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부터 감기기운을 보인 다빈은 목소리도 나오지 않게
심해졌다.
우리집은 누가 아프면
그 아픈 사람에게 먹고 싶은 걸 묻고
그걸 먹이면 나아진다고 믿는데,
다빈에게 물었더니 목캔디를 말한다.
옛날에 저 어렸을때
감기약을 오래 먹어도 안 나았는데
목캔디 먹고 싹 나았던 기억이 있어요.
엄마, 읍에 나가면 그거 사다주세요.
목캔디말고, 딴 거 안 먹고 싶어?
네. 엄마..그거면 돼요.
감사해요.
내가 지금의 다빈이 나이였을 때,
그때 내가 감기였는지
배가 아팠는지
여하튼 밥도 못 먹고 비실대던 때,
할머니가 부엌에서 나를 부르셨다.
귀찮은 기색으로 나가보니
그 당시 동네 가게에선 팔지도 않던
귀한 바나나우유를 주신다.
하나밖에 없으니 몰래 먹으라며
살살 말씀하셨는데,
나는 우리 엄마에게 그토록
시집살이 시키는 할머니가 미웠던 시기라 그 우유를 받아들면서도
떨떠름했다.
3대가 살던 우리집에
언니는 맏손녀요,
영도는 집안의 장손이니 둘째인
나는 찬밥신세여서 서러웠는데
아파서 밥도 못먹는 내가 가엾었던지
읍에 걸어가서 사오신 모양이다.
할머니의 말씀대로 나는
조용히 혼자 우유를 먹었고
그리고는 곧 나았을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나고
내가 주말마다 강화로 와
할머니를 돌봐드리고
새벽의 임종을 지켜드린 일들은
어쩌면 그 바나나우유의 기억이 늘 자리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아픈 이에게 먹고 싶은 걸 먹이는
풍습?은 할머니에게서 배웠고
나나 김여사는 배운대로
또 그리 행하고 산다.
원하던 목캔디를 사다줬으니
다빈은 조만간 나으리라 믿는다.