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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1일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홍제천으로 나가 마라톤을 시작하여 성산대교와 양화대교를 지나 마포대교까지 돌아오는 20킬로를 2시간 달렸다. 8시에 출발한 지점으로 들어왔더니 도로에 출근하는 차량들이 가득했고 동문회 체육대회 건으로 향우회장은 문자를 해 두었다. 오늘 이대부고에서 가을 체육대회가 열리고 학생들에게 간식을 만들어 준다는 아내는 아침부터 가스랜지와 비품들을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 어제 축구에서 예선을 통과한 아들은 오늘 준결승과 결승을 남겨 두고 있는데 기량을 발휘하여 멋진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오전에 학원으로 나가서 논술과외 기출문제를 정리하는데 수학과 연계된 이과부문은 강의를 오래한 나로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오후에 고등부 수업과 개인지도 논술까지 지도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축구에서 준우승을 했다는 아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살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많은데 그나마 마음껏 운동장을 누볐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일은 얼마 전에 실시한 학교 경시대회 영어부문에서 아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상을 받는 날이라니 기대가 되는 시간이다.
2일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서 뜻하지 않게 찾아온 불청객 모기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에 잠깐 자다가 늦게 식사를 하고 은평구 영락중학교 근처에 위치한 마원장 집으로 가서 투자와 관련된 공증서류를 전하고 나왔다. 대치동 학원에 투자금을 넣을 때 마원장이 자신의 부모가 사는 집을 담보로 제공했으니 현장도 확인할 겸 그들에게 상황을 알린 것이다. 11시경 체육관에 돌아와 운동을 하고 학원으로 바로 가서 점심을 먹은 후 오후에는 논술 개인수업 준비에 몰두했다. 오늘 광운대 논술을 본 수강생이 내일은 다른 대학에 응시하기 때문에 예상문제 중심으로 해설을 했는데 수리영역이 역시 어려워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다. 과거처럼 서론을 잡아서 본론과 결론을 만드는 공통논술이나 문과논술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서 주관식처럼 응용해야 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겨우 시간을 채우고 더 이상 지도가 어려워 수강료 일부를 환불해 주었지만 과외를 하다가 중도에 그만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당초 이과논술이라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과욕의 결과가 아닌가 싶어 편하지 않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학교 경시대회에서 영어부분 상을 받은 아들이 밤에 우쭐대며 들어왔지만 졸업할 때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3일 새벽에 일어나 교회에 갈까 9시부터 하는 수업을 준비할까 갈등을 하다가 급기야 6시30분 집을 나서 교회로 향했다. 요즘 동문회 등으로 바쁘기도 했지만 논술과외와 대치동학원 등 혼란스러운 일이 많아 1달 넘게 교회를 나가지 못했다. 이른 시간 양화대교를 건너면서 바라본 한강변은 날마다 찾아온 내가 없어서인지 더욱 썰렁한 느낌이었고 교회에 들어서서는 신도들이 없어 당황을 했다. 7시30분 예배시작 시간을 7시로 착각하여 일찍 온 것으로 성찬식이 있다는 오늘은 평소 2부 예배를 주관하는 담임 목사께서 직접 나오셨다. 설교를 들으며 1시간을 보내다가 예배를 마친 뒤 성가대 우현이를 만나고 곧바로 논술교실로 돌아와 수업을 시작했다. 1시경 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잠깐 쉬다가 다시 교실로 올라가 4시까지 개인수업 이어서 6시까지 오후반 수강생들 중간고사 범위를 지도했다. 저녁에 영식이 전화가 왔지만 너무 피곤하여 받지를 못했고 마라톤을 나갈까 하다가 배가 고파서 그것도 그만 두었다. 밤에 아내와 TV를 시청하는데 오늘은 딸이 완전 수다쟁이가 되어 시끄러울 정도였고 아들은 11시에 들어왔다.
