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력적인 인생을 위한 인문학 강좌 지상 중계 4/10.27.19시, 로스터리 카페 들꽃 2층 ◈
-맥주! 술인가, 음료인가? 친구인가, 적인가?- 맥주 연가(戀歌), 그리고 울며 웃으며-
*맥아로 만든 주류라는 의미를 가진 맥주는 기원전 4000년경부터 중동 지역 문명의 발상지인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끼고 발달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인에 의해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졌습니다. 수메르인이 맥주를 양조했다는 기록은 수메르 우루크 왕조의 제5대 왕인 길가메시 왕의 서사시의 한 구절에서 “맥주를 마신다”라는 구절과 “작업에 참여한 인부들에게 맥주와 포도주를 제공하라”는 문구로 확인됩니다.
또한 기원전 3000년경부터 메소포타미아에서 바빌로니아의 부흥기를 가져온 최초의 성문화된 법전 편찬으로 유명한 함무라비 왕의 법전을 살펴보면 맥주와 관련된 조항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맥주를 파는 사람이 맥주값을 곡물로 받지 않고 금전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맥주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발각될 시 그 사람에게 처벌을 내린다. 경우에 따라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수도 있다.”
법전에 맥주와 관련된 조항이 명시되어 있음은 맥주가 당시 시민들에게 매우 밀접한 술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이동처럼 맥주는 점점 서쪽으로 전파되어 그리스와 로마 문명에 닿게 되었으나, 지리적으로 더 알맞은 기후를 지닌 와인에 밀려 포도가 생산되지 않는 로마 문명의 외곽인 북유럽 지역에서 더 성행하게 되었고, 로마군과 항상 대치했던 게르만 민족의 본거지인 라인강 너머의 독일 지역과 체코,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 맥주를 생산하는 주요 지역으로 등장합니다. 게다가 와인은 로마의 지배 계층이 즐기는 주류인 반면 맥주는 야만인들이 즐기는 저급 술이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확산에 걸림돌이 됩니다.
이러던 맥주는 8~9세기 중세 유럽을 지배한 프랑크 왕국 때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교황으로부터 서로마 황제의 칭호를 수여 받은 샤를마뉴를 비롯한 프랑크 제국의 황제들이 적극적으로 기독교를 포교하기 위해서 제국 내 각지에 기독교 수도원을 건설하기 시작하고, 수도원들은 표면적으로는 그 지역에 기독교를 전파하는 기구였지만, 황제는 수도원을 통해 중세 봉건 통치체제를 구축합니다. 이렇게 설립된 수도원들은 와인, 커피, 맥주를 제조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인이 술을 가까이한다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지만, 맥주와 와인 등의 발원이 종교와 밀접하다는 건 역사입니다. 사실 와인과 맥주는 예수님 당시에 가장 활성화된 주류이자 음료였습니다. 성서 안에서 이뤄지는 예수님의 밥상 안에서의 먹고 마심은 오늘 새로운 신학의 매우 중요한 관점으로 부각 되고 있으며, 이는 밥상공동체가 갖는 중요성이 오늘날 교회공동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라고 불리는 바이헨슈테판(Weihenstephan)은 독일 바이에른 주의 프라이징(Freising)시에 위치한 수도원에서 만들던 맥주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768년에 세워진 수도원에 1040년 양조장이 설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803년에 상업 양조장에게 수도원 양조 권한과 기법을 넘겨주기는 했습니다만, 바이헨슈테판은 여전히 유럽 수도원 기반 맥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굳건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며, 바이헨슈테판 이외에도 벨기에의 레페(Leffe)나 독일의 파울라너(Paulaner)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양조장들의 맥주들을 보면 중세 수도원 맥주 양조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맥주의 기본 재료 4가지는 물(Water), 맥아(Malt), 홉(Hop), 효모(Yeast) 입니다. 1516년 독일 빌헬름 3세에 의해 제정된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 German Purity Law)은 ‘맥주로 인정받기 위한 기본 3 재료’를 규정한 것으로 현재까지 독일 맥주 문화 스타일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16~17세기까지 그루트/Gruit 맥주 성행함- 다양한 첨가물이 들어간)
맥아(Malt)- 맥아는 보리 낱알을 물에 반응시켜 싹을 틔우고 맥주를 만들 때 필요한 효소들을 생성한 후 싹을 제거한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인 보리로도 맥주를 만들 순 있지만, 맥주를 양조하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갖춘 맥아보다는 효율과 품질 부분에서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맥주용 보리는 맥아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맥아는 밀과 같은 다른 곡물로도 맥아화 할 수 있지만, 정치 경제적 이유로 보리만이 공식화되었습니다.(당화-여과-자비-발효-침출-여과-병입)
홉(Hop)- 홉(Hop)은 학명으로 ‘Humulus Lupulus’라고 불리는 삼과의 식물로서, 홉이라는 식물의 암꽃 잎이 맥주의 재료로 사용되며 중세 이후 본격적으로 맥주에 첨가되었습니다. 16세기경 유럽에서 공식적으로 맥주의 재료로 인정받기 이전 시기에는 야생에서 채취할 수 있는 허브나 꽃 등이 향미를 부여하기 위해 투입되었으나, 홉(Hop) 특유의 탁월한 성능과 향미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양조장이 의심 없이 사용하는 맥주의 주재료입니다.
