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아내 “강두희 - 하주(河洲)” 씨 회갑에 부쳐
-우리 손잡고, 일어나서 함께 갑시다
먼저 60년의 긴 세월 동안 몸을 건강하게, 마음을 건전하게 지키고 가꿔 오신 당신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하오.
또한 당신 곁에서 그 절반 이상의 시간을 지켜보며 여기까지 함께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한다오.
당신의 회갑을 맞아 축하 편지를 쓰려니 많은 생각이 떠오르네요. 꼭 반성문을 쓰는 것처럼.
무엇보다도 첫째는 ‘감사하다’는 생각이랍니다.
사실 새벽 기도문을 쓸 때에도, 하루 중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 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감사하다‘는 생각이라오. 아이들과 나를 뒷바라지 할 때도, 집안의 대소사를 챙길 때도 한결같이 묵묵히 성실하게 임하시는 모습이 참 감사해요. 몸이 좀 고단해도, 마음이 불편해도, 몸이 아파도, 마음에 맞지 않아도 변함없이 맡은 일에 충실하지요. 때론 곱지 않은 시선과 뒷말을 들어가면서도 성심껏 섬기는 모습들이 숙연한 감사예요.
또 한편으로 돌아보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오.
당신 곁에 늘 있으면서도 사랑과 감사의 표현을 속마음처럼 애틋하고 살갑게 표현하지 못해 미안하다오.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도 지나고 보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을 느끼면서 미안하다오.
당신이 말할 때에도 더 정성을 기울여 들어주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구나하는 마음에 미안한 생각이 든다오.
가볍고 소소한 일상의 대화에서도 ‘맞아’, ‘그래’ 하고 맞장구쳐주지 못하고 건조한 표정과 꾹 다문 입술로 딱딱하게 굴었던 것도 참 미안하오.
‘나’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뒷바라지하며 수고하는 당신에게 ‘고맙소’, ‘수고했소’, ‘감사해요‘라는 말을 자주 하지 못한 것도 미안하오.
별로 잘 나지도 않았으면서 때로 잘난 척하고 고집부리고 내 뜻대로 하려는 마음도 많았음을 고백하며 미안한 마음에 부끄럽소.
별로 해 준 것도 없으면서 별 것이나 해 준 것처럼 뻐길 때도 있었지요. 근본적으로는 아무 것도 해줄 것이 없으면서 말이에요. 미안해요.
때 낀 옷가지를 빨고, 구겨진 옷들을 가지런히 다림질하며, 건강을 챙겨 때맞춰 몸에 좋은 것으로 먹이며 심지어 먼지 낀 구두까지 알아서 닦아주는 당신의 세밀한 섬김을 온전히 알아주지 못해 미안하다오.
위로하고 격려하며 손잡아 주는 일에도 소홀함이 많았으니 그 또한 미안할 뿐이오.
생각해 보니 당신에게 감사한 것도 많지만 이 글을 쓰다 보니 미안한 것이 더 많아 새롭게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이오.
핑계 같은 변명도 한 마디 하겠소.
내가 세탁이나 식사 준비에 등한하지요. 특히 세탁은 전혀 손도 대지 않지요. 틀림없이 핑계라고 여기게 될 것 같지만 그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소. 그 일은 당신 몫으로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라오. 나의 먹고 입을 것을 챙기는 일은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남겨두고 싶소. 물론 나도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지만 그 일은 당신이 하는 일이기도 해야 하고 내가 당신에게 감사할 소중한 바탕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오. 세상 살아가면서 먹고 입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요. 나를 먹이고 입히는 일이야말로 당신의 정체성을 위해서, 당신에게 잇대어 있는 나와, 나의 감사한 생활을 위해서, 서로의 소중함을 위해서 당신 몫으로 남겨두려고 하오. 당신의 힘이 부치면 그땐 내가 하기로 하고요.
어쨌든 결국 당신은 참 소중한 사람입니다.
이제껏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 소중한 사람입니다.
이제껏 우리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한 사람입니다.
이계양이 아내라고 배우자라고 보호자라고 이름 하는 한 사람입니다.
내 삶을 송두리째 늘 잇대고 있는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울면 내 마음이 더 슬프고, 당신이 웃으면 내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질 사람입니다.
살아보니 처음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은 비교적 찾기 쉽지만 마지막을 함께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 당신은 우리 딸아들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마지막까지 엄마로 기억될 사람입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소중한 것을 맡기고 부탁할 사람입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찾을 사람입니다.
마지막 날에 마지막 손잡을 사람입니다.
“강두희 - 하주(河洲)”씨는 그렇게 참으로 소중한 사람입니다.
이제 회갑을 맞으면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소.
지금까지도 그러려고 노력해 왔지만 이제부턴 더더욱 “강두희 – 하주(河洲)”의 이름으로 당당히 사시면 좋겠어요. 작년 당신 생일에 내가 선물로 드린 이름이 있지요.
“강두희 - 하주(河洲)” 씨는 물처럼 스스로를 깨끗이 할 뿐 아니라 다른 것까지 깨끗하게 해주는 아름다움을 꿈꾸는 사람. 또 스스로의 처지에 만족할 줄 알고 제 분수를 지키며 자족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 나아가 무심한 것 같으나 온갖 물상에게 골고루 혜택을 나누어 주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듯하지만 모든 생명을 살게 하는 대단한 일을 하는 유익한 사람으로 씩씩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도록 곁에서 손잡아 드릴게요. 아내, 엄마, 딸, 누나, 며느리, 동서, 사모님 등은 “강두희 – 하주(河洲)”씨의 부속품이 되도록 오롯히 “강두희 – 하주(河洲)”씨로 살아가도록 바랄게요.
성경 한 구절을 보너스로 드릴게요.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의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바위 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있는 나의 비둘기야. 나로 네 얼굴을 보게 하라 네 소리를 듣게 하라 네 소리는 부드럽고 네 얼굴은 아름답구나“(아가서 2장 10-14절)
성경 말씀처럼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며 손을 꼬옥 잡읍시다.
오늘도, 이 편지를 쓰는 이 시간에 그리고 하루 중에 틈틈이 “강두희 – 하주(河洲)”를 불러보며 “강두희 – 하주(河洲)”라는 이름을, 그 고유함을 지켜주고 아껴주고 싶어요.
‘감사해요’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다시금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강두희 – 하주(河洲) 씨, 일어나서 함께 갑시다”며
손을 꼬옥 잡읍시다.
2018.9.8.
60년의 시간을 잘 견디며 살아 온 당신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당신의 하하 – 이계양 드립니다.
첫댓글 동감입니다.
보기에 좋고요. 행복하소서
하주 님.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감사함을 느끼기 위해 하주 님의 몫을
마련하는 깊은 사랑의 배려.하주 님의 존재.
손 꼭 잡고 낙엽 쌓인 공원을 거니는 두분의
모습이 어른거립니다.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