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 발표
●시상 취지 ; 천상병 시문학을 선양하고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상식 일시 ; 2003년 5월 4일 오전 11시
●시상식 장소 ;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중산관광단지 내 ‘귀천’시비
●시상 행사 ; 제 1회 천상병문학제
●시상 주관 단체 ; 한국시사랑문인협회(회장 손근호 시인)
●제 1회 천상병 시문학상 수상자 ; 문정희 시인
수상시집 ; 「오라, 거짓 사랑아」,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수록시 10편
문정희 시인 약력
동국대 국문과 동대학원 졸업, 서울여대 대학원 박사 학위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이후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현재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시집 <찔레>, <아우내의 새>, <남자를 위하여>
●심사평
제1회 천상병 시문학상 수상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를 잡았다. 2002년도에 나온 시집과 합동 시집을 대상으로 하되 활동 기간이 10년이상 된 시인이어야 한다는 점이 그 하나이고 천상병 시인의 서정과 세계에 가까운 시인이어야 한다는 점이 그 두 번째이다.
먼저 2002년도 출간 시집들을 찾아내고 그 중에서 문단 경력 10년 이상된 시인들을 골랐다. 그리고 또 천상병의 서정과 세계에 어느 쪽으로든 근접해 있는 시인들을 네 사람으로 압축했다. 그 네 사람은 비교적 서정성이 강하면서 삶의 천착에 힘을 주고 있는 시인들이었다. 결국 제 1회 수상자로 문정희 시인을 뽑는데 우리(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문시인은 2001년도에 「오라, 거짓 사랑아」(민음사)를 내고 이어 합동시집 성격의 「소월시문학상 작품집」(2002, 문학사상사)에 기수상 시인 추대작으로 10편의 역작을 발표했다.
우리는 문시인이 이들 시집에서 삶의 진정성으로 스스로 가 닿는 생활 공간의 온갖 모습들을 비추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천상병시인 시들과의 부분 접점을 이루고 있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문시인 시들은 진술성 문맥의 장력(張力)확대라든가 꿈, 몸, 현실들이 어우러져 드러내는 고뇌와 실존의 깊이를 확실한 자기류의 화술로 길어 올리고 있다는 데에서 시의 한 전형을 볼 수 있었다.
시의 순수 하나로 풀꽃처럼 서 있는 천상병 시인, 그를 기리는 약초축제에서 첫 수상자 문정희 시인의 시들이 모든 사람의 영혼의 상처에 약초처럼 다가가길 기대한다.
심사위원장 : 강희근(시인, 경상대 교수)
심사위원 : 문효치(시인, 한국 문협 시분과 회장)
심사위원(자료) : 류준열(수필가)
심사위원(보조) : 박득제(시인)
●문정희 시인 수상 소감
인간이란 얼마나 위태한 벼랑 위에 핀 한 송이 풀꽃인가.
천년 인류 문명의 꿈이 새겨진 바그다드에서 이 봄에 들려오는 전쟁의 소식은 새삼 생명에 대해 꿈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아울러 어떤 힘도 보태지 못하고 오직 발만 동동 구르며 바라 볼 수밖에 없는 언어의 무력에 절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찬란한 문학 <아라비안 나이트>는 언어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위대한 문학 유산이 아니던가. 그런 상념으로 온통 안타까운 이 봄날에 지리산 쪽에서 날아온 수상소식은 나를 잠시 전율케 하였다.
이 상이야말로 작지만 가장 생명력이 넘치고 가장 눈밝은 이 땅의 풀꽃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태어난 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그 이름만 들어도 맑은 천상병 시인의 이름과 함께 첫 번째로 주어지는 상이라니.. 그러나 나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기실 오늘 나의 시가 찍어 쓰는 고독의 잉크는 풍족하다. 그러므로 이 상의 영광은 나보다 더 눈 밝고 더 빼어난 시인을 찾아가도 좋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결국 나는 이 아름다운 상을 아주 겸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기로 했다. 풀꽃 같은 시인의 이름으로 안겨주는 이 영광이 그 어떤 빛나고 화려한 상찬보다 눈부시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전쟁도 끝이 나고 눈부신 생명의 계절이 오리라.