4일 어제 피곤하여 초저녁부터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1시가 되었는데 그 시간에 수강생의 질문에 답까지 해 주었다. 새벽 6시에 마라톤을 나갈 양으로 거실로 나왔더니 밖에 비가 내려 포기를 하고 TV를 보다가 7시 지나서 아들과 식사를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을 자주 거르던 아들이 요즘은 식탁에 앉는 횟수가 많아져 오늘도 함께 한 것인데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아들과 딸이 등교를 한 오전에 홍제천부터 성산대교를 지나 양화 서강 마포 원효대교까지 13킬로 왕복 26킬로를 2시간30분 달렸다. 비가 온 뒤라 선선해서 좋았지만 긴 시간 지루함이 많았고 결국 오전이 다 가버린 12시에 출발점으로 들어왔다. 오후에 수업을 하는 중에는 피곤함이 밀려와 힘이 들었고 새벽에 내리다 그친 비가 또 오려는지 하늘까지 흐려 왔다. 오늘 수업이 없다는 아내는 동학이 엄마와 산에 올랐다가 외출을 했고 나도 저녁에는 고향에서 올라온 영식이를 만나러 시내로 나갔다. 만날 때마다 선박이나 필리핀 투자 건이 관심인 친구에게 오늘은 사업의 흐름을 정확하게 보고 새롭게 대처하라고 당부했다.
5일 선선하고 쾌청한 하늘 바야흐로 산이나 들에는 가을꽃과 단풍이 화려하게 필 것이다. 일산 호수공원으로 소풍을 간다는 딸 때문에 아침부터 거실이 부산한데 반장이라 담임의 식사까지 준비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오늘의 요리로 김밥과 소고기를 얇게 썰어 야채소스와 함께 먹는 궁중음식이라는 생소한 음식을 만들었다. 궁중에서 먹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나는 평소에 먹던 밥과 김치 그리고 남은 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등교를 하면서 준비한 음식을 여행용 가방에 안전하게 넣어가라는 아내와 보기가 좋은 쇼핑백을 고집하는 딸이 약간의 대립이 생겼다. 같은 상황에서 생각이나 관점이 달라 생기는 일인데 실용성을 생각하는 아내와 아름다움을 내세우는 딸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와중에 아내는 다이어트를 한다며 자신이 만든 요리 대신 한약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식사를 마친 나는 체육관으로 나가서 운동을 시작했다.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는 중에 경기학원에서 함께 보냈던 유하영 선생이 자신의 부인이 사망했다고 전화를 했다. 일단 학원으로 나가서 내일 수업에 사용할 프린트를 준비해 두고 평소에 가까웠던 대일학원 형문태 선생에게 연락을 했다. 함께 상가에 가려고 한 것인데 여기도 중환자로 일산병원에 입원해 있어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삼성병원 조문에 나섰다.
6일 새벽에 꿈을 꾸며 아침을 맞이했고 거실로 나왔더니 아들은 소리도 없이 학교에 갔다. 어제 늦게 들어온 아들이 현관문이 잠겨 있는 초인종을 눌렀고 아내와 내가 바로 열어주지를 못했더니 투덜거리며 방으로 들어갔었다. 아침에 밥 생각이 없어 마라톤이나 한다고 집을 나서 난지도까지 갔다가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을 오르락내리락 쉬지 않고 달렸다.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경관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는데 노을공원에서 하늘공원으로 오르는 굽어진 비탈길은 마魔의 구간처럼 힘이 들었다. 발이 저절로 춤을 추는 정상을 내려와 월드컵공원에서 홍제천 출발점으로 돌아오니 12시 오늘 달린 거리는 23킬로다. 완주의 보람으로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했고 오후에 논술교실 수업을 하는 중에는 피로가 몰려와 가까스로 수업을 마쳤다. 초저녁에 시내를 통과하여 학원으로 나갔다가 일정을 정리하고 밤에 집으로 들어오니 딸이 식탁에서 열심히 미술 과제를 하고 있다. 나를 닮았으면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지 않을 텐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고동색과 분홍색 연두색을 검정 빨강 파랑이라고 선생에게 우겼던 나다. 당시에는 미술시간에 크레용을 주로 준비했는데 가난한 아버지께서 10가지 색이 들어 있는 것을 사 오면 형이 모두 차지하고 고동 분홍 연두색만 내가 가지고 학교에 갔기 때문이다. 10시에 논술교실 수업을 마친 아내가 돌아오고 이어서 온 아들은 투덜거린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거실만 서성거린다.
