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앨 수 없어요?”
강남에서 종로로 사무실을 옮기며 차를 없앴는데 가끔 필요해 7년전 주차에 문제가 없을 조그마한 중고차 한 대 구입했었다. 두 세 달에 한번 정도 쓴다하나 노후 자동차의 고장은 사용빈도보다는 노환처럼 시간의 문제였다. 세워둔 차 바퀴 아래에서 뿌리 내려 자란 듯 민들레 꽃이 곱게 자랄 정도로 차를 굴리지 않았으니 그동안 얼마나 눈총을 받았을까 불쌍하기도 한 조그마한 차이다. 그게 씨가 되었을까 정기검사를 위해 차를 이동하려 하니 파워 핸들의 ‘파워’가 싹 빠진 차처럼 핸들을 움직이는데 거의 꼼짝을 않는다. 별의 별 생각을 하며 계기판을 보니 EPS라 뜬다.
‘서두르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현장에서 고칠 수 있을지, 정비공장으로 가야 하는 상황인지부터 확인하려고 보험회사 응급처치반을 불렀다. 기사는 레카차를 불러 정비공장으로 가야한다 하며 ‘이거 수리비가 많이 든다’하였다. 차령이 오래되었지만 꼭 필요할 때 그 자리에서 임무를 다해주었던 차고 이미 고칠 것 다 고쳐놓은 차이지만 그 소리 들으니 열이 뻗힌다. ‘이걸 폐차 시켜버려?’, ‘아직 엔진 소리 좋은데 그러려면 저한테 파세요.’ 그 소리를 위안삼아 잘 아는 정비공장 있으면 소개해 달라 하니 자기가 잘 아는 ‘형님’이 마침 그 근방에 가게를 열고 있다 했다.
EPS는 Electric Power Steering의 약자로 센서나 모터가 고장난 것으로 수리는 경우에 따라 중고로, 어떤 때는 무상수리도 가능했다는 경험담도 올라있었다.
잘 아는 형님이 한다는 정비소로 가니 대짜고짜 부품도 구하기 힘들어 중고로 고치는 수밖에 없는데 ‘돈이 많이 든다’한다. 검색해보니 리콜기간은 한참 지났지만 작년에 무상수리도 가능했었다는데 확인해줄 수 없냐 물으니 여기선 확인할 수 없고 블루핸즈로 찾아가 확인해보라 한다. 근방에 두 군데 있었는데 하나는 얘기를 듣더니 알려주겠다며 종 무소식이다. ‘돈이 별로 되지 않는 모양이지?’ 다른 곳으로 문의하니 무상은 확인해봐야 하니 일단 와보란다. 아까 부른 레카차는 먼데로 갔는지 올 생각을 안 하고 ‘잘 아는 형님’의 목청은 까칠해지기만 한다.
창동점으로 가니 점검후 무상수리 관련해서는 본사와 연락해 알아봐주겠다며 차 맡겨놓고 집에서 기다리란다. 오후에 무상수리 가능하다며 부품수급이 쉽지 않아 며칠 걸릴 수도 있다 한다. ‘며칠이 문제냐?’, 그 이상이라도 기다릴 텐데.
어제 저녁 전화가 왔다. 수리를 마쳤고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찾으러 오라고 수리비(공임)은 얼마 준비하면 되겠냐 물으니 하나도 내지 않아도 된다한다 ‘우째 이런 일이?’ 운동은 안 좋아하지만 갑자기 양궁이 좋아진다.
다음 날 방문하니 분리해낸 스티어링 컬럼 샤프트를 보여주며 개인이 부담하려면 90만원 정도라 하며 2년간 A/S 가능하단다. 준비했던 파운드케익 전달하고 기분 좋게 정비소를 나섰다. 정의선의 얼굴이 김승연이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첫댓글 차가 말썽을 피우면 정말 난감하고 정비소에 호구 잡히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데,
이렇게 천사 같은 분들을 만났으니 정말 다행 이었군요
한턱 쏘세요 !!!
불과 40일전에 이런 정도의 글을 쓴 사람이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
그곳에서도 즐거운 여행 많이 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