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박쥐
*주제: 비겁하게 왔다갔다 하지 말고 줏대를 지키자.
아주 먼 옛날, 숲 속 나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사자, 호랑이, 기린, 사슴 같이 다리가 네 개인 들짐승과 독수리, 꿩, 앵무새, 부엉이 같이 다리가 두 개이고 날개가 있는 날짐승 사이에 말다툼이 일어났습니다.
들짐승과 날짐승은 서로 자기들이 힘이 더 세다고 우겨댔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누가 더 센지 싸워서 결정하자!”
“좋다! 이번 참에 숲 속의 왕을 다시 뽑도록 하자!”
이렇게 하여 들짐승과 날짐승사이에 무서운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들짐승과 날짐승은 힘껏 서로를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박쥐는 어떤 편에도 끼지 않았습니다. 다치는게 싫었기 때문이었지요, 박쥐는 그저 멀리서 다른 동물들이 싸우는 모습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사슴이 말했습니다.
“박쥐야, 구경만 하지 말고 네 편을 정해서 열심히 싸워야지!”
그 말을 들은 박쥐는 어떻게 할지 고민했습니다.
'나는 들짐승과도 비슷하고, 날짐승과도 비슷해. 그러니까 더 센 쪽을 편들어서 안전하게 지내야겠다.'
며칠 후, 싸움에서 들짐승들이 이기자 박쥐는 들짐승의 우두머리인 사자를 찾아갔습니다.
“저는 들짐승처럼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키웁니다. 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세요. 쥐처럼 생겼지요? 그러니까 저는 들짐승입니다.”
박쥐를 가만히 살펴보던 사자가 대답하였습니다.
“그래, 넌 쥐를 닮았구나. 그렇다면 우리 편에서 열심히 싸우도록 하여라.”
들짐승들이 박쥐를 친구로 받아주자, 박쥐는 들짐승 편에서 안전하게 지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이번에는 날짐승들이 싸움에서 이길 것 같았습니다.
박쥐는 얼른 날짐승들의 우두머리인 독수리를 찾아갔습니다.
“저에게는 날짐승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날짐승 편이 되어 들짐승과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독수리는 못마땅한 눈으로 박쥐를 훑어보았습니다,
“그래, 너는 우리처럼 날개를 가졌구나. 그렇다면 오늘부터 우리 편에서 싸우도록 하여라.”
독수리의 허락이 떨어지자 날짐승들도 박쥐를 한편으로 맞아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박쥐는 날짐승 편이 되어 열심히 싸우는 척했습니다.
하지만 박쥐는 그 뒤에도 이길 것 같은 편을 골라 가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습니다. 들짐승들이 이기고 있을 때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의 외모를 보십시오. 저는 쥐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날짐승들이 이기고 있을 때는 날개를 보이며 날짐승 편에 붙었습니다.
“제 날개가 보이지요? 저는 여러분과 똑같은 새라고요.”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자, 들짐승과 날짐승은 모두 싸움에 지쳤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모든 동물들이 숲 속에 모여 화해를 했습니다. 들짐승의 우두머리인 사자가 날짐승의 우두머리인 독수리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제 그만 예전처럼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자”
“그래, 숲 속 동물 나라의 왕은 들짐승과 날짐승이 번갈아 가면서 하도록 하자.”
동물들은 힘들었던 싸움이 끝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그때, 부엉이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싸울 때, 박쥐는 자기만 살기 위해 들짐승과 날짐승 편을 왔다 갔다 했어. 저런 비겁한 동물은 용서할 수 없어.”
“맞아, 비겁한 놈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마라!”
다른 동물들도 소리쳤습니다. 이렇게 하여 박쥐는 들짐승과 날짐승 모두에게서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그 후로 박쥐는 캄캄한 동굴 속에 숨어 살면서, 다른 동물들이 잠든 밤에만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