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모스(한영순)님의 교우 단상: 옥순 언니, 왕언니! ◈
“한 권사, 내가 바보가 됐어! 날짜 가는 줄도 모르고, 주일이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어쩔까 몰라. 누워서 잠만 자고 있어...”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수선화님의 힘없으신 목소리가 가슴을 헤집어 놓았다.
그렇게도 총기가 좋으시고, 똑 부러지셨던 분이 불과 몇 달 사이에 건강은 물론 마음마저 약해지시다니...
삼십 년이 훌쩍 넘은 이 권사님과의 만남! 우리 아들들과 내 젊은 시절의 삶을 마음 아파 하시며, 새벽마다 눈물로 기도해주시고 힘이 되어 주셨던 분이셨는데...
노인정 친구분들이 한 분 두 분 돌아가시거나 요양원으로 뿔뿔이 헤어져 혼자 집에만 계셔서 대화가 단절되다 보니 우울해지시고, 마음에 병이 온 것은 아닐까?
아무리 아들, 손자, 며느리와 같이 사셔도 낮에는 각각 일터로 나가고, 집에 돌아와서는 누구 하나 말을 걸어주는 이 없다고 하시니 그럴 것도 같아 마음이 다 아프다.
전화라도 자주 드려서 안부를 묻고 의미 없는 이야기라도 주절주절 해드렸어야 하는 것을, 나를 챙기기도 힘든 삶이라며 무관심했으니 죄스럽고 민망하다.
주고 싶은 것이 사랑이고, 받고 싶은 것은 건강이라는데, 사랑도 건강도 실천하지 못하여서 후회와 죄스러움에 마음이 찢어진다.
“권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내 건강 나눠드릴게요!”
그래도 요즘은 주간보호센터에 등록하셔서 여러분들과 찬송가도 부르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재밌다고 하시니 내가 다 행복해지는 마음이 생겨 참 좋다. 이 또한 고맙고 감사하다.우리 권사님! 이대로 기력이 회복되셔서 우리 들꽃의 영원한 왕언니로 이쁜 수선화님으로 영원히 함께해주시기를 능력자이시고 힘센 우리 주님께 어리광을 부리고 떼를 써 매달려 본다.
옥순 언니! 고마워요, 감사해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제 곁에 있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