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에게 명절은 고단한 통과의례일수도 있지만
내게있어 추석은 신나게 놀수있는 기회이다.
큰아들과 둘째는 설에, 셋째와 넷째는 추석에 나눠서 가기 때문에 첫째인 우리는 추석엔 마냥 논다.
머잖아 제사를 모셔오게되면 그것도 굿바이겠지만.
2015년에는 아들과 셋이서 설악산 대청봉을,
16년엔 단양8경을,
17년엔 중국 황산을,
18년 올해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다~
아들은 일찌감치 나홀로여행을 가버렸고 남편과 둘이서 연휴 첫 날 이른 기차를 타고 1시간 40분만에 도착,
오랜만에 친정식구 모두 모여 점심을 함께했다.
지난 2월 서초동으로 이사한 딸 집을 남편은 처음 가는 셈이라 시댁에 간 딸내외가 올때까지 동네 구경을 다녔다.
교대를 거쳐 아들 직장있는 곳까지 걷다가 저녁까지 먹고 딸의 귀가 시간에 맞춰 들어왔다.
다음날은 월요일 추석이다.
딸네는 엎어지면 코 닿을 시댁이지만 새벽에 가고
잘 먹지않는 조식을 오늘 있을 강행군을 위해 먹어두고 아침 9시에 집을 나서니 8차선 도로에 차가 한대도 없다.
중앙선으로 걸어가도 될만큼 한산한 서울거리가 낯설기만하다.
3호선을 타고 경복궁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가면 광화문을 통과하지않고 궁 내로 바로 들어갈수있다.
주로 외국인들인 수많은 인파에 놀라며
조선 왕실을 상징, 국왕의 즉위식이나 대례 등이 거행된 근정전에 들어서니 몸가짐이 단정해지고 예를 갖추듯 걷게된다.
사정전,교태전,자경전,집옥재,건청궁을 모두 둘러보고 주로 연회를 베풀던 경회루를 한번 더 찾는다.
지금껏 열번 가량 경복궁을 다녀왔지만 그동안 경회루는 보수중이라 몇번 보지못했다.
지금은 향원정을 보수하고있다.
딸아이가 출산을 앞두고있을때 순산의 기가 가장 많은 건순각을 가도록했던 생각을 하며
3시간 정도 둘러보았다.
경복궁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할 필요가 없을듯하다.
서소문 입구쯤에서 점심을 먹고 추억이 서린 명동성당 쪽으로 가려는데 코리아나호텔 옆에 시티투어버스가 줄지어있다.
서울에 업무차 자주 다니지만 볼일만 보고 이내 내려오곤하던 남편의 요청으로
도심고궁코스인 A코스를 선택해 빨간 2층버스에 오른다.
대부분 외국인들로 예비차까지 동원될만큼 이용객이 많았다.
18000원 하는 티켓만 소지하면 유럽처럼 하루종일 몇번이고 이용할수있어서 참 잘된 시스템이라 여겨진다.
광화문-덕수궁-남대문-용산역-이태원-명동-남산서울타워-동대문-창경궁-인사동-청와대앞-경복궁 순으로
2시간이면 서울 도심을 다 돌수있다.
타고가다 마음에 드는곳에서 내려 구경하다 30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다시 타면 된다.
우리는 창경궁에서 내리기로했다.
서울5대 궁이라면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이 있는데
창경궁은 숙종때는 장희빈이 사약을 마신곳이고 영조때는 정조의 생부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 갇혀 요절한
비극이 일어난 곳이기도하다.
창경궁을 거쳐 창덕궁까지 여유를 갖고 둘러보며 잘 보존된 우리 문화유산에 자부심을 갖는다.
이곳 역시 수많은 인파에 발 디딜 틈이 없지만 커피컵을 들고 다닌다든가 거슬린 행동을 하는 사람없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였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남산타워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서울야경은 아름답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듯 느껴졌다.
남산 역시 인산인해로 발 디딜 틈도 없었지만 쌀쌀한 밤공기에 오래 있을수가 없었다.
딸 내외가 데리러 왔으나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30분이 넘도록 셔틀버스를 못 타 우리가 내려가기로했다.
하이얏트에서 만나 늦은 저녁을 먹고 집에 오니 10시가 지났다.
하루종일 서울의 대표적인 곳을 찾아 다니며 서울을 느끼고
오래전 다녔던 곳을 다시 찾은 감회에 즐겁기도하고 착찹하기도했다.
다음날은 남이섬,북촌,세빛둥둥섬을 다녔다.
시간 나는대로 기회가되면 글을 올릴 생각이지만 오늘은 여기서 줄이기로한다.
첫댓글 오늘 내 삶이 역사가 됨을 이제 인식한다. 어제 양림동 투어하면서 '조금 늦었다' 하고 생각했다. 70년대에만 모든 것을 멈추고 역사화 했으면 좋으련만 30년이 더 흐른 후 과거를 간직하려니 조금은 조잡하고 자본에 많이 물들고 하였더라
임금의 궁이니 보존 되었겠지만 4대문 안 만 보존 되었더라도 얼마나 자산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 4대문 안은 대문 흔적만 남고 근대화 산업화라는 미명아래 사라진 과거를 어찌할거나! 그래도 남는것이 궁이라 초라한 나 자신 궁색하게 과거유산을 보고 갔다왔노라고 회상하는 내가 슬퍼지기도 하였다. 아마도 4대문 안이 보존되었다면 낙안읍성은 민촌이고 한양은 참 북촌처럼 존재하지 않았을까?
어떤 분이 제안하셨는지 시댁 명절 시스템이 참 합리적이네요. 덕분에 영희언니 따라서 저도 쫄래쫄래 서울 갔다 온 기분입니다. 재미있고 따뜻한 여정, 다음 편도 기대됩니다^^
시댁 명절 참여방식이 참 합리적이고 박수쳐 줄만큼 동의합니다.우리 화순 시댁은 추석 일주일 후 제사가 또 있어 추석의 명절증후군의 피로도 가시기 전에 또 시골을 가지요.영희언니는 여러 궁들을 순회하며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와 꼼꼼히 함께하네요.역시 언니다워요.학교행사들을 옛 궁들에서 사생대회나 전교생 모여 나라사랑 글쓰기 등을 하던 기억들이 새롭습니다.파란 가을 하늘 아래 고적한 분위기가 참 멋지지요.사극은 참 좋아하는데 역사는 잘 몰라요.^언니 덕분에 강한 주제듫과 연결된 우리 역사를 배웁니다.명동성당과 바로 밑길.판넬골목.외국 영화배우 사진들 갈때마다 구입해 다락방에 마른 꽃잎들과 배치하던 젊은 날 추억^
합리적 명절나눔의 가름은 큰며느리인 저의 제안이었지요.
다행히 형제 모두 잘 따라줘서 몇년전부터 그리해오고있답니다.
다 착한 동생들 덕분이지요.
지금은 토욜에 있을 시어머니 생신준비에 머리가 몹시 아프네요.
1박2일 음식준비에 선물은 뭐가 좋을까,동서들과의 배려 등등 그저 놀기만하는 큰며느리는 있을수없나봅니다.
바쁜 와중에 차분히 쓰지못한 글 읽어주셔서 고맙고 세빛섬 얘기도 쓸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