7일 잠을 잘 자고 일어났더니 컨디션이 좋았고 식사를 하면서 TV를 시청하는 중에는 명사가 나와서 행복의 조건을 말한다. 주변 사람과 관계가 좋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해야 하는데 그 조건이 성장배경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상대의 자라난 환경을 알아야 한다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닐지라도 또 다른 여러 행복의 조건이 있을 것이다. 오전에 체육관으로 가서 운동을 하고 12시경 집으로 오면서 우리은행에 들어가 대출금 연장 신청서류를 작성했다. 아파트와 건물을 산다고 2002년 최초 4억2천만 원 정도의 대출을 받았고 이후 투자금 명목으로 5천만 원을 더 받아 4억7천만 원의 융자금이 있다. 살면서 부지런히 갚아야 할 것이고 서류를 작성한 후에는 학원으로 가서 동문회 행사에 관하여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다. 동문회장과 카페에서 모교의 발전을 위해서 언쟁을 벌였지만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서 지금은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후에 동창 모친상이라고 연락이 왔는데 공교롭게도 회기동 삼육의료원 장례식장이라 그의 어머니도 그 동안 유자원에 계시지 않았나 싶었다. 밤에 영식이와 만나 김치찌개로 식사를 했는데 사업에 진전이 없다보니 시들한 대화에 시간이 낭비되는 느낌이었다. 집으로 들어온 11시에는 딸을 지도하는 선생한테 아들이 수학과외를 시작하여 실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라고 독려했다.
8일 새벽 5시에 거실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잠이 들었다. 어제 대출한 금액을 헤아려보니 아파트와 건물을 매입할 때 융자한 금액이 대부분으로 그 중에서 인천상가에 투자하면서 사라진 것도 몇 천만 원 된다. 물론 아파트나 상가의 가격이 오르고 꾸준히 임대료가 나와서 결과적으로 이익은 보았지만 투자와 관련해서 다시는 시행착오를 격지 않을 것이다. 노후의 삶과 공부하는 아들 딸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융자부터 갚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침에 식사를 마치고 안방에서 쉬고 있는데 행복전도사로 알려진 최윤희선생이 거짓말처럼 자살을 했다며 아내가 알린다. TV에 자주 등장하여 엊그제까지 행복을 이야기하는 전도사가 그것도 남편과 동반자살을 했다니 황당하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뼈가 쑤시는 병으로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지만 그런 아내를 따라간 남편까지 비난보다 연민이 앞서 왔다. 체육관 운동을 마치고 서울역 근처에 있는 신발도매상에서 구두를 3만5천 원에 구입하고 학원으로 이동하여 일요일 수업을 준비했다. 오후에는 닭곰탕으로 점심을 하고 체육대회 건으로 동문 선후배들과 통화를 하다가 저녁에 논술교실로 이동하여 수업을 하고 내려왔다.
