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생한 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장창훈)
장창훈 보도국장
매일생한 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일평생 겨울속에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내가 참 좋아하는 구절이다. 나는 한 때 이 구절을 읽으면서, 매화가 향기를 팔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였다. 혹자는 매화가 향기를 팔아서 그 돈으로 따뜻한 옷을 사서 겨울을 지내면 되는데, 매화는 자신의 향기만큼은 돈으로 팔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참으로 세속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선비의 굳은 절개가 와 닿았다.
梅는 어머니 모(母)가 사용되었다. 어머니는 남편을 가슴에 품고, 자식을 낳아서 다시 가슴에 품어 기르고, 가족을 한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여인이다. 어머니가 없다면 가족도 없다. 어머니는 가족의 중심이고, 시작이다. 매화는 겨울끝에서 봄을 낳는 나무와 같다. 다른 꽃들은 봄이 오면 따스할 때 꽃을 피우지만, 매화는 꽃을 피우면서 봄이 온다. 마치 매화는 봄을 피우는 것과 같다. 닭이 울면 새벽이 오듯이 그렇게 매화꽃이 만발하면 그 향기에 다른 꽃들도 서둘러 꽃을 피운다. 매화는 봄의 어머니이다.
‘賣’는 ‘팔다’는 뜻이다. 讀(읽을 독)에도 사용된 이 글자는 목청을 높여서 물건을 파는 보부상을 생각하면 된다. ‘찹쌀떡 사려~~’ ‘왔어, 왔어, 가장 싸고 좋은 물건이 왔어, 왔어~~’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자기 것이 더 좋다고 포장하고 홍보하고 침을 발라가면서 자랑한다. 매화꽃도 겨울에 피기 때문에 나비들이 찾아오지 않으니까 그 향기를 더 자랑하듯 퍼뜨려야하는데, 매화는 그것을 하지 않는다. 매화는 자신의 가치로서 꽃향기를 피우는 것이다.
‘賣’를 ‘돈주고 팔다’보다는 ‘소리쳐 팔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문맥상 옳다. 매일생한 불매향의 앞 구절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동천년노 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있다.
매일생한 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매화나무는 일생이 추워도 결코 향기를 팔지 않는다.
오동나무로 만든 거문고는 곡조를 그 내면에 간직하고 있고, 매화나무 역시 향기를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매화나무의 향기가 풍기는 것은 그 내면에 향이 그윽하기 때문이다. 향기는 자연스럽게 내면에서 외부로 서서히 발현되는 것이지, 그냥 밖으로 떠들면서 알린다고 없는 향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매화향은 가장 추운 겨울 깊은 곳에서 풍기기 때문에 아무나 흉내낼 수도 없다.
오동나무는 그 내면에 곡조를 가지고 있어서 곡조의 가락이 울려퍼지고, 매화나무도 그 내면에 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 매화향기가 밖으로 퍼지는 것이다. 만약, 오동나무가 내면에 곡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가락도 없고, 매화향기가 내면에 ‘매화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매화향기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향(香)이 있어서 향기(香氣)도 존재한다.
오동나무의 곡조와 매화나무의 향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면의 가치다. “내가 뭐다”고 자랑하면서 떠드는 사람들은 ‘과장된 홍보’로 인해서 그 수명이 얼마가지 못한다. 황XX 박사가 오래전 줄기세포로서 한국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을 기억한다면, 다시한번 매화향처럼 겨울한복판에서도 스스로 내면의 향기를 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자신의 가치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참다운 인생의 정도(正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