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밖에서 온 단상- 임실 주천교회 김종진 목사의 단상: 첫 담임 목사로 살게 되다!◈
“주천교회에서 첫 담임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하나님은 가장 먼저 감사와 영광과 찬송을 받으셔야 할 분이십니다. 지금 여기까지 인도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임실군 오수면에 세워진 주천교회는 지난 9월 한 젊은 목사를 새로운 담임목사로 맞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를 ‘젊은 목사’, ‘훌륭한 목사’, ‘착한 목사’, ‘좋은 목사’라 부르며 그렇게 여기고 보아주는 분들에게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과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는 그간 굽은 길을 걸어왔고 어쩌다 목사는 되었지만, 이렇게 담임목사까지는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눈과 마음이 다른 곳으로 곧잘 향했던 그래서 자신을 좋게 보아주는 분들이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속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이였습니다. 다른 길을 가겠다고 오랫동안 섬겼던 교회를 뛰쳐나오기도 했고, 이제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하소연과 푸념, 포기의 신호들을 보내기 일쑤였던 그였습니다. 그런 그가 많은 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에게는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담임 목사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쁘고 설레기도 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 켠에 어두움과 두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잘 할 수 있을까? 또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그는 금방이라도 한계를 드러낼 것 같은 자신의 유약함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이제 막 시작하는 시점에서 그 끝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곧 얼마 후에 안 좋은 소식을 전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믿음 없는 생각과 마음에 잠길 때가 많은 솔직히 흔들리는 목사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목사이기에 어쩔 수 없이 [설교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성서를 봐야 하고, 목사라서 [성도들을 위해서 불가피] 기도를 하다 보면 거기서 소망을 찾고 보고 품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찌 되었든 목사는 성경을 읽어야 하고 그래서 거기서 길을 찾으며, 기도를 해야 하기에 기도하다가 다시 힘을 얻게 되는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또 목사를 찾아와 도움을 구하는 이들을 대하다 보면 그때 거기서 주님의 이름과 사랑과 은혜와 능력을 고백하게 되는... 약하여 흔들리지만 그러나 그 자리를 떠날 수 없고 그 옷을 벗을 수 없는 그런 사람,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나눠주며 자신이 세워져 가고 자신의 가치가 인정을 받고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는 이, 그런 사람이 목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와 달리 결코 흔들림이 없고, 절대 무너짐이 없는 영원히 견고하신 분이시며, 세상이 측량할 수 없는 지혜와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과 은혜로 지금도 역사하시며, 지금도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를 도우시고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분이십니다. 그 길 끝에서 깊은 위로와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그 끝의 열매들을 맛보며 거기서 힘을 얻어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는 분이시기도 합니다. 그분 없이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음을 그분이 계시기에 호흡을 비롯한 모든 것이 가능하고 계속되고 있음을 떠올리며, 목사는 다시 그분을 온전히 믿고 의지하려는 자세와 태도를 취하고 또 취하게 됩니다. 무지함을 자각하고 그래서 더 부지런히 연구하지 않을 수 없고 유약함을 깨달아 더 겸허하지 않을 수 없고 무능함을 절감하여 더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는, 그렇게 어디선가 솟아오르는 힘을 얻고 다시 일어나 몇 발자국 앞으로 전진하게 되는, 아마도 이 패턴은 목사라는 직에 있는 한 평생토록 계속될 것입니다.
담임목사로 취임하며 성도들에게 부탁한 것들이 있습니다. 부디 사람들을 보면서 ‘상처’ 받지 말고 하나님과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사랑’ 받고 ‘은혜’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과, 서로 다투거나 미워하지 말고 서로 감싸주고 덮어주며, 우리를 교회로 불러주시고 묶어주신 하나님 마음을 기쁘고 흡족하게 해드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그리고 함께 동반자가 되고 동행인이 되어서 누구도 이탈하거나 낙오하지 않고, 함께 하나님께로 가까이 갈 수 있도록 긴밀히 하나 되고 협력하는 교우들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첫 담임 목회 즉 초행길이기에 천천히 그리고 조심히 가야 하겠고 그러나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며 동행하시기에, 담대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가야 할 신앙 여정입니다. 한편으로는 겸허하게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당당하게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성도의 길을 걷는 우리 마음이 늘 하나님께 대한 기대와 감격으로 설렐 수 있기를, 충성과 헌신의 마음으로 주신 은혜에 보답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께서 귀히 쓰시는 착하고 충성된 일꾼들이 되고 자신들은 그저 한없이 무익한 종이라 고백하지만, 오히려 주인의 칭찬을 듬뿍 받는 종들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를 통해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고, 우리에게는 보람과 기쁨과 행복과 평안이 넘치게 되기를 바라며, 그 일에 쓰임이 된다면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기꺼이 섬길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임실 주천교회는 오수면 소재지를 지나 옛길로 남원 방향으로 가다 보면 산 아래 주천리 마을에 있는 농촌교회입니다. 약 20여 명의 교우들이 계시는데, 대부분 연세가 높으십니다.
40대 초반인 저는 청년에 속하고, 지난달 담임목사로 부임했습니다. 들꽃공동체와의 소중한 인연을 감사히 여기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