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깨꽃
-유은하-
땅뙈기라야
우리 동네 이장댁
방뎅이만 한 것이 내 몫이라니
표시라도 해놓자며 도랑을 파고
울 어머니 생전에 좋아하셨던
깨꽃이라도 곁에 두고 보려 하여
몇 골 이랑을 세워 깨 씨를 심었다.
잠깐도 못 기다리는 더러운 성질 때문에
그 좋은 시절 연애질도 어렵던 내가
깨꽃을 보려고 한철을 기다려야 한다니
그것 참!
뜬금없이 날구지나 한 것만 같은데....
그나저나 저질러진 일
한철쯤 마음을 다독여 먼 산이나 보며
잔잔히 늙어가려 하였건만
새들이 깨 씨를 파먹는다니 원!
새 몰이도 해야 한다나 어쩐다나?
아무러면 고깟 작은 깨알이 배부르겠냐고
‘나눠 먹은 셈 치자’ 하였지만
그래도 시도 때도 없이 눈길이 가고....
아니나 다를까? 새들이 깨밭을 허적이면
훠이~휘이~ 야박하게 쫓아내진다.
언제쯤 싹이 나오려는지?
심봉사 눈처럼 도무지 깜깜하길래
물이라도 뿌려주며 달래볼까? 하였더니
그제 내린 비가 과부 밤서방처럼 반가웠다.
어느 농부의 낭만적인 풍월에 의하면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하여
아침마다 골을 밟아가며 엿보았더니
글쎄! 깬지? 풀인지?
알 수 없는 싹들이 지천이다.
이 환장할 노릇을 또 어쩌란 말인가!
재작년에는 물골이 짜잔해서 침수로 죽고
작년에는 비료를 너무 줘서 꼬실라 죽고
올해는 저놈의 풀 땜시 망치게 생겼으니
장부가 쪼그리고 앉아 밭을 맬 수도 없고....
조랑조랑한 깨꽃을 좋아하시던
울 어머니 그리움보다
잡초 땜시 맥없는 수심만 깊어지고
허허~ 소홀히 보던 텃밭 농사도
주제넘으면 못 해먹을 일인가 보다.
카페 게시글
손님 문학방
어머니와 깨꽃<수필>
유은하
추천 0
조회 42
25.05.19 10:5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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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편히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종일 후텁지근한 날씨에 시달렸습니다.
늘 같이 해주신 선생님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건안하십시오
초보농부 7년차인 저도 아직 곡식의 싹과 잡초를 구분 못한답니다
올 봄에 땅콩을 심어놓고 기다렸는데
산비둘기들이 모두 파먹고 잡초만 무성터이다.ㅎㅎ
하얀 깨꽃의 종알종알 종소리가 들리는 듯 자분한 글 잘 감상하였습니다.
7년이면 그래도.....
배우면 되겠지 했지만 경험보다 좋은 스승은 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은 카페에 선생님이 계시니 기름집니다.
좋은 생각으로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