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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정체는 물론, 우선 책의 제목부터가 흥미를 이끌었다. 자신의 삶의 이력에 대해 매우 진솔하게 펼쳐낸 이야기에서, 저자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우호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의 성격을 ‘나를 낳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오해로 쓰인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만화와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펼쳐내면서, 자신과 가족들의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서술하고 있다. 어쩌면 시시콜콜할 수도 있는 내용을 특유의 자신감 있는 문체를 통해 개성적인 글로 만들어 나가는 저자의 글쓰기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엄마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아마도 저자가 쓴 엄마에 대한 헌사(獻辭)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저자가 어렸을 적에 부모가 1주일 동안 괌으로 여행을 떠나자,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엄마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일종의 ‘분리불안증’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저자는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았던 자신과는 달리 돌아와서도 담담한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껴 목덜미를 물어 상처를 냈던 기억을 선명하게 떠올리고 있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면서도 늘 강한 생활력으로 자신감을 잃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마도 저자는 그러한 엄마의 성격을 닮고 싶었던 것이리라.
우선 책에서 밝히고 있는 저자의 이력이 매우 특이했다. 20살의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에 지쳐, ‘시간 대비 고소득’이라는 매력으로 누드모델을 시작했다고 한다. 3년 동안의 모델 생활을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며, 그것조차도 당당하게 밝히는 저자의 모습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유치원 재롱 잔치에서 모자가 벗겨진 이후 멍하게 무대에 서 있던 어린 시절의 저자를 생각하면,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누드모델 생활은 상상치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누드모델을 한다고 했을 때, 선뜻 자신의 옷가게에서 가장 좋은 가운을 골라 저자에게 건네주는 엄마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딸의 선택을 존중하고 믿어주는 바람직한 부모의 태도라 할 것이다.
이 책은 엄마와 아빠의 만남으로 저자가 태어났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면서, 자신이 수상한 문학상의 상금으로 엄마와 함께 외국 여행을 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대학의 국문과에 합격하고도 진학 대신에 취직을 해야 했던 엄마의 삶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매우 애틋한 것처럼 느껴진다.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작가로 살아가는 자신이 아마도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은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는 대학생 시절, 잡지사 기자와 글쓰기 수업 조교 그리고 누드모델을 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작가와 만화가로 활동하면서, 글쓰기 수업 교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과 만화로 자신을 드러내는 저자의 표현 방식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당당함을 표현할 수 있는 저자의 후속 작업이 기대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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