9일 고향 모교에서 동문회 체육대회를 하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지하철을 이용하여 사당역으로 나갔다. 8시경 도착하니 서울 경기지역 동문 선후배들이 모여 반가웠고 50대부터 70대까지 나를 포함하여 100여명 정도의 인원이 모였다. 45인승 관광차 2대와 25인승 봉고차에 각각 나누어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12시30분 푸른 잔디가 있는 모교 운동장에 들어섰다. 개회사를 시작으로 회장에 이어 기수별 인사를 마치고 점심은 운동장에 차려진 뷔페로 했는데 우리 동기들은 8명이 참석을 했다. 서울에서 함께 내려온 고모와 오후에 산소를 잠깐 다녀오기도 하고 이후 장기자랑과 노래자랑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행사를 마치고 지평선 축제가 한창인 벽골제로 이동하는 중에는 나들이 차량으로 정체가 심하여 10여분은 아예 걸어서 이동을 했다. 과거 어둠만이 있었던 여기가 이렇게 변하여 축제의 마당이 되었다니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었고 마을 앞으로 흘러온 제방을 먼저 올라가 보았다. 11시 사당동에 도착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춘천마라톤 책자가 도착해 있고 출사표와 작년에 내가 달리던 전신의 모습이 컬러로 나와 있다. 조선일보 마라톤 사무국에서 발췌하여 실은 것인데 이번에 함께 출전하는 우현이가 책자를 먼저 보고 오전에 전화를 한 터였다. 발끝부터 손동작까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역동적인 내 모습이었는데 표현할 수 없는 나대로의 감정이 생겼다.
10일 새벽에 일어나 출사표를 읽고 마라톤 사진을 여러 번 보았지만 내가 살아가는 과정이나 모습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늦게 자고 일어나니 아침이 조금 피곤했고 먼저 일어난 딸은 거실에 둔 마라톤 책자를 들고 사진과 글을 탐독하듯 보고 있다. 아들이나 딸도 어른이 되어 세상을 살다보면 어려움이 많이 생길 텐데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9시에 눈을 비비며 논술교실에 올랐고 중간고사와 관련된 작품으로 아들을 포함하여 일요일 수업을 시작했다. 오후에는 교회 체육대회에 참가하려고 집에서 나섰다가 홍제천 중간에 차를 두고 마라톤으로 인공폭포 아래에 위치한 안양천에 도착했다. 바람이 부는 성산대교 위를 넘어온 것인데 쌩쌩 달리는 자동차와 소리 없이 흐르는 물결이 인간사와 자연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행사장에서 친구를 만나고 줄다리기에도 참가하여 몇 시간을 보내다 차가 있는 곳까지 다시 한강 위를 달려서 돌아왔다. 그 동안 한강의 동쪽과 서쪽을 왕복으로 몇 번 달려본 나인데 눈으로 보는 것보다 거리가 있고 아마 2킬로는 족히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마친 저녁에는 플레이오프 야구경기를 시청했고 특히 옆에 있는 아들이 야구이론에 대하여 질문을 많이 한 날이다.
11일 어제 피곤하여 일찍 잠이 들었는데 딸이 가로로 누워서 자는 바람에 나도 아내도 자다 깨다를 몇 번 했다. 오늘은 아내와 결혼한 지 18년이 되는 해인데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니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서 열심히 살기는 했어도 가정에 무성의한 날이 더 많았다. 식사를 마치고 아내는 산에 가고 나도 체육관으로 달려가 운동을 했는데 연휴가 끝난 직후라 그런지 사람도 없고 분위기까지 썰렁했다. 점심쯤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바로 학원으로 나가서 교재를 보는 중에 동학이 엄마와 점심을 먹는다는 아내의 문자가 왔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니 맛있게 먹으라고 답장을 했지만 사는 동안 편하게 해 준 것이 거의 없어 미안함이 많았다. 오후에 엊그제 실시했던 동문회 체육대회 내용을 르포 형식으로 향우회 카페에 올렸더니 금세 많은 댓글이 달렸다. 결혼기념일이기도 하고 장모님께서도 올라오시어 저녁에 집으로 들어가다가 아파트 앞에서 선물로 꽃다발을 구입했다. 살아오는 동안 꽃을 산 적이 거의 없어 어색하게 거실에 들어서자 아내는 기뻐하고 딸은 놀라고 장모님은 흐뭇해 하셨다. 평소에 늦게 들어가고 자상하지 못한 나인지라 미안한 마음에서 구입한 것인데 언젠가 아들이 시킨 것까지 합하여 오늘이 두 번째 꽃이다.
