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두 살 되는 새해 아침에 술회하다 경신년(1980)八十二歲元朝述懷 庚申
팔십 년 보낸 세월 쏜살같이 빠른데 送送八旬隙駟如
또 두 살을 더한 신년의 처음일세 又添二歲歲新初
공연히 밥만 먹고 지내며 무슨 일 이루었던가 徒然喫飯成何事
백 년의 풍상에 한 실오라기처럼 남았네 百劫風霜一縷餘
부모 일찍 여의고 형제 없기로 나만한 이 없으니 孤露終鮮莫我如
게다가 태어날 때부터 연약한 자질이었네 兼之脆質賦生初
어찌 전례 없던 장수를 누릴 수 있었나 緣何躋得無前壽
가문의 선대에서 누리지 못한 복 받아서이지 受報家先不食餘
무릎 가에 둘러앉은 손자들 구여를 송축하니 繞膝兒孫頌九如
한 집안의 봄기운 따뜻해질 정초라네 一家春意載陽初
늙고 쇠하여 힘쓰기 어렵다 말하지 말라 莫言老朽難爲力
억계의 기약 오히려 남음이 있으니 抑戒前期尙有餘
구여(九如) : 오래 살기를 축원하는 말이다. 《시경》〈소아(小雅) 천보(天保)〉는 신하가 임금의 복을 비는 내용인데, 이 시 가운데 아홉 개의 여자(如字)가 있음으로 인하여 송축(頌祝)의 의미로 쓰인다.
억계(抑戒) : 춘추 시대 위(衛)나라 임금 무공(武公)이 95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경(卿) 이하로 사(士)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훈도(訓導)할 것을 경계하고 〈억계〉를 지었다.
백저 배동환(白渚 裵東煥) 著, 김홍영·이미진 역, 학민출판사(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