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현태 목사/김현 사모(강진 신전중앙교회)의 교우 단상: 스페인/포루투갈 순례기(10월 9일~21일) ◈
한반도에서 꽤 떨어진, 대서양과 지중해 근처 발레아레스해를 끼고 있는 스페인과 포루투갈을 향해 날아갔다. 지진으로 힘들어하는 아프리카 모로코가 두 국가 바로 밑에 놓여 있다. 인천에서 비행시간만 15시간, 미리 시간을 메우기 위한 자기만의 콘텐츠를 준비하지 않으면 비행시간 내내 매우 느려터진 시간을 경험한다. 스페인과 포루투갈은 지난 한 역사의 굴곡이 흐르는 국가들이다. 전쟁과 종교, 그리고 침략과 개척의 다양한 곡선이 흘러간다. 물론 혼혈의 피도 새로운 DNA로 흐른다. 역사적 관찰은 잠시 접어 둔다. 비행시간을 빼고 10일 간의 빠듯한 일정상, 나의 시선은 두 국가의 땅을 담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걷고 싶었다. 그들의 삶의 양식과 마음의 여백이 어디쯤인지도 궁금했다. 이베리아인과 켈트족의 혼혈 피가 흐르는 그 콜라보에 호기심도 가득했다. 더불어 아랍인들의 생존도. 그래서일까, 휴대폰을 통한 나의 렌즈는 매우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매일 반복되는 장거리 이동에 힘들고 피곤하지만, 나는 졸음을 이겨내며 줄기차게 그 땅을 렌즈에 담았다. 다행스럽게도 만족할만한 몇 장의 사진을 거두었다. 면박을 듣기도 했다. 뭘 그리도 담느냐고. 그러나 어렵사리 얻은 기회이기에 부지런을 떨었다. 지금도 그 사진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스페인과 포루투갈의 길거리를 많이 걷고 싶었고, 골목의 건물들을 차곡차곡 담아 놓고도 싶었다. 길거리의 악사들을 격려했고, 노동자들과 가난한 이들의 주름도 담아내었다. 특히 나의 시선을 끄는 질료들이 있었다.
그것은 도시와 농촌, 그리고 변두리마다 수놓은 벽화와 그라피티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집들마다 정성을 다하는 테라스나 발코니의 풍경들. 나의 감성과 감각에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힘껏 담아내었다. 누군가는 그라피티를 낙서로 혐오하지만, 나의 정신세계는 그들의 언어와 표현의 외침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강렬했고 기억할만한 풍경은 스페인의 광활한 땅이다. 순례의 대부분은 사진으로 남겠지만, 사진이라는 것도 맑은 하늘의 도움이 없으면 부질없다. 포루투갈의 3일은 내내 비가 내렸다. 해서 사진이 부실하다. 스페인에 머물렀던 일주일은 눈물 나게 맑은 하늘과 드넓은 광야가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맑은 하늘과 고운 대지가 입맞춤하는 찰나를 연신 담아보았다. 흔들리는 차량 속에서도 렌즈에 정성과 노력을 다했다.
중세교회들과 여러 광장을 둘러보고 그 위엄에 주눅이 들었다. 황홀함보다는 인간의 무한한 능력과 욕망을 보았고, 한편으로는 그 위엄 있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수많은 건축 노동자들의 희생을 애써 연결시켜 보았다. 크고 위대한 것은, 그 이면의 고단한 생명들이 녹아 있는 것이리라. 아무튼 장엄한 건축 양식과 규모에 경의의 마음도 함께 보낸다.
마무리하자면, 스페인과 포루투갈의 여정은 매우 중세적이며, 새롭고 드넓은 이미지의 환경과 유럽의 다양한 문화를 함께 담아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요즘 국내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먹방과 여행코스를 따라가면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조금 더 다른 정신으로, 깊은 마음으로 두 국가를 걷고 경험한다면 나의 인생과 여정에 좋은 씨앗이 될 것이다. 더 걷고, 더 기도하고, 더 사랑하는 순례의 시간이었다.
포루투갈 대서양의 파도와 바람은 매우 강했으며, 알람브라궁전에서 서툰 노래 한 줄 남겼던 기억은 두고두고 궁전의 울림처럼 나의 기억 속에 울릴 것이다.
(*나의 여행기를 주보에 실으면 좋겠다는 목사님의 제안에 선뜻 응하고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진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마음을 담아봅니다. 들꽃의 미래가 기장의 미래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남 강진에서 최현태 목사 김현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