홉은 항생물질(Anti-Bacterial)이자 천연 방부제로서, 발효 중 부정적인 미생물, 박테리아들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합니다. 당(Sugar)을 위한 원천인 맥아는 마치 캐러멜이나 시럽과 같은 단맛과 향을 완성된 맥주에 부여하나, 홉은 맥주에 있어서 씁쓸한 풍미를 남기기에 홉이 없다면 맥주는 달짝지근한 맛 위주의 음료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300가지가 넘는 종의 홉이 맥주 양조계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각 홉마다 각기 다른 고유의 풍미를 지닙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캐스케이드(Cascade) 홉은 자몽, 귤과 같은 새콤하고 시트러스(Citrus)한 속성을 맥주에 입힙니다. 반면 영국의 브램링 크로스(Bramling Cross)라는 홉은 블랙커런트(Black-Currant)로 건포도스러운 풍미며, 독일의 테트낭(Tettnang) 홉은 꽃이나 허브스러운 아늑함과 화사함 등을 간직했습니다. 그러니 같은 종의 맥아, 물, 효모를 사용했을지라도 어떤 홉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맥주가 만들어집니다. 홉(Hop)이 주로 재배되는 지역은 북위 35~41도, 남위 34~43도 되는 서늘한 지역으로 연간 필요 강수량은 300mm, 여름 평균 기온은 섭씨 16~18℃를 기록하는 곳이 적당합니다.
홉을 재배하는 대표적인 산지로는 유럽에서는 독일 바이에른(Bayern) 지역과 체코 보헤미아(Bohemia) 지역, 영국 동남부 켄트(Kent), 알프스산맥 남부 슬로베니아(Slovenia), 벨기에의 포페린게(Poperinge) 지역이 꼽힙니다.(*일본의 소라치 에이스 홉-삿포로 맥주)
효모(Yeast)- 효모는 맥주와 같은 발효주에서는 가장 필수적인 요소로서 발효 작용을 담당합니다. 맥아로 당이 담긴 맥즙을 만들고 홉으로 아무리 맥즙을 양념을 해놓아도 효모가 없다면 알코올이 없는 액체(맥즙)일 뿐 맥주로서 알코올을 절대 내포할 수 없습니다. 효모는 맥아로부터 추출한 맥아당(Sugar)이 담긴 맥즙에 투입되어 발효를 진행합니다. 이때 발효 온도가 상당히 중요한 변수로서 발효의 위치에 따라 에일(Ale)과 라거(Lager)로 나뉘게 됩니다.
상면 발효- 보통 섭씨 18~23℃에서 발효하는 방식으로, 이에 따른 결과물을 에일(Ale) 맥주라 불리는 까닭은 발효 후 효모가 맥즙의 상층에서 머물기 때문입니다.
하면 발효- 섭씨 8~13℃에서 발효하는 방식으로, 이에 따른 결과물을 라거(Lager) 맥주라고 불리는 까닭은 발효 후 효모가 맥즙의 하단에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맥주 양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이자, 숙련된 맥주 양조가들도 항상 마음을 놓지 않고 신경을 쓰는 부분이 효모의 발효 과정입니다. 맥주의 공정은 요리와는 달라서 인간의 힘으로는 맥즙을 발효시켜 알코올이 포함된 맥주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효모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발효 과정 중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한 오염이나 건강하지 못한 효모의 발효로 맥주 발효에 없어야 할 박테리아(미생물)가 창출해낸 신맛이나 떫은맛 등이 완성된 맥주에 남게 되거나 효모가 죽어 발효 자체가 이뤄지지 않기에, 효모가 위생적인 환경과 적합한 온도에서 원활히 발효가 되도록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물(Water)- 맥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물입니다. 그렇기에 오염의 여지가 없는 질 좋은 물로 만들면 그만큼 상급의 맥주가 나온다는 건 상식입니다.
