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 김경미님의 교우 단상: '벌새' 아닌 '작은검은꼬리박각시'의 분주함 ◈
”솔샘~ 참 빠르네요.
벌새를 따라잡다니요.
벌새는 1초 정도밖에 안 머물러요. 그래서 사진 찍기 힘들어요.“
내가 들꽃카페 화단에서 보라색 버들마편초 여기저기를 분주히 오고 가는 벌새 동영상이라고 이옥희 선교사님께 보냈더니 보내온 답이다.
그렇다. 벌새가 아니어서 찍을 수 있었나보다.
누군가도 검색창에 문의를 올렸던데, 벌새는 우리나라에는 없고 작은검은꼬리박각시라는 곤충이었다.
*벌새의 특징 : 1초에 19~90번의 날갯짓을 한다. 약 320 여종이 있음.
날아다니는 힘이 강하며, 벌처럼 공중에서 정지하여 꿀을 빨아 먹는다.
벌새를 검색해보니 느낌상은 박각시 곤충을 벌새로 착각할만했다. ㅎㅎ
어쨌든 들꽃 박각시의 붕붕 날개짓, 긴 주둥이에 작은 꽃송이를 물고 바지런히 이 꽃 저 꽃으로 옮겨 다니는 모양새와 더불어 마침 하얀님이 카페 손님을 맞는 상냥한 목소리가 겹쳐지니 내 나름은 그럴싸한 동영상을 찍었다는 뿌듯함이 크다.
선교사님은 내 말대로 벌새로 알고서 빠르다고 칭찬까지 해주시니 말이다.
하얀님 옆에서 폰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면 어떻게 한 손가락으로 그렇게 빠르게 두드리냐며 놀랍다는 반응을 하셔 나도 잘 몰랐는데, 내가 순발력이 있는 편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기까지 한다.
그걸 확인한 계기도 있는데 디딤터 친구들과 게임 앱을 깔고 같이 여러 게임의 점수를 높이는데 그나마 순발력 게임에서 점수가 높았던 기억이 이를 뒷받침 하는 것 같다.
가을 단풍이 이제야 들려나 했는데, 뚝 떨어진 기온에 겨울이 벌써 온 듯하다.
쳇바퀴 돌 듯 일상의 이곳저곳을 오가며 분주한 나의 몸짓을 관망하는 요즘이다.
디딤터 주야 근무와 행사, 길냥이 돌보기, 짬을 내어 들르는 들꽃카페, 그 외 순창 가족 보러 가기, 여러 만남과 모임... 분주하나 큰 성과는 별로 없는 듯하다. 오히려 디딤터 친구들이나 들꽃교회 가족들을 대하여서는 세월아 네월아 하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대하고 가벼운 유머에 시간을 함께 보내고 흘려보내는 것이 더 의미 있게도 여겨진다.
분주하다!
연말이 다가오니 밀려 둔 업무들로 디딤터와 교회도 쌓여있고, 들꽃카페는 이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 내가 벌새라고 생각하고 1초의 초강력 집중력을 발휘하는 척이라도 시도해봐야겠다.
일상의 분주함에 묻어나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음미하며 최선의 몸짓을 발휘하다 보면 꼭 반드시 어딘가에 다다르게 되지 않겠는가.
틀린 것이 없고, 내 것을 나누길 아끼지 않는 들꽃 가족들과 함께라면 더욱 멋진 역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난 확신한다. 자~ 우리 열정적으로 살아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