12일 새벽에 일어나 어제 동문회 카페에 올린 체육대회 후기를 손질하는데 오랫동안 글을 써 와서 그런지 내용과 흐름에 문제가 없었다. 식사를 마친 오전에 마라톤을 시작하여 홍제천을 달리다 월드컵공원을 거쳐 하늘공원 아래 일직선 비포장 길로 들어섰다. 왼쪽으로 한강을 보면서 노을공원 아래까지 갔다가 하늘공원을 넘어 다시 홍제천을 따라서 돌아오니 2시간이 지나 11시30분이 되었다. 달리는 동안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아 땀이 비가 오듯이 흘렀고 집에서는 고추장을 담근다고 장모님께서 분주하시다. 오후에는 조만간 서울에서 개최되는 김제향우회 체육대회 건으로 향우회장과 만나 논의를 하고 학원으로 들어가 수업을 시작했다. 저녁에 집으로 오면서 논술교실로 들어가 중간고사를 앞둔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늦은 시간에 집으로 내려왔다.
13일 어제 피곤했는지 늦게까지 잠을 자다가 일어나니 아들과 딸이 등교를 했고 장모님께서도 청주로 내려가셨다. 9시경 아내가 산에 오르고 혼자 식사를 마친 11시에 체육관으로 나가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새벽시간을 놓쳐서 그런지 오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1시에 집으로 와서 식사를 하고 학원으로 나가면서 거리의 가로수를 바라보니 여름과 확연하게 달라 푸른색과 누런색이 반씩 차지하고 있다. 요즘처럼 청명한 날은 하루의 시간이 아까울 정도인데 더욱이 무더운 여름이나 매서운 겨울을 생각하면 10월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교재를 연구하고 프린트를 만들면서 오후를 보내다가 저녁에 오면서는 광화문 조선일보사에 들어가 마라톤 책자를 몇 권 더 얻었다. 저녁에 8시까지 논술교실 수업을 했는데 수강생들이 나서기도 전에 아내가 들어왔고 집에서는 아들과 저녁을 먹으며 엊그제처럼 프로야구 게임을 시청했다.
14일 새벽에 컴퓨터를 하다가 식사를 했고 아들과 딸이 학교에 간 뒤에는 마라톤을 하려고 서둘러 홍제천으로 나섰다. 춘천마라톤 D-10이라 긴장된 마음이 앞섰지만 월드컵공원을 거쳐 가을 들국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아래를 엊그제처럼 달렸다. 끝지점에서 다시 돌아 홍제천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여기도 나뭇잎이 갈색으로 변하여 가을의 풍경을 만들었다. 월드컵공원 아래에서 쉬지 않고 더 달려 2시간 만에 출발선으로 들어왔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수업을 하러 학원으로 다시 나섰다. 오후부터 수업을 하고 저녁에는 서술형 문제까지 만들어 논술교실로 이동하여 상위권 학생들 심화학습을 지도했다.
15일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10월을 붙잡아 두고 싶은데 중간고사와 마라톤이 장벽처럼 놓여 있다. 하지만 산이나 들에서 가을을 만끽하는 것보다 현실의 장벽을 넘는 것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될 수가 있다. 아들과 딸이 등교를 한 뒤에 아내와 컴퓨터 앞에서 춘천마라톤 참가 열차표를 인터넷으로 옥신각신하며 예매했는데 30분이나 시간을 허비했다. 컴퓨터 실력이 둘 다 부족한 탓으로 결국 구입한 것도 입석표라서 웃을 수도 없는 이래저래 갑갑한 시간이었다. 11시경 체육관에 나가 운동을 하고 학원으로 이동하여 오늘은 이대부고 중간고사와 관련된 문제를 직접 만들었다.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를 보내다가 저녁에 논술교실로 이동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낮에 만든 문제로 아들까지 지도하고 늦은 시간에 돌아왔지만 어느 때보다 보람있는 하루를 보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