 하지만 속수무책인 사람들이 정말 많은것 같다. 희생자만 억울할뿐이지 누구도 어떻게도 보상이 있을수 있겠는가. 공평하신 그분께서, 능력이 많으신 그분께서 결코 모른다 하시지는 않으실건가. 그렇다. 그분께 기대를 해봐야 할것같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쌩퉁맞게 김치 생각 때문에 자다가 깼으니까. 아침엔 여전히 일어나기가 싫다. 안일어나면 어찌될까. 안일어나고 버티고 버티면? 아니, 내가 일어나는 것일까. 정말 내가? 그럼 안일어날수도 있다는 얘기 아닌가? 화장실 때문에도 일어나야 되게 되는 것은 어쩌고?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일어나는게 아니야. 일어나게 하시는 그분이 계심을 어찌 잊을수 있어. 그분이 일어나게 하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