진실로 좋은 시와 견고한 시정신으로 보답하겠다. 2003년 4월
◎천상병시문학상 시상에 대한 기초 자료
-목적 ; 천상병 시문학을 선양하고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해 천상병시문학상을 시상한다.
-시상 대상자 ; 문단 데뷔 10년 이상된 시인 중 천상병 시문학의 정신에 부합하는 자로서 매년 1명으로 한다.
-심사위원 ; 천상병시문학상 운영위원회에서 위촉한 사람으로 한다.
-심사 방법 및 작품 ;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작품을 받아서 심사한다.
가. 심사 대상 작품 ; 전년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출간된 시집 또는 작품집을 대상으로 한다.
나. 전년도 시집 또는 작품집을 시인으로부터 응모를 받거나 심사위원이 시인의 시집 또는 작품집을 수집하여 심사한다.
-시상 대상자 발표 ; 매년 4월 20일 전후 한국시사랑문인협회 홈페이지 게시판 및 언론 매체를 통하여 발표한다.
-시상식 ; 매년 5월 천상병문학제 행사 당일
- 상금 ; 200만원
◎제 1회 시사문단 문학상 수상자 발표
●시상 취지 ; 시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시사문단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상식 일시 ; 2003년 5월 4일 오전 11시
●시상식 장소 ;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중산관광단지 내 ‘귀천’시비
●시상 행사 ; 제 1회 천상병문학제
●시상 주관 단체 ; 한국시사랑문인협회(회장 손근호 시인)
●수상자 ; 최해춘 시인, 전은영 시인 공동수상
최해춘 시인
수상 작품 ; <사랑아 저 세상까지>
약력
한맥문학 등단 작가
한맥문학가 협회 회원
한맥문학 동인
한국시사랑문인협회 정회원
세계한민족작가연합회원
전은영 시인
수상 작품 ; <나는 더 이상>
약력
2002년 4월 월간 한맥문학 시 부문 등단
2002년 9월 월간 한맥문학 이달의 시인상 수상
문인협회 태백지부 회원
한맥문학가 협회 회원
한국 시사랑 문인협회 강원지부 회장
●심사평
제1회 시사문단 문학상 수상작으로 최해춘의 <사랑아, 저 세상까지>외 1편, 전은영의 <나는 더 이상>외 1편을 뽑는다. 두 시인의 시는 무슨 거창한 실험을 시도한 것도 아니고 현실에 대한 비분강개를 메시지로 드러낸 것도 아니다. 차분하게 삶과 서정을 분에 맞는 말과 온당한 기법으로 정직하게 노래하고 있다.
최해춘의 <사랑아, 저 세상까지>는 흥덕왕 능 앞에서 지나간 역사를 반추해 보는 시로서 시인이 온건한 전통 감정에 젖어 있음을 보여준다.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지만 “앵무새 붉은 사랑 명치 끝에 아려 온다”나 “도래솔 푸르름이 사랑가로 들려주네”에서 보듯이 안정된 시각으로 서정시 특유의 대상과의 동일 지향을 드러낸다.
전은영의 <나는 더 이상>은 이별의 아픔을 역설 구조로 잘 드러낸 서정시이다. 짜임도 치밀하고 말의 진행도 점층적으로 화자의 내면을 호소력 있게 드러내 준다. 아주 비근한 이별의 아픔이지만 화자의 품격을 기웃둥거리지 않게 하는 3련 동일 구조의 역설이 돋보인다.
(시사문단문학상 심사위원 ; 천상병 시문학상 심사위원과 동일함)
●최해춘 시인 수상 소감
유리알을 밟는 듯한 가슴앓이가 서라벌의 잠을 깨우고 싶은 날, 천년의 세월을 지켜 온 서라벌 老松의 푸르름이 오래 된 침묵을 삼키고 있었습니다.