지역마다 물은 경수(Hard Water/센물)와 연수(Soft Water/단물)라는 두 종류의 물로 쉽게 구분될 수 있습니다.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칼슘과 마그네슘 등의 양이온 분포도입니다.등으로 경수에는 양이온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연수에는 적게 포함되었습니다.
황금빛 필스너 맥주의 원조로 유명한 체코 플젠(Plzen) 지역의 물이 미네랄과 염분의 함량이 적은 연수라는 것을 파악했고, 영국의 중부 버턴 온 트렌트(Burton On Trent) 지역의 물은 황산염(Gypsum)이 다량으로 포함되어 홉의 풍미를 부각시킴으로 페일 에일의 붐을 주도하게 됩니다.(독일 칭다오 침공 후 맥주 공장 건립 이유도 양질의 물이었음)
*1516년 독일 순수령(Reinheitsgebot, German Purity Law)& 1871년 비스마르크 프로이센 제국- 물, 보리(밀과 호밀 제외/식량원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한 의도), 홉( 야생 허브 사용에 따른 위험 방지, 맥주 질 정형화 의도, 이에 반하는 체코의 필스너와 벨기에 호가든, 독일 슈바르츠 비어의 설탕 첨가)
*IBU(International Bitterness Unit)는 1L의 맥주에서 1mg의 이성질화 된 알파 액시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서 IBU를 높이는 방법, 즉 맥주를 쓰게 만드는 방법은 홉을 많이 쓰면 됩니다. 다만 쓴맛을 위해 홉을 효과적으로 쓰는 문제는 단순히 많은 양을 넣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높은 IBU를 기록하는 맥주들은 그만큼 씁쓸한 맛의 홉의 성향이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홉을 중심으로 맥주 맛이 구성되는 미국의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류는 평균적으로 IBU가 60 정도이며, 씁쓸한 맛으로 정평이 난 체코의 필스너(Pilsner)들이 대략 35~40 IBU입니다.
*맥주를 분류하면 라거(Lager), 에일(Ale), 람빅(Lambic)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라거(Lager): 하면 발효한 맥주, 에일(Ale): 상면 발효한 맥주, 람빅(Lambic): 상면 발효하였지만 맥주 효모 이외에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발효한 맥주, 주정 강화 와인- 높은 도수의 와인.
라거(Lager)의 하위 분류에는 필스너(Pilsner), 페일 라거(Pale Lager), 둔켈(Dunkel) 등 약 20여 종의 맥주 스타일들이 있고, 에일의 하위 분류에는 페일 에일(Pale Ale), 스타우트(Stout), 세종(Saison), 바이젠(Weizen) 등 약 70여 종의 맥주 스타일이 있습니다.
*맥주와 기독교의 연결 고리- ‘금욕적이기만 할 것 같은 유럽의 수도원에서 왠 맥주?’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지만, 사실 중세 이후 유럽의 수도원들에서 맥주 양조는 매우 흔한 일로, 현재 운영되는 맥주 양조장 중에서 수도원에 의한 기반으로 시작한 곳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벨기에의 레페(Leffe)나 독일의 파울라너(Paulaner), 바이헨슈테판(Weihenstephan) 등의 기원은 수도원 맥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트라피스트 에일이라 불리는 수도원 맥주는 총 10가지로, 벨기에에 6곳, 네덜란드에 2곳, 오스트리아 1곳, 미국 1곳의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양조됩니다. 금욕적인 수도 생활로 유명한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수도승들이 자체적으로 소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던 것이었으나, 자기 수양과 사순절 등의 단식 후 영양을 보충하는 용도나 손님 접대를 위해 만든 맥주가 수도원의 재정 확충과 선교에 쓰인 건 아이러니합니다.
*사진 참조(맥주 양조장의 별, 문장-스타벅스 문장, 그리스 로마신화)
*맥주는 술도 음료도 아닙니다. 친구도 아니고 적도 아닙니다. 그럼 맥주는, 삶에서 웃기고 울리는 연가일 뿐입니다. 맥주에, 와인에, 커피에 교리나 역사를 입히는 건 어리석습니다. 그저 그 순간 내가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인감도장 같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