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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조선에 설립된 경성제국대학은 한국 근대사의 명과 암을 다 포함하고 있다. 조선인으로서는 혜택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던 입학생들은 당시로서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 책의 초간본은 1980년에 신문기자 출신인 이충우에 의해 신문에 연재되었던 내용을 그대로 전재했던 <경성제국대학>이었다. 10여년 전 해방 후 국문학자들의 활동을 조사하던 중 이 책을 다방면으로 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끝내 구하지 못해 도서관에 소장된 책을 빌려 읽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개정판에 해당하는 이 책은 서울대 법대 교수를 역임한 최종고가 합류하여, 초간본의 내용에 새로운 자료들을 포함시켜 덧붙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체로 이 책은 경성제대 출신들의 증언에 바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학술적 성격보다는 해당 집단의 자서전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아마 초판이 출간되었던 무렵에는 경성제대에 대한 기록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그러한 내용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로 경성제대에 대한 논문이나 학술적 자료들이 다수 발표되어, 그 시절의 명암을 객관적으로 평가되기에 이르렀다고 여겨진다. 연구자들의 이러한 연구와 발표물들을 통해,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잇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인지하지 못했으나, 이 책의 성격상 지나치게 당시 학생들을 미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컨대 식민지 상황에 경성제대 학생들이 누리던 상황들을 낭만적으로 회고하면서, 그것이 마치 반일에 대한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묘사한 부분에서는 선뜻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울러 해방 이후 일제 강점기에 일제에 협력하던 이들이 그대로 우리 사회의 주류 계층으로 옮겨 활동하던 것들도 마치 그들의 업적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었다. 특히 군부독재 시절 임명직으로 활동했던 인물들을 미화하는 내용 역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서술 관점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당시의 상황을 회고나 기억 등에 입각해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자료로서의 의미는 지닐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최근 뉴라이트의 시각에서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고 친일 잔재를 극복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책이 출간되면서, 당대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 책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되지만, 자칫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낭만적으로 미화한 내용이 비판적 검토 없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치밀한 자료를 검토하여 출간한 <친일인명사전>은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이들의 역사적 평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제는 우리의 근대사에 대해서 다양한 자료의 검토를 통해서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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