문학은 언제나 타는 갈증으로 다가오고 목마름을 식히려 찿아 간 그 숲에는 만만년 세월가도 마르지 않는 향기가 오히려 나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신라 42대 흥덕대왕과 정목왕비의 사랑이 가슴 아려 쓴 <사랑아, 저 세상까지>를 시사문단 문학상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리며 함께 하신 모든 문우님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감사합니다.
●전은영 시인 수상 소감
봄이 오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모르는 새싹들이 돋아 파릇파릇합니다.
여리디 여려 보이는 그 싹들은 모두 다 힘들어하는 겨울을 잘 견디고 당당합니다.
시를 쓴다는 것이 참 아프다는 것을 자꾸만 느낍니다.
계절마다
그 계절들을 아파하고
가슴 깊이 사랑합니다.
수상소식을 듣고 왠지 모를 눈물이 솟아 펑펑 울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꼭 첫 햇살을 맞은 풀잎이 된 기분입니다.
뽑아주신 분들과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더욱 열심히 하여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1회 천상병문학제 사이버 백일장 및 삼행시 수상자 발표
제1회 천상병문학제 사이버 백일장 심사평
일반부
장원
낙(樂)/ 황원익
털북숭이 엉덩이가 동네 순찰하다
긴장(緊張)의 점 하나 찍더니
신호를 낸다
점점 커지는 선홍색 창구(窓口)
바짝 치켜든 꼬리
느낌표!
제자리서 맴돌다 엉거주춤
자세 잡은 엉덩이의 절구질
찌릿찌릿 몸 트림
뚝딱 두 점의 안도감(安堵感)
엉덩이는 산책 나올 때보다
더 신나게 씰룩 이고
희열에 찬 목소린
괜한 아이들에게
만만하다
제 1회 천상병문학제 사이버 백일장의 일반부 장원으로 황원익 님의 '낙(樂)'을 뽑는다.
지난 2003년 3월 2일부터 4월 10일까지 한국시사랑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웹진 시사문단으로 모집한 천상병 문학제에서는 일반부와 고등부 백일장과 아울러 '천상병, 천왕봉'이란 시제로 삼행시를 공모하였다.
총 응모편수 200여편이 넘는 열화와 같은 성원에 감사드리며, 이처럼 많은 작품속에 옥석을 가리는 일은 실로 어려운 작업이었음을 밝힌다. 또한 작품에 있어 그 완성도가 높았음에 천상병 시인에게 누가 되지 않았음을 자축한다.
황원익 님은 오랜 습작 활동을 통한 현대시의 다양한 기법을 잘 소화하고 있는 작가로 추정된다.
은유나 비유를 통하여 세상을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려는 작가의 마음이 시에 의지적으로 녹아있고 이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작가는 이 시를 통하여 날로 각박해져가는 세상살이를 정화하고, 독자들을 기쁨과 희망으로 유도해 내고 있다.
표현이 간결하면서도 의태적 시어들을 사용하여 싯적 경쾌감을 주고 무리없는 흐름과 여성스러우리만치 부드러운 필치로 정신적 세계를 시적 프리즘으로 여과하여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인생을 계몽하고 있기에 장원으로 뽑는다.
당선 소감
진솔하고 진솔함이, 사랑하고 사랑함이, 자신을 돌아볼 때나, 삼라만상을 대할 때나 늘 견지되어지길 소망합니다
먼저, 장원으로 제 작품을 천거해 주신 심사위원 제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열심히 하라는 편달로 여겨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아울러 저를 시의 세계로 인도해 주신 이민영시인님과 김인호시인님께 이 자리를 빌어 삼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시사랑으로 연하도록 이끌어주신 심사위원님을 비롯한 천상병님을 기리는 모든 분들께 재차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이만 당선 소감문을 가름하고자 합니다.
차상
그림 그리기 / 김선익
습관지어진 밤
기차역에서
허름한 습자지 한 뭉큼을 샀다
밤이면
텅빈 여백들이 멀건 눈물을 흘리고
앙살맞은 다갈색의 형체들이 기습을 한다
모지랑이 같은 인생살이
저만치서 옷을 벗는다
지질히도 질긴 여행
밤마다 낯설기만 하고
숫접은 내 노래
광목천 하얀 이불에 뉘였다
원초적인 물음들
초라한 도린곁에
해지고 터진 기타 하나 버려둔 채로
밤새 빈 의자 하나를 그려놓고
전람회를 열었다
차상으로는 김선익 님의 '그림 그리기'를 뽑는다.
