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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그들의 창업을 돕는 지원 사업이 정부기관이나 각 지자체에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대체로 청년들이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이나 지원금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창업에 뜻을 지닌 젊은이들이라면 이러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창업을 시도해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끈 경우도 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실패를 맞본 청년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때문에 창업을 고려할 경우 아이템과 운영 방안 등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일시적인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장기적인 계획 아래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계발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 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순천에도 농협창고로 이용되던 공간을 청년들에게 제공하여 창업을 독려하는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순천역 근처에 자리를 잡은 ‘청춘창고’는 만들어진지 3년 정도가 되었는데, 이제는 지역민들에게는 물론 관광객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주말이면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기도 해서, 일부러 그곳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곳에서 점포를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사업을 이끄는 사람들도 있지만, 때로는 경영난으로 인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비어있는 가게들도 발견하게 된다. 실제로 이곳에서 점포를 열었다가, 추후 창업으로 이어진 경우는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지역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기도 했다. 최근에 갔을 때는 군데군데 빈 점포가 있었고, 해당 공간을 농협으로부터 임대를 받은 기간이 다가오면서 사업의 지속성이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했던 이들이 시내에 창업을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지인들과 함께 일부러라도 가서 격려를 해주곤 한다.
이 책에는 강원도 정선에서 ‘청아랑몰’이라는 청년 점포를 꾸리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강원도 동해에서 살면서, 가까운 정선을 자주 찾았던 기억이 있다.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을 제외하면, 5일장 말고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런 장소가 만들고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청년들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청아랑몰은 ‘청춘’과 ‘아리랑’의 합성어로서, 청춘들이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정선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이 바로 민요 ‘정선아리랑’이기에, 자신들의 공간에 아리랑이라는 표현을 결합시켜 만든 것으로 이해된다. ‘정선의 청춘들, 청아랑몰에서 세상을 다시 쓰다’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그곳에 입점하여 활동하고 있는 8명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각자 자신의 사업 아이템과 운영 철학 등은 물론 자연스럽게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인 정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에 소개된 아이템들은 약초와 레진 공예, 사과청과 운기석 공예, 마카롱과 파스타, 그리고 향기공예와 정선사람들이 만든 각종 공예품 등이다. 먹거리에서부터 공예품 그리고 약초에 이르기까지 수는 적지만 다양한 품목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이들은 정선의 5일장이 열리는 장소에 점포를 차리고,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상대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창업 경험담이 혹시라도 같은 생각을 가진 청춘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2018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이 잘 운영되어, 좋은 결실로 맺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청년들의 이야기와 함께 이 사업의 의도와 정착 과정 등에 대한 소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품목들이 어떻게 선정되고, 또 그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오고갔는지 등에 대해서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 창업의 경우 사업 아이템의 선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고려할 사항이 무엇인지 전문가의 관점에서 도움을 주는 내용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현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사업을 꾸려가기 위한 방안도 제시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말미에 소개된 ‘청아랑몰’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제시된 사진을 통해서, 창업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사전 조사가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바로 그런 과정과 내용들이 제시되어 있었더라면 단순히 청년창업가들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정착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청년들을 도와 활동했던 사람의 이야기가 곁들여진다면 책의 내용이 보다 더 알차게 꾸며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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