이 작품을 장원으로 뽑아도 무리가 없었지만 같이 올라온 작품'백곡준령 좌불안'이 지나치게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여 요즘 현대시가 지양하는 싯적 경향과 약간의 거리가 있기에 차상으로 낙점함을 아쉽게 생각한다.
현대시는 어려운 시어들로 시를 어렵게 만드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시어를 도출해 내는데 그 방향이 설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상작 '그림 그리기'는 일상생활을 통한 예리한 관찰력으로 자아를 발견하려 한다는 점이 평가된다.
당선 소감
그림을 그리는 일은 차안의 사랑과 피안의 사랑을 함께 보듬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밤이면 그림을 그립니다. 때로 날밤을 새워 출근 시간을 놓쳐버리거나 눈거죽이 돌담을 쌓은 듯 하던 날들. 밤이면 제로지대 가는 길에서 세상 것일랑 죄다 벗어던져 버리고서 "자유가 곧 법이다."라는 단 하나의 규칙 아래 노닐었습니다.
켄버스를 덮는 순간 나는 순수해져 있었고 두 개의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 내어보이는 못난 글에 고마운 평가를 내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밤마다 저와 쓴 담배를 피워가며 최고의 여유를 누리도록 글사랑을 같이 하여준 저보다 몇 배 시를 잘쓰는 사람에게 또한 감사하고 싶습니다.
차하
여의나루 전철역/ 박천서
봄 햇살 좋은 휴일 오전
수 많은 사람들이 밀려 나온다
그 끝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고
벚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의도에
자리를 깔고 더러는 자전거를 타며
벚꽃은 사람 수에 놀라서 잎을 떨구고
아무일 아닌 것처럼 발길에 눌려져
연약한 꽃잎 그렇게 떠나 버리고
떠나간 것 보다 남은 것이 많은지
아스팔트 점점 찍힌 꽃잎, 바라보는 이 없다.
여의나루 전철은 벚꽃을 알기나 할지
지하에서 나오는 사람 그 끝 어디인지
알지 못하고 바람은 소리없이 꽃잎 떨군다
강물은 흐르며 슬픔은 가슴에 남고
봄은 그렇게 농 익어 간다
차하로 박천서 님의 '여의나루 전철역'을 뽑느다.
특이하게 두드러진 점이 없는 것이 아쉬움이지만 시 공부를 많이한 흔적이 역력하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열려있는 작가란 점에 비중을 두었다.
전쳘역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을 시적 리듬을 소화하며 잘 그려내었다.
언어능력이 뛰어나고 생활과 시를 접목시킬 줄 아는 생활 시인이라 보여진다.
그 밖에도 오정희 님, 박영의 님, 고영호 님의 작품도 신선하였다.
많은 공부로 문단에 우뚝 서시길 바란다.
당선 소감
세차게 비가 내리는 날 입니다. 창밖 꽃잎 떨어지는 거리 내다보면서 비를 맞고 싶다는 생각, 그것은 생각 일뿐 전화를 받으며 메모를 하고 기쁜 소식인데, 누구한테 먼저 알려야 하나 생각하며 뛰어나갔죠.
흠뻑 젖도록 비를 맞았어요 먼저 알리고 싶었습니다. 시를 위해 끄적거린 일탈 지독한 아픔에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며 당선이라는 단어는 내게는 없는 단어라며 가슴에 상처만 만들었죠. 글을 쓴다는 것은 도를 닦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오늘도 가슴에 보따리 하나 풀어 강물에 던지렵니다. 내 시를 바라볼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새 길 열어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 드리며 더 열심히 쓰라는 가르침에 시인으로 태어나서 거듭 거듭 보답 하겠습니다.
고등부
장원
모 란/ 김보경
엄마에겐 왼쪽 검지손가락이 없다.
투명한 젖내에 짓물러 버린 손톱
도마위에 널부러진
생선의 가쁜 숨과
비릿한 눈물에 절어버린 손마디
단 한번도 짧은 몸뚱아리를
쭈욱 펴본 일이 없는 검지손가락은
늘 알싸한 향내를 내는
빨간 앞치마에 쌓여 있었음을, 아이는.
손금 봐줄 테야요.
여자는 오른손 손금을 보는거다.
아이는 하얀 안개 숨을 내쉬고는
빨간 앞치마에 푸서석.
엄마에겐 모란 냄새가 났다.
향기 없는 모란의 알싸한 향기.
엄마의 왼쪽 검지손가락에서 났다.
고등부의 장원으로 대원외국어고등학교 2년 김보경 학생의 '모란'을 뽑는다. 시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 보인다.
김보경 학생은 이 시에서 엄마의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표출하고 있다.
고등학생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필력으로 작품을 구성력있고 이미지 형상화에도 노력하여 모란의 정서를 손가락을 통하여 싯적으로 승화하였다는 점이 평가되었다. 같이 출품한 '낙서'도 손색 없는 작품이었다.
당선소감
정말 뜻밖의 일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은 마치 잊었던 사람에게서 갑자기 받게 된 편지와 같은 기쁨을 가져다 줍니다.
아무래도 '독사'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독서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제가 속해 있는 학교 동아리입니다. 선배와 후배가 짝을 이루어, 문학 작품 하나를 선정해서, 부원들끼리 토론을 하고, 생각을 나누는 동아리입니다. 얼마 전은, 그러니까 천상병문학제 사이버 백일장 마감 일이 임박했을 즈음은 제가 작품을 선정하고 공부를 할 차례였습니다. 제가 선정한 작품은 천상병 시인의 '창에서 새'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렇게 천상병 시인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천상병문학제.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문단의 마지막 기인(奇人)'이라는 천상병 시인. 그런 시인의 문학제에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게 되어, 기쁨과 부끄러움이 교차합니다. 천상병 시인의 해맑은 웃음만큼이나, 투명한 시인의 시와는 달리, 안개가 뿌옇게 끼인 듯한 제 시가 이렇게 상을 받게 되니 말입니다.
이번을 계기로 시에 대한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여 맑고 좋은 시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차상
숟가락 / 조건희
어릴 적 밥 한 술
제대로 못 삼킬 적에
아버지는 복이라도
잘 삼키라며
복(福)자 숟가락으로
밥술 떠서 주셨는데
어느새
아버지 강물에도
주름이 짙어져
식은 죽 한 술
못 떠드시면
아들은 효라도
잘 삼키시라며
효(孝)자 숟가락으로
죽 한 술 입에 넣어 드리던
밥상머리 숟가락
차상으로 안산 강서고등학교 조건희 학생의 작품 '숟가락'을 뽑는다.
깨끗한 구성과 정갈한 시어가 진실성을 느끼게하는 학생다운 작품이다.
어려서는 아버지께서 자신이 잘 되라고 복(福)자가 쓰여진 숟가락으로 쩌 주셨던 것처럼 자신도 효(孝)자가 쓰여진 숟가락으로 아버지를 떠 드린다는 부자유친 사상이 깃든 작품이다.
당선 소감
한걸음 더 앞으로
2학년이 되어서 좀 더 많은 성과를 얻으려 노력한 것이 봄이 지나가기 전에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 모른다.
그럴수록 들인 정성만큼 함량 미달의 시들이 아직 거칠고 메마른 표현과 두텁고 딱딱한 표현들이 내 습작노트 속에서 자꾸 뽑혀 나오고 지워질 때마다 나에게 커다란 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삶의 치열한 현장을 맞부딪혀가며 단단한 시의 알맹이를 주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걸음이라도 힘차게 내딛을 수 있게 시와 한 덩어리가 될 수 있도록 시의 돌맹이들을 주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비오는 날 몇번이고 전화를 해주신 어느 고마운 시인님,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주는 문예부 "열림" 동기들,(소정이 외 9명 고마워^^;)
선배님들, 12기 후배들, 지도교사 배양미 선생님과 언제나 응원해 주시는 담임 조찬래 선생님, 제게 시의 길을 걷게 해 주신 장연순 선생님과 1학년때 담임 이원문 선생님, 제 시의 싹을 틔워주신 한은조 선생님 그리고 우리 2-6반 친구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말하고 싶다.
차하
불나방 /구자승
어느 비오는 날
작은 뽕잎에서 애벌레가 깨어났다.
그 좁은 곳이 전부인양 애벌레는 떠나지 않았다.
그 좁은 잎을 다 먹어버렸을 때
애벌래는 고개를 들고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더 파란 잎으로 가려 짧은 다리를 움직거려보았지만
결국 제 풀에 지쳐 썩은 잎을 베어 물었다.
몸을 버리고 날개를 달았던 날 어둠이 밀려 왔을 때
나방이 되어 힘차게 날아 올랐지만
어둠에 빛나는 가로등을 보고는
날아가 부딪혀 추락하고 말았다.
나는 불나방이었다.
차하로는 인천남고등학교 3년 구자승 학생의 '불나방'을 뽑는다.
불나방을 통하여 자신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더욱 잘 해보겠다는 진취적인 의도가 돋보인다. 함께 올린 작품' 파랑새'도 좀 늘여쓴 듯 하나
비교적 잘 된 작품이다.
그 밖에 송미혜, 백미경, 진성준, 김정훈, 김차경 등의 학생들 작품도 좋았다. 많은 노력으로 대성하길 빈다.
(당선 소감)
제가 태어나서 가장 기쁜날이 아마 이날이 아닐까하네요.
중학교 때부터 조금씩 쓰기는 했지만 자신이 없어서 어디에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가 작은 용기로나마 올려 보았는데 덜컥 붙어 버린거에요. 제 시를 뽑아 주신 것 감사하고, 제게 계속 시를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신 것 정말 감사 드립니다.
삼행시 심사평
장원
상서러운 별되어(시조)/ 서울 예일여중 2년 김초롱
천상병 귀천시인 하늘로 오르시어
상서러운 별되어 우리들 살피시며
병아리 눈처럼 맑게 살라시며 비추네.
차상
생초중학교 2년 민은혜
천:천사여
나에게로 와 주세요.
이 가련한 사람에게 와 주세요.
상:상처받아 아픈 이마음이
다시는 눈물로 붉어지는 일이 없도록
천사여 나에게로 와 주세요.
병: 병이 들어 아프지않게
마음이 아파 눈물 흘리지 않게
온통 눈물로 뒤덥여 보이는
이 가련한 사람에게
천사여, 와 주세요.
천사여, 이 세상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세요.
차하
진주 경상사대부속중학교 3년 최준홍
천 : 천상으로 가고자 그렇게 갈망하던 그대는
상 : 상상속에서 그순진 무구함을 그려 내던 그대는
병 : 병든 이 사회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자유의 세계인 하늘로 갔는가......
삼행시는 작품에 시적 가치가 얼마나 있느냐에 그 기준을 두었다.
응모자 대부분이 천상병의 병字에서 막히는 것을 볼 때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더우기 일반인들의 삼행시 작품이 학생들보다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김초롱 학생의 작품을 장원으로, 민은혜 학생 작품을 차상으로, 그리고 최준홍 학생의 작품을 차하로 뽑는다.
김초롱 학생은 중학교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시조로 써서 그 작품성이 평가 되었고, 민은혜 학생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최준홍 학생은 천상병 시인의 뜻을 기리는 마음이 평가되었다.
이처럼 제 1회 천상병문학제 사이버 백일장에 많으신 분들이 좋은작품으로 응모해 주신 점에 대하여 감사드리며 이후에도 한국시사랑문인협회에서는 또다른 이벤트로 사이버 백일장을 계획하고 있으니 시사문단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
심사위원 : 손근호, 김순진, 유미란
심